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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혜 Apr 12. 2024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어 에세이를 쓰고 있습니다.

탈락의 고배를 마신 후 다시 작가신청 때 제출한 내용과 꿀팁(?) 공개!


나는 글을 읽고 쓰는 걸 좋아한다. 집에 박혀서 책 보는 걸 좋아하다 보니 어른들은 독서왕이라고 칭찬해 줬다. 대학생 때는 책을 왕창 빌려다 읽었다. 한창때는 서점엘 가면 베스트셀러나 좀 밀어주는 책들은 다 봐서 새로운 것 없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서점 가면 왜 이렇게 읽을게 많은가 싶지만. 그리고 예전에 읽었던 것들도 서서히 휘발되어서 많은 것들이 사라졌지만.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아주아주 바빴던 1~2년 차를 지나서 3년 차부터는 담당업무도 비교적 편안한 과에서 일을 했다. 아! 민원이 없어진 게 조금 편해졌다고 생각한 큰 이유였다. 업무자체는 여전히 중요하기도 했고 국제업무들도 좀 맡게 되어서 재미있었다. 코로나 시국이었고 격리도 두 번인가 되었고, 저녁의 불타는 회식자리도 눈에 띄게 줄었다. 전남자친구*도 미국으로 유학을 가버려서 졸지에 저녁 시간에 할 일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 우쿠렐레와 칼림바를 배우기 시작했고 블로그를 시작했다. 글을 쓰는 건 제법 재미있었다. 칼림바는 일 년 정도 배우니까 선생님이 하산하라고 해서 피아노도 좀 배웠다. 블로그도 제법 조회수가 잘 나왔다. 비록 돈은 안되지만 신나게 글을 찍어냈다.


    * 현 남편




  처음 블로그에 맛 들인 계기도 갑자기 터져버린 조회수였다. 넷플릭스를 보고 후기를 주로 쓰다 보니 콘텐츠가 잘 나갈 때는 조회 수가 같이 나오다가 아닐 때는 뚝 떨어졌다. 그러고나면 아무도 검색조차 하지 않는 글들이 쌓였다. 수익을 창출하는 블로그도 아니라서 굳이 검색 여부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는데, 어느 순간 통계를 자주 체크하고 있었다.




  문제는 내가 쓰고 싶은 소설이 아니라 정보를 전달하는 글들을 쓰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었다. 그 무렵에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었다. 작가로서 글을 쓰는 것은 상당히 재미있어 보였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작가가 되어 글을 기획하고 발행해야 한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나를 소개하고, 앞으로 집필할 글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최대 세 개의 글을 보내어 심사를 받아야 한다. 나름대로 당시에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써놓았던 글들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냥 있는 대로 글을 갈무리해서 그냥 보냈다. 




  결과는 탈락이었다. 충격적이었다..! 




  2022년 2월에 받은 탈락 메일. 어라? 떨어졌네.




  아쉬움도 잠시 이후에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남자와 결혼 준비에 한창 바빠졌고, 다이어트도 시작했고, 업무량이 무시무시하기로 유명한 과로 발령 났다. 음악 학원에는 지금처럼 자주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앤 선생님은 미리만 알려달라고 했고, 나는 될 수 있으면 학원 갔다 와서 야근을 하더라도 수업은 안 빠지려고 했다.



    * 왠지 추천하고 싶어서 살포시 올려보는 학원




  하지만 브런치까지 재신청을 하자니 왠지 할 일이 너무 많아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깨끗하게 포기했다. 어떤 글을 써야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싶어서 살펴보기 시작한 브런치에는 에세이들이 가득했다. 나는 당시에 내 얘기를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렇게 브런치는 여우의 신 포도처럼 잊혀갔다. 공무원이 업무에 대해서 너무 떠들고 다니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니까. 그리고 내 자리 번호는 조금만 검색해도 나오는 공공재.. 일상을 이렇게 올리는 게 우리에겐 치명적인 대가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걱정. 예를 들자면 승진 무렵에 인사과에서 당신은 나불이! 이런 중요한 업무를 맡길 수 없지. 다음 턴을 기대하세요! 할까봐 두려웠다. 자의식과잉인가?




  그리고 2년 여가 지난봄. 나는 작가 신청에 성공했다. 




  2024년 4월의 어느 날 남편의 지인, 그분의 지인과 넷이서 저녁을 먹고, 파묘를 봤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글쓰기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남편은 이 녀석은 블로거이며 작가 정신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 미국에 와서는 블로그를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지는 않은데.. 어쩌다 브런치 얘기가 나왔고, 나는 떨어졌다고 말했다. 다시 해보는 게 어떠냐? 다시 해보자! 하는 얘기가 오갔다. 

