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단상실 4

by 신호수

 오늘은 손가락을 조금 썰었고 싸구려 와인이 쓰레기 맛이 났고 책과 음반 영화를 소비했고 알바 하나를 도저히 못 하겠어서 그만 뒀고 전 애인에게 나를 이해하니 미워하지 않겠다는 문자를 받았다 떨어진 사진을 줍지 않고 그 빈자리를 마냥 바라보는 일을 하고 있다 알바를 견뎌내지 못 한 이유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볕드는 곳, 작은 인간과 그를 축복하는 부모들의 비위를 맞추는 일 예식을 견디지 못 하겠는 이유가 뭘까 그 마음들이 내게는 버겁다 전 애인은 그런 식으로 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절대 하지 못 할 거라고 저주했다 아마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난 전부터 간결한 걸 싫어했는데 요즘은 모르겠다 문학적인 표현을 하지 못 하게 되었다고 느낀다 몇 년 전에는 착하지 말고 남 탓하며 살자고 했는데 결국 나를 좀먹는 행위임은 다름이 없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부정적인 감정을 밖으로 내뱉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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