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물7, 군에서 누군가에게 쓴 편지
군대 두 번째 휴가 때였나, 강릉에 갔어요. 바닷가 변에 울창한 나무숲이 있었죠. 키가 크고 단단한 나무 기둥 사이에 평상에 누워 잠든 적이 한숨 푹 잔적이 있어요. 사진기도 있고, 야외인데, 그런 걱정 없이 개운하게 푹 잔 기억이 있어요. 1년이 지나 비슷한 온도를 느끼니, 그때처럼 밖에서 낮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산 채로 바다 모기의 재물이 될 수도 있어 지금은 못하겠다만, 그때의 기억은 그 자체로 너무 소중해요.
잠은 너무 소중해요. 정말 수맥 때문일까, 배에 있을 때부터 옅은 꿈을 많이 꾸기 시작했어요. 어쩔 때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꿈을 꾸다보면, 깨고 나서도 한동안 앉아서 꿈과 현실의 극을 줄이는 시간을 보내야 했어요. 육지에 오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경찰서에서도 비슷하네요. 집에 가서 자면 좀 덜해요. 그래도 저는 잠을 잘 자는 편이에요. 크게 생각할 거리가 없는 날이라면 말이죠. 그게 참 다행이기도 하고, 언젠가 잠을 잘 못 자는 날이 오게 될까 두려워요. 불면은 진짜 무서운 증세인 것 같아요. 아무도 그 병세를 모르지만, 혼자서 점점 지치는? 그런... 생기를 좀먹는다고 표현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요. 자고 싶다고 잘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잠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보면 잠들 시간은 점점 더 멀어지는 경험 해보신 적 있나요? 마음먹은 대로 이내 잠들 수 있는 오늘에 감사해요.
아이유의 밤 편지 이야기는 들어본 적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 궁금하지만 그 사람의 잠을 깨우기 싫어 반딧불을 보낸다는 가사라고 들은 적 있어요. 그게 사랑인 것 같다고. 그런 순간에 정말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내 품에 안긴 사람보다 늦게 잠들고, 더 일찍 일어나서 그 사람의 자는 모습을 조용히 볼 수 있다는 것.
온갖 꿈을 꿔요. 제가 복무 중인 군산도 꿈속에서는 엄청나게 다른 모습이에요. 재밌는 건 그 모습이 일회적으로 사용되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며칠 몇 달이 지나고도 그 꿈속의 군산이 나와요. 비슷한 분위기와 비슷한 감정을 나누는 꿈속의 공간. 어제는 오랜 친구랑 불꽃놀이를 보려고 익숙한 군산의 루프탑에 가는 꿈을 꿨어요. 물론 실존하진 않는 가게지만. 꿈, 참 재밌을 때도 많고 참 지칠 때도 많아요. 꿈속의 군산은 조금 더 청량한, 풀숲에 둘러싸인 바다 관광지 느낌이에요.
생각해보면 "좋은 꿈 꿔"는 상당히 재밌는 말이에요.
우선, 우리는 매일 꿈을 꾸지만 그 꿈을 모두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요. 꿈을 기억하는 날이면 그 날은 유난히 잠에 깊게 들지 못하여 피로한 날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꿈도 꾸지 말고 푹 자라는 것 말도 누군가에겐 정말 달콤한 말일지도 모르죠. 아니면 기억하지 못할 꿈이지만, 그 꿈마저 좋았으면 좋겠다는 뜻의 좋은 꿈 꿔도 상당히 낭만적인 말이네요. 기억에 남지 않는 너의 무의식조차 평온할 정도로 너의 밤이 좋았으면 좋겠어.
마지막으로 조금 피곤할 지라도, 조금 개연성 없고 비현실적일지라도 네가 재밌는 꿈속의 세상에서 잠시 즐겁기를 바란단 뜻이면 어떨까요. 그 꿈속의 세상이 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지를 저는 알아요. 그래서 저는 마지막이 가장 좋긴 해요.
참 그리고 사랑 제일교회와 코로나 19의 재확산, 다시 한번의 출타 제한... 이건 정말 꿈같았어요. 이 소식을 듣고 나서 아침에 깨고 나서처럼 이 현실과 꿈의 간극을 줄여보려고 시도했는데, 우습게도 이건 현실이더군요. 어떻게 이렇게 꿈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놓고 이걸 현실이라고 제게 가져다주시는지.
계획했던 것들이 다 무너지고 있어요. 그래도 전 조금 짱 쎄졌으니까 버텨낼 수 있어요.
어지러운 팔월 이십이일
이민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