앞으로 몇 화에 걸쳐서 '사람'에 대해서 들여다보려고 한다. 지난 학기에 시카고 대학교에서 인문학 전공 수업이었던 로버트 마틴 (Robert Martin, https://en.wikipedia.org/wiki/Robert_D._Martin) 교수님의 인류의 기원 (Human Origins: From Early Primate Beginnings to Evolutionary Medicine)을 들었고, 흥미로웠던 내용들을 다시 번역해서 브런치에 정리해보려 한다. 수업은 10주간 진행되었다. 교수님께서 강의를 미리 녹화해서 포스팅해 두면 그걸 학생들이 듣고 목요일까지 교수님 메일로 질문을 하면, 토요일 오전 수업에 교수님께서 질문에 답해주는 구조였다. 교수님은 스위스에 계셔서 미국과는 시차가 있었다. 스위스 시간으로는 금요일 오후였고 미국 시간으로는 토요일 오전에 수업이 진행되었다.
사실 이번 학기에는 3개의 전공필수과목들을 들어야 했기 때문에 추가로 한 과목 더 듣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다음 학기에 같은 수업이 열릴지도 확실치 않고 인류의 기원 수업은 온라인 수업이라 좀 부담이 덜했다. 학기가 시작되는 처음 이 주간은 여러 수업을 들어보고 시간표를 바꿀 수 있는데, 그 기간에 수업을 계속 들을지 말지를 결정했다. 사실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1. 내가 원어민이 아닌데 줌으로 진행되는 수업을 집중력을 잃지 않고 따라갈 수 있을 것인가? 2. 에세이와 발표가 있는 수업인데 역시 원어민이 아닌데 그 사이에서 잘 해낼 수 있을 것인가? 였다. 당시에 이런 고민을 교수님께 따로 말씀을 드렸는데, 강의의 평가 기준과 에세이를 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원들에 대해서 메일로 안내해 주셨다. 로버트 교수님은 매년 영어가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닌 학생들이 있었다. 너의 메일은 오타 없이 훌륭하다! 고 하시니 황송할 다름이었다.
브런치에 정리할 내용의 목차는 대략 아래와 같다.
- 두 발로 서는 것의 문제점: 무지외반증
- 상관(Correlation)과 인과(Causation)의 차이
- 비타민 D의 다양한 기능
- 요리와 인류의 뇌 진화 간의 관계
- 영아 돌연사 증후군(SIDS)과 수면패턴의 관계
위의 다섯 개 주제에 대해서는 이미 정리해 놓은 자료가 있기 때문에 번역하여 브런치에 업로드할 예정이고, 추가로 교수님의 책 '우리는 어떻게 태어나는가'에서 다루는 내용도 기회가 된다면 깊이 있게 읽어보고 정리하려 한다.
한국어로 번역된 책을 가지고 있으시다고 멀리서 책을 보내주셨다. 시간이 되면 번역이 잘되어있는지 잘 읽히는지가 궁금하셨던 모양이다. 주된 내용은 생물학 중에서도 생식과 양육이 관한 내용들이다. 왜 산후우울증에 걸릴까? 왜 남자도 젖꼭지가 있는가? 임신 중인 여성의 뇌가 줄어든다는 것이 사실일까? 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책의 내용들에 대해서 공부하고 브런치에 올리는 것에 대해서 설명드렸더니 흔쾌히 좋다고 하시고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Psychology Today: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how-we-do-it)의 내용도 사용해도 된다고 하셨다.
매주 교수님께 질문하고 다른 일정에 밀려서 숙제 마감기한을 놓쳐서 한 번만 봐달라고도 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면, 결국 중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질문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갖는 것인 것 같다.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지식의 축적보다 사고하는 법을 훈련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수업을 통해서 인간이 가지는 고유한 특징은 무엇인지, 침팬지와 2%의 유전자만이 다르다는 것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아볼 수 있었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사람은 협력하고 돕고 키우고 요리하고, 2%가 다르다는 것은 레고 블록의 98%가 같아도 어떤 블록을 어디에 조립하고 배치하는지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구조물이 될 수 있다는 것과 같다.)
글을 쓰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은 현실 세계에서 또 브런치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종교적인 믿음이다. 당장에 내가 어린 시절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이 카톡을 보내 '어떻게 네가 진화론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니?' 하는 비난이 두렵다. 하지만, 내가 수업에서 배운 진화론적인 내용들은 청조론을 정면으로 반박한다기보다는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는 두 가지 관점이었다. 수업에서는 인간이 두 발로 걷게 되는 것이 장점과 단점, 결과 들에 대해서 다루고, 이제는 멸종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같은 인간과 유사한 종(Hominid)들이 어떻게 살았었는지를 배우고, 뇌 크기나 영양 또는 사회성 같은 생물학적인 부분들을 다루었다. 인간이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철학과 종교, 신앙적인 답변이 필요하고, 어떻게 인간이 지금 이 모습이냐는 질문에는 과학적인 관찰과 증거들이 답하려고 계속 시도한다.
앞으로 쓸 짧은 글들은 사람은 왜 이럴까? 생명체들은 왜 저럴까? 하는 질문들에 쉽게 답하는 것이 목표이다.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밝혀낸 이야기들을 따라가며 나의 생각하는 힘이 조금씩 단단해 지기를 바란다. 다음 화에서 다룰 내용은 두 발로 서는 것의 문제점이다. 네발로 걷는 많은 동물들과 다르게 사람은 똑바로 서서 두 발로 걷는다. 두 발로 걷는 것의 장단점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