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물 6, 군에서 누군가에게 쓴 편지
향은 아주 중요해요.
한 향수 가게의 직원이자 해리성 기억장애를 앓는 인물로 연극에 올랐을 즈음에 모든 향이 나는 것에 코를 대고 살았어요. 무대와 객석에서 향은 상당히 낯설고 흥미로운 것이었어요. 극장에 들어섰을 때 쿰쿰한 지하 냄새나 곰팡이 냄새가 아니라 향초와 디퓨저의 온갖 향이 부유한다면 얼마나 낯설고 가슴 설렐까 생각했어요.
시각은 이미 우리 감각의 대부분을 차지하니 익숙하지 않은 향이 코에 머무를 때 우린 그 순간과 쉽게 사랑에 빠지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기겠죠. 관객들에게 그런 순간을 만들어 오래 우리를 기억해주기를 하는 바람이 있어 공연에 앞서 객석에 쉴 새 없이 향이 나는 것을 뿌렸던 기억도 있어요.
올리브영 향수 코너에 쭈그리고 앉아 손목부터해서 넙데데한 팔뚝까지 빈틈없이 다른 향을 뿌려 향을 맡았었죠. 비가 오는 날이면 떨어진 꽃잎에 무슨 향이 날까 꽃잎을 모으기도 했어요.
그때부터는 좋은 향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컸고, 온전히 나의 향을 가지고도 싶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어느 순간을 향으로 기억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런 기억을 되새길 향을 만드는 것 역시 마법 같고 좋은 일이라 생각해요. 기억하고 싶은 날에는 오늘을 닮은 향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죠. 추억하는 일은 너무도 값지기에.
> 난다 < 출판사의 서포터즈로 활동하면서, 두 번째로 선물 받은 책은 조향사의 글이 담긴 에세이집이었습니다. 작은 향수 샘플의 두 개가 동봉되었는데 향이 정말 좋아요. 손목에 조금 뿌려두니, 책장을 넘기다 한 번씩 향이 코 앞을 스쳐 지나가요. 무형이라는 것. 언제나 사라질까 잊힐까 두려워하자, 두 손에 담을 수 없는 것이 너무도 소중해지는 경험을 해본 적 있으신가요? (향이 좋았던 샘플을 사려고 찾아보니 10만 원 돈이더라고요. 10만 원 이상의 소비는 아직 익숙지 않아, 아직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향은 뇌리에 깊게 박힌 기억을 빼내는 열쇠라고도 표현해요. 향은 정말 작은 향료를 쌓아 올리며 향을 만든다고 해요. 세심해야 하고 늘 집중해야 하는 일은, 모든 것을 크게, 크게, 대용량으로 처리하는 우리의 오늘날에 매력적으로 비치는 것 같아요. 흔치 않은 것이잖아요. 편하고 쉬운 건 이제 너무 쉽게 잊혀버릴 정도로 우리는 많은 것을 받아들이는 삶을 살고 있지 않던가요?
연극을 준비하면서 대본 뒤에 조금씩 메모하던 기억이 나요. 베이스 노트는 향의 기본 성격을 결정하며 옅은 잔향을 남기고, 시트러스는 감귤류, 머스크는 사향, 사향노루의 분비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