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물 2, 군에서 누군가에게 쓴 편지
物性
1. 물질이 가지고 있는 성질.
물성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디지털과 물성, 그리고 아날로그. 손에 만져지는 것. 부드러움과 까슬거림. 나무는 온도가 없음에도 만지면 왜 그리 포근하고 따스할까요? 實存과 實在. 손에 잡히는 것에 대한 갈망은 끝없이 허망한 마음을 채워줄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일까요.
필름을 다시 말고, LP판을 찾고, 종이 책이 아직도 뽑아져 나오는 건 단순히 “인덕션이냐 숯불이냐. 음식은 역시 숯불이지, 확실히 맛이 달라”와는 다른 결의 문제일 거예요. 만져지는 것에 당연한 욕망(?)이라기도 웃기고 그냥 당연한 것이지 않을까요. 손에 잡히는 것에 대한 갈망. 실재하지만 우리 손에 만져지지 않는 것을 소중히 하려면 그들을 끝없이 껴안고 보듬고, 상기해야 하는데, 요즘은 음악도 사진도 문장도 그렇게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책 편식을 좀 피하고자, 또 때마침 잡지 편집 공부도 하고 싶어 독립 잡지를 몇 부 사서 읽고 있어요. 최근에 읽은 [Bear]vol.10 Memory에서는 기억에 대한 여러 물질을 다루고 있는데, 이 부수를 읽으면서 “물성”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잡지에서 LP도 다뤄졌지만 관심 분야도 아니고 잘 모르기도 해서 마지막까지 안읽고 남겨뒀는데 막상 읽어보니 흥미로운 부분이 꽤나 있었어요.
LP 한 장 에 4GB의 내용물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블루레이 영화 한편 정도가 영상이 아닌 음악적 정보로 담긴다는 것이 참 신기하더군요. 확실히 풍성하고, 듣기도 편할 것 같더군요. CD는 그에 비해 300MG 정도라더군요. MP3 파일은 그마저 10분의 1 밖에 담기지 못한다고해요.
하지만 LP나 LP플레이어를 살 여유는 없어 CD를 사 모아볼까 해요. 그게 제 수준에 맞지 않을까 싶어요. 책방을 열면 CD 플레이어를 하나 두고 스트리밍 대신 틀어 두려고 해요! 좋은 노래들이 너무 쉽게도 우리 삶에 당연히 깔리는 배경으로 전락해버리는 건 아쉬우니까. 듣고 싶은 노래가 있다면 CD를 들고 책방을 찾아주세요.
자우림, 9집 Goodbye Grief
스물다섯 스물하나
슬픔이여 이젠 안녕
자우림, 10집 Jaurim
있지
자우림, 6집 Ashes to Ashes
샤이닝
자우림, 7집 Rubby Sapphire Diamond
Something good
마음이 애일 정도로 날이 추우면, 따뜻했던 날들의 영상을 자주 찾아봐요. 날이 좋은 날은 물론, 따뜻한 시골집 바닥에서 보낸 겨울을 떠올려요. 그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찍은 영상들이 되게 정겨운 순간들이 많아요. 영상을 통해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 고양이 울음소리, 타타타타닥 가스버너 켜지는 그 공간의 소리 같은 것들도 마냥 좋아요. 움직임에서 드러나는 누군가의 반가운 습관 같은 것들도 참 좋고.
같은 잡지에서 책장을 몇 장 더 넘기면 정신과학과 기억에 관한 글 도 있었어요. 이 주제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사람이 기억을 미화하는 것이 생존본능에 기반해 있다는 부분. 평생 가지고 살 수 있는 기억 들, 혹은 의도치 않게 가지고 살아야 하는 기억들이 많으니. 카메라를 들고 영상을 조금 더 찍고 싶어 졌어요. 사진을 너무 오래 좋아해서 다른 매체에 대한 일시적인 관심일 수도 있고 영상이 애초에 가지고 있던 매력일 수도 있죠. 영화를 찍는 친구들은 이런 과정을 저보다 먼저 거쳐서 영화인이 되어가는가 생각도 해보고 그랬습니다.
2020-01-30(목) 20:39
민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