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2] | 같이 또 따로

혼자만의 베를린도 그만의 매력이 있다

by 구민기

한편 베를린에서는 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혼자만의 시간은 이번에도 나를 발견하고, 사색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베를린에서의 추억을, 그리고 그 기대를 또 다른 방식으로 느끼고 회수할 수 있었다.


IMG_6051.jpeg?type=w773
IMG_6052.jpeg?type=w773

첫날 밤 혼자 나와 베를린 필하모닉을 보러 갔다. 직접 오케스트라 공연에 와서 보는 건 사실상 처음이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스피커로만 클래식을 들으며 나는 클래식을 좋아한다,라고 세뇌하는 기분이었는데 정말 내 취향이 맞는 것을 확인받는 순간이었다.


IMG_6068.jpeg?type=w773

특히 이번 곡은 드보르작의 교향시 산비둘기였고, 가기 전 곡에 대해 열심히 공부해 갔다. 교향시인 만큼 곡을 따라 흐르는 스토리가 있는데, 연주를 들으면서 악상을 생각하니 20분이라는 긴 시간이 정말 5분처럼 빠르게 흘러갔다.


마치 영화를 본 듯이 생생한 바이올린과 관악기 소리들이 소름 돋게 감명 깊었다. 특히 마지막 하이라이트, 결혼식이 끝난 뒤 다시 비둘기 소리가 들리는 장면을 묘사하는 부분은 정말 그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요즘 클래식에 빠져 산다. 산비둘기는 지금도 자주 듣고 있고, 악기도 배우고 싶어 찾아보고 있다. 여행에서 발견한, 또는 확정된 나의 새로운 취향이다.

MRTM-002.jpg?type=w773

한편으로는 스냅사진도 찍기도 했다. 예전의 나를 둘러보았을 때, 나를 제대로 찍은 사진이 생각보다 별로 없었다. 그래서 31살의 나, 가장 나 다운 곳, 내가 선택한 도시에서 스냅사진을 찍었다. 베를린에서 내가 나 다울 수 있는 건 베를린의 모두가 자기답고, 8년 전 왔을 때 그 분위기에 푹 빠져 다시 오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MRTM-049.jpg?type=w773

사진작가를 오일리님으로 선택한 이유도, 사람들을 물론 예쁘게 찍지만 그의 사진스타일이 무언가 베를린에 걸맞고, 그래서 그것이 가장 나 다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결과는 대만족.


MRTM-066.jpg?type=w773

만족하는 사진으로 그래서 회사 메신저 프로필 사진도 바꾸었다. 내가 가장 나다운 곳에서 찍은 사진. 한동안은 이 사진이 내 최애사진이 될 것 같다.


IMG_6338.jpeg?type=w773

마지막 날, 친구들은 오전비행기로 먼저 떠나고 나는 오후비행기라 혼자 베를린을 돌아다닐 시간이 있었다. 혼자만의 쇼핑을 하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코스에 들어갔는데 한국 옛날 노래가 나오더라. 정말, 올드케이팝은 전 세계가 추앙하는 힙이 될까.


친구와의 베를린은 나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시간이었다면, 혼자만의 베를린은 역시 나를 나답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다음에는 베를린도 혼자 와서 새로운 느낌을 받아봐야겠다.

이전 08화베를린[1] | 따로 또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