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의 단계 – 몸과 마음의 작은 쉼
조금씩이라도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우울에 잠식되고 싶지 않았다. 하루하루 쌓여만 가던 원룸의 쓰레기를 치우고, 이불을 빨아 햇빛에 널어두었다. 마치 내 마음을 정리하듯 그렇게 작은 일부터 다시 시작했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고민 끝에 예전에 일했던 병원 일을 떠올리며 원무과에 입사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채 서둘러 들어간 탓인지 적응하지 못했고, 입사와 퇴사를 무한히 반복했다. 그때 친언니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지금 마음도 외롭고 무기력한데, 돈 때문에 억지로 일을 하면 더 무너질 수도 있어.”
그 말을 듣고 한참을 생각했다. 맞다, 하고 싶은 게 없다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지금의 직장에 들어오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을 극도로 싫어하고 믿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던 내가 고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다.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맛집 협찬까지 들어왔다. 그때 깨달았다.
‘아, 해봐야 아는구나. 해보면 새로운 길이 열리는구나.’
물론 모든 날이 괜찮은 건 아니었다. 밤마다 쌓여오는 감정을 억누르려 했지만, 어느 날은 결국 감당할 수 없어서 한 시간 내내 울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을 거의 잃은 나는 오직 친언니에게 의지했다. 외로워하는 나를 위해 카페도, 밥집도 데려가 주던 언니의 손길이 지금 생각하면 너무 고맙다.
조금씩 숨통이 트이던 어느 날, 오랜만에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내 이야기에 공감해 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그 순간이 고마웠다. 그런데 우연히 본 카톡 알림 속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얘 진짜 X 같아.”
친구들이 “왜 그렇게 말해?”라고 답한 메시지까지 함께 보았다. 그 순간 또다시 가슴이 무너졌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끝없이 자책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니 알 수 있었다. 그 친구는 단지 나를 담아낼 그릇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내 깊음을 이해할 만큼 준비된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상처와 회복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다시 우울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 과정 속에서 분명히 알게 된 것이 있다.
회복은 단번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작은 쉼과 흔들림을 거듭하며 천천히 자라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