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베를린도 그만의 매력이 있다
한편 베를린에서는 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혼자만의 시간은 이번에도 나를 발견하고, 사색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베를린에서의 추억을, 그리고 그 기대를 또 다른 방식으로 느끼고 회수할 수 있었다.
첫날 밤 혼자 나와 베를린 필하모닉을 보러 갔다. 직접 오케스트라 공연에 와서 보는 건 사실상 처음이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스피커로만 클래식을 들으며 나는 클래식을 좋아한다,라고 세뇌하는 기분이었는데 정말 내 취향이 맞는 것을 확인받는 순간이었다.
특히 이번 곡은 드보르작의 교향시 산비둘기였고, 가기 전 곡에 대해 열심히 공부해 갔다. 교향시인 만큼 곡을 따라 흐르는 스토리가 있는데, 연주를 들으면서 악상을 생각하니 20분이라는 긴 시간이 정말 5분처럼 빠르게 흘러갔다.
마치 영화를 본 듯이 생생한 바이올린과 관악기 소리들이 소름 돋게 감명 깊었다. 특히 마지막 하이라이트, 결혼식이 끝난 뒤 다시 비둘기 소리가 들리는 장면을 묘사하는 부분은 정말 그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요즘 클래식에 빠져 산다. 산비둘기는 지금도 자주 듣고 있고, 악기도 배우고 싶어 찾아보고 있다. 여행에서 발견한, 또는 확정된 나의 새로운 취향이다.
한편으로는 스냅사진도 찍기도 했다. 예전의 나를 둘러보았을 때, 나를 제대로 찍은 사진이 생각보다 별로 없었다. 그래서 31살의 나, 가장 나 다운 곳, 내가 선택한 도시에서 스냅사진을 찍었다. 베를린에서 내가 나 다울 수 있는 건 베를린의 모두가 자기답고, 8년 전 왔을 때 그 분위기에 푹 빠져 다시 오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진작가를 오일리님으로 선택한 이유도, 사람들을 물론 예쁘게 찍지만 그의 사진스타일이 무언가 베를린에 걸맞고, 그래서 그것이 가장 나 다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결과는 대만족.
만족하는 사진으로 그래서 회사 메신저 프로필 사진도 바꾸었다. 내가 가장 나다운 곳에서 찍은 사진. 한동안은 이 사진이 내 최애사진이 될 것 같다.
마지막 날, 친구들은 오전비행기로 먼저 떠나고 나는 오후비행기라 혼자 베를린을 돌아다닐 시간이 있었다. 혼자만의 쇼핑을 하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코스에 들어갔는데 한국 옛날 노래가 나오더라. 정말, 올드케이팝은 전 세계가 추앙하는 힙이 될까.
친구와의 베를린은 나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시간이었다면, 혼자만의 베를린은 역시 나를 나답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다음에는 베를린도 혼자 와서 새로운 느낌을 받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