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걸 주워 모으자

발행물8, 군에서 누군가에게 쓴 편지

by 민성

시집을 넘기다 아름다운 문장을 외웁니다. 인스타그램 속 아름다운 사진의 구도를 익히고, 급식실에서 만난 친구의 아름다운 품성을 배우고자 합니다. 영화나 소설 속 아름다운 장면이 있으면 꼭 제 삶에도 그 장면을 재현하고자 노력합니다.

한때 애인이 저를 외모지상주의자라고 부르면 탐미주의자라고 스스로를 변호했습니다. 우린 모두 아름다운 것을 굉장히 좋아하니까요. 그 어떤 이질감 없이 보이는 것에 집중했고, 쉴 새 없이 세상에 아름다운 걸 주워 모았어요. 그게 언젠가 제게 체화될 것이라 여겼죠. 제가 내뱉는 문장이 늘 아름답길, 의도치 않아도 제게서 나오는 모든 것이 아름답길 간절히 바랬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해요. 따뜻한 걸 좋아하고, 보고 있자면 웃음 지어지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렇기에 꼭 그런 존재가 되고 싶었어요.

글을 정리하면서 느낀 것은 글쎄, 나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설령 내게서 나오는 것이 아름다워 보인다 해도, 난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순간이 많아요. 고2때부터 써둔 일기를 차곡히 쌓아놓고 필요할 때마다 들쳐보는데, 어떤 마음으로, 어떤 생각으로 쓴지도 모르겠는 글이 있더군요.

아름다운 것을 품에 안고 놓치지 않으려 애를 쓰지만, 더 이상 빛을 발하지 않을 때, 공허함을 아마 처음 느껴본 것 같아요. 무언가 허울만 있고 텅 빈 느낌. 왜 내 곁에선 빛나지 않지? 분명 아름다웠는데, 놓치지 않기 위해 꽉 쥐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동화책을 쓰는 법에 대한 책을 읽으며 조금 더 세상을 배우고 있어요.

책에선 모두가 사랑할 동화를 쓰는 건 불가능하다고 얘기해요. 그렇기에 단 한 명의 내포 독자를 설정해 글을 쓰라고 이야기하죠. 한 명의 독자를 위한 동화가 세상에서 유일한 동화가 되어줄 테니까. 그 한 명의 독자를 위해서만 동화를 계속 갈고닦으면 되는 것이죠. 다른 작가가 쓰는 방법이나 모든 독자들의 취향에 날 세우고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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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적어도 저는)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만 같아요. 이 사람이 날 싫어할까, 날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고 여기죠. 근데 모두가 사랑하는 가게의 장사가 잘되는 것이 아니고, 모두가 사랑하는 동화는 있을 수 없다는 것. 모두가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빛날 것 같지만, ‘모두’에게 사랑받는 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주위에선 제가 늘 아름다운 것을 주워 모은다는 것을 알기에 어제만 해도 아끼는 사람에게 카페의 이름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그 책을 읽고 그에게 답했던 건 “우선 스스로가 좋아하는 걸 찾고, 사람들이 그걸 좋아하게 만들면 될 것 같아”였어요. ‘예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마음이 공감받고 전해지면 너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은 좋아하겠죠. 그게 정말 건강하게 아름다울 수 있는 방법이지 싶어요. 수없이 바뀌는 트렌드와 사람들의 취향 사이에서 사랑받기 위해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하는 것도 물론 멋지지만,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아요. 신경도 많이 쓰이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고이 모셔두고 계속해서 가꾸고, 광이 나게 닦으면 사람들, 모두는 아닐지 몰라도 그 뜻을 같이 해줄 멋진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동화의 단 한 명의 내포 독자를 우선 저로 선택하는 거죠.


내가 날 좋아하면, 사람들도 날 좋아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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