 



  작가신청을 다시 하면 될 것이라는 자신감도 조금 있었다. 이유는 그 만남 직전에 여러 에세이를 써놓았기 때문이다. 학비가 어마무시한 미국의 대학원에서 장학금을 추가로 줄 수도 있다는 연락을 받았고, 지원 시점 이후로 승진 등 업무에 대한 성취, 학업에 대한 성취, 다른 학교에서 받은 장학금 오퍼를 입학처로 내라고 했다. 솔직히 지원 시점이 6개월이 안 됐는데 누군들 엄청난 성취를 했겠나 싶어서 스스로를 어필해봐야겠다 결정했다. 지원 때는 제출하는 자료가 한정적이었고 글쟁이임을 알리진 않았으니 그 점을 강조했다. 나름대로 학업성취와 직업성취, 다른 학교 장학금 오퍼까지 녹여냈다. 아. 돈이 없다는 것도 강조.. 나는 이제까지 써놓았던 글들을 죄다 다시 보면서 고쳤고, 영어로 번역했다. 업무와 관련된 글들은 영어로 타이핑했다. 너무 가볍지 않지만 또 너무 답하지 않게 쓰려고 노력했다.  다시 보니까 오타도 많고, 약간 이상한 부분들도 많지만 입학처에서 그 백 장이 넘는 포트폴리오를 처음부터 끝까지 볼 거라는 생각은 안 해서 에세이와 소설의 습작들은 부록으로 다 뺐다. 오랜만의 서류작성에 머리털 좀 뽑았다.




  아 결과는! 일 년에 오천 불씩 총 만 불을 추가로 받기로 했다. 총 사만 불을 더 달라고 포트폴리오에 제시했지만 최종은 만 불. 이만해도 감사하지. 그리고 데드라인이 있어서인지 글도 제법 쓰고 고쳤다. 써놓은 글들은 또 내게 자산이 되어있었다.




  빵빵한 포트폴리오와 우연한 만남이 준 자신감으로 나는 브런치에 다시 응모했다. 미국에 오기 전에도 회사의 선배들 중 몇은 간 김에 여유가 좀 있으면 글을 완성해 보라고 했었다. "습작처럼 거친 느낌은 있지만 글이 좋다, 또 쓰면 보내봐라." 던가 "일하다 보면 고칠 시간도 별로 없을 테고. 나중에 애 낳으면 시간 더 없다. 꼭 해라!"는 응원도 다시금 떠올랐다.




  사실 마음 한편에서는 부정적인 나도 있었다. 안되면 안 되려나 보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니까. 그리고 나의 문학세계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 같은 방어기제를 구축해 놓았다.








  이번 작가 신청에서 지난번과 달라진 점은 브런치에 보낸 글들의 종류, 자기소개, 집필 방향이다. 브런치가 좋아한다는 지원 내용들을 여러 블로그에서 미리 찾아보고 참고했다. 전반적으로 다 다르게 썼다. 




(브런치에 보내는 글) 브런치에 보내는 글은 직업에 관한 이야기 3가지로 한정했다. 그리고 1번과 2번 글을 바로 발행할 수 있게 정리했다. 


1. 고래 사무관이 되었다 (1)

2. 고래 사무관이 되었다 (2)

3. 안전, 사고 업무가 내게 미친 영향


소설도 선보이고 싶었지만 관심이 많이 없을 것 같아서, 그리고 도입부에서 내 소설의 멋짐을 보여 줄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뺐다. 지난번에는 소설 1화와 2화를 냈고, 한편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 같은 걸 냈다.. 




(자기소개'작가님이 누구인지 이해하고 앞으로 브런치 스토리에서 어떤 활동을 보여주실지 기대할 수 있도록 알려주세요.'에 맞는 답변을 작성하려고 노력했다. 


작가에 응모하는 사람들은 뭐. 다들 글을 쓰는 걸 좋아할 테니 글 쓰는 걸 좋아한다는 내용을 어필하기보다 보이는 스펙을 많이 언급했다. 너무 개인적인 내용이라 조금 수정해서 예시를 올려본다.



안녕하세요. ㅇㅇㅇ입니다. 수의대를 다니다 돌연 갑자기 (~어떤 도전을 해보는~) 등 조금 특이한 선택들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지금은 ~~ 하고 지냅니다. 앞으로는 (~무슨 일을 할~) 예정입니다. (ㅇㅇㅇ, 직업)으로서의 고민들과 (제 경험이 갖는) 특이점이 만나는 지점에서 고군분투하던 시절의 이야기들을 (특정직업)을 꿈꾸거나, 아니면 저의 직업이 궁금한 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지난번에는 어떻게 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만 내 학부 전공과 직업에 대해서는 굳이 어필하지 않았고 글쓰기에 대한 나의 열정을 주로 어필했던 것 같다.  :)




(집필 방향) '브런치 스토리에서 어떤 글을 발행하고 싶으신가요? 발행하고자 하는 글의 주제나 소재, 대략의 목차를 알려주세요.'라는 질문에는 진짜 목차를 알려드리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나만 쓸 수 있는 글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집필 방향은 아래와 같이 썼다.


1. 업무와 관련된 일             

   (1) 주제별 : (예시 1) / (예시 2) / (예시 3)

   (2) 업무별  : (예시)


2. 외국 생활 

    (1) 나이 들어 외국 생활하기

    (2) 시카고 대학교 석사과정에 적응하기 



  그리고 결과는...! 신청한 지 하루 반나절만에 결과를 받았다. Yoi! 


  작가 신청에 냈던 글을 아래 고래와 관련된 글은 이미 틀이 갖추어져 있어서 연재 형태로 쓰고 있다. 브런치 작가 일주일 차인 지금 나는 브런치에 제법 재미를 붙이고 있다 :) 브런치 작가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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