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난 혼자가 되었다#4

by 달민

사랑과 파혼 – 상처와 이별


20대의 전부라 믿었던 남자친구는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불안하기만 했던 나를 붙잡아주었고, 그렇게 행복이 시작되는 듯했다. 남자친구의 부모님은 나를 친딸처럼 대해주었다. 엄마가 없던 나에게 그의 어머니는 처음으로 따스한 엄마의 품이 되어 주었고, 늘 바쁘셨던 아버지를 대신해 그의 아버지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지칠 때마다 건네주던 위로는 내 슬픔을 덜어주었다. 그 시간은 내게 처음으로 ‘가족의 온기’를 알려주었다.


그렇게 1년 반이 흘렀다. 어느 날, 술에 취해 잠든 남자친구 옆에서 우연히 그의 휴대폰을 보게 되었다. 거기에는 첫사랑과 주고받은 메시지가 남아 있었다. “잘 들어갔어?”라는 짧은 안부와 함께, “전에 네게 했던 행동들 미안해. 시간 되면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 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불안이 가슴 깊숙이 자리 잡았다.


그날 이후 나는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다. 직장에서는 괴롭힘에 시달려 몰래 화장실에서 울었고, 작은 실수조차 두려워졌다. 그런데 나를 붙잡아주던 남자친구마저도 믿을 수 없게 되자, 삶 전체가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결국 그는 무릎을 꿇고 사과했지만, 그 장면이 반복될 때마다 나는 집 앞 강가 의자에 앉아 몇 시간을 울어야 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 믿었지만, 결국 2년 동안 눈물이 내 일상이 되어버렸다.


내 불안은 또 다른 증거로 이어졌다. 남자친구가 전 여자친구의 SNS를 검색한 기록을 발견했을 때, 그 순간 내 마음속 불안은 확실한 ‘의심’으로 바뀌었다. 물론 그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그 행동 하나하나가 나를 점점 갉아먹었다. 믿음이란 단어는 그때부터 내 사전에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친언니에게 남자친구를 소개하던 날도 잊을 수 없다. 운전을 하던 그는 욕설을 내뱉었고, 언니는 깜짝 놀라며 나에게 물었다. “꼭 결혼을 해야겠니? 가족으로 맞이하기에는 부족한 사람 같아.” 언니의 말은 내 마음 한편에 오래 남았다. 하지만 나는 이미 결혼 준비에 들어간 상태였고, 일과 사랑 모두에 지쳐있던 나는 차마 발을 빼지 못했다.


그 무렵, 친구와의 관계도 흔들렸다. 결혼 준비가 순조로웠던 친구와 나를 비교하며 나는 자격지심에 시달렸고, 결국 작은 말다툼 끝에 관계마저 틀어졌다. 일도, 사랑도, 친구도 모두 끝이 났다.


가난한 집안 사정은 또 다른 무게로 다가왔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부양하던 아버지에게 여유란 없었고, 나는 남자친구의 어머니에게 울면서 예물은 하지 말자고 부탁했다. 처음에는 이해해 주는 듯했지만, 결국 예물 이야기가 다시 나오고 돈 문제가 오갔다. 사랑으로 시작한 결혼이 ‘집안의 결혼’으로 변해가는 순간이었다.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은 내 마음을 차갑게 돌아섰다.


결국 사랑도, 일도, 결혼도 모두 끝이 났다. 파혼 후 3~4개월 동안 나는 술에 기대어 하루하루를 버텼다. 의지할 곳 없는 자취방은 텅 비어 있었고, 그곳에서 나는 일도, 친구도, 사랑도 잃은 채 20대 중반을 홀로 마주해야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암흑기조차 내게는 큰 배움이 되었다. 살아가다 보면 상처와 변수는 언제든 찾아온다. 중요한 건 그것이 나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수요일 연재
이전 04화어느덧 난 혼자가 되었다#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