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아이들
우리 삶에서 당연히 여겨지는 것은 대개 어려서부터 줄곧 배워온 것일 터입니다.
예를 들어 어려서부터 저희 집은 아빠만 금수저로 밥을 먹었고, 아빠가 수저를 들기 전에 식사를 시작하는 일은 결코 없었습니다. 가부장 권위를 드높이기 위한 방법이지만, 막상 생각해보면 별다른 이유 없이 만들어져 토착화된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고정된 성역할이나 성고정 관념 역시 많은 부분 어린 날들의 영향이 클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넘어서 다양성에 대한 협소한 시야 역시 그렇겠죠.
대학교 1학년의 여름방학 때, 가족의 권유로 유럽에 60일간 지내다 왔습니다. PRIDE 시즌을 한 달이나 앞두고 있었음에도 거리에는 많은 무지개 깃발을 볼 수 있었죠. 관공서부터 시작해, 일반 가정주택, 기업형 슈퍼마켓 등 정말 곳곳에서 무지개 깃발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었답니다. 정말 많은 사람이 성소수자를 지지하고 PRIDE 시즌을 자축하고 축하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정말 훈훈했죠.
거리의 매장마다 쇼윈도에 무지개 빛으로 사랑을 그려내는데, 정말 멋졌어요.
제가 가장 문화적인 다름을 느꼈던 부분이 아이들의 작은 손에 꼭 쥐어진 무지개 깃발이었습니다. 이곳의 아이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지향성을 숨기지 않는 것이라는 걸 배우고, 다른 색깔의 사랑을 포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마음껏 표현하고 또 지지할 용기와 힘을 얻습니다. 이 어린 나이 때에! 반면 많은 다른 국가에선 아이들에게 비(非) 이성애적인 사고와 행동에 대해 경각심을 심어주는 어른들이 대부분인 걸요.
누군가의 부모는 아이의 두 손에 Pride flag를 쥐어줍니다. 하지만 어느 부모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소방차를 갖고 싶다는 아이의 머리맡에 인형놀이 세트를 가져다줍니다. 이를 보고 우리의 아이들에게 규격화되고 협소한 사고들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종종 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홀로 이 구조 안에 스스로를 욱여넣거나 규격을 타파하기까지 많은 상처를 입고 속앓이 하는 일은 더욱 없었으면 좋겠어요.
어린 시절에 가까운 어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배우고 익혀온 감각은 한 사람의 깊은 무의식이나 습관으로 잔존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아직도 많은 성소수자가 자신을 옳지 않다고 판단하거나 지향성을 숨기고 살아가고, 성소수자의 존재를 몰랐던 사람은 낯선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혐오 세력까지 형성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아이들의 유아-아동-청소년기에 접하는 서적의 중요성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도 요즘 서점을 찾으면 좋은 아동문학이 점점 많아져서 다행이란 생각을 합니다. 다양성은 정말 멋져요. 우리의 삶이 더욱 풍요롭게 변화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러니 아이들에게 좀 다 다양하고 넓은 또 스스로의 모습을 온전히 가지고 살아갈 세상을 만들어주는 건 어떠실까요?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건, 우리가 아닌 아이들일지도 몰라요.
오늘 제가 아이들(자녀, 동생, 조카, 학생들)과 함께 읽어보실 수 있는 몇 권의 책을 추천해드리겠습니다. 아이들에게 다양성에 대해 계속해서 이야기해주시면, 아이들은 비단 성지향성이나 정체성을 벗어나 우리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색을 모두 발현할 수 있을 거예요.
“엄마 이 그림 좀 봐 남자가 치마를 입고 있어”
“삼촌 왜 여자들끼리 뽀뽀해?”
아이들의 이런 질문에 기겁해서 아이의 눈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너도 마음껏 너 자신을 표현하렴.”
“우리는 누구든 사랑할 수 있단다.”
말해줄 수 있는 어른들이 많아지는 사회를 기대해봅니다. 좋은 아동문학도 더욱이 많아지길 바라고요!
책 : 여자와 남자는 같아요.
저자 : 플란텔 팀 글 / 루시 구치에레스 그림
펴낸 곳 : 도서출판 풀빛
책 : 꽁치랑 뽀뽀하면 안 된다고?
저자 : 이채 글 / 서희 그림
펴낸 곳 : 이야기 채집단
책 : 첫사랑
저자 : 브라네 모제티치 글 / 마야 카스텔리츠 그림
펴낸 곳 : 움직씨
책 : 소년과 소녀, 멋진 사람 되는 법
저자 : 윤은주 글 / 이해정 그림 / 서한솔 감수
펴낸 곳 : 사계절
다른 좋은 책도 너무 많겠지만, 읽어보고 가까이서 만나 본 책 위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