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시작 – 할머니 품에서 자라다
내 인생의 첫 페이지는 언제나 할머니의 품과 닿아 있다.
바쁜 아빠는 늘 집을 비웠고, 나는 어린 마음에 외로움을 달랠 곳을 찾았다.
할머니는 항상 따뜻한 손길로 나를 감싸주셨다.
그 마음을 어렸을 적 나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내가 조금은 야속하다.
깨끗한 신발 한 켤레가 간절했던 나는,
떼쓰는 나를 위해 할머니가 꼬깃꼬깃한 지폐 몇 장과 동전이 가득한 저금통을 깨서 신발을 사주셨다.
그 뒤에는 항상 장칼국수집에 가서 두 그릇이 아닌 한 그릇 곱빼기를 시켜 나눠 먹었다.
허겁지겁 먹던 나와 먹는 나를 흡족하게 바라보시던 할머니,
그와 함께 사장님의 안쓰러운 눈빛과 공깃밥이 지금 생각하면 눈물 나는 추억이다.
소풍 가던 날, 김밥을 말아주며 “잘 다녀와라” 하시던 할머니의 말에 부끄러운 듯 도시락을 감췄다.
다른 친구들은 유부초밥과 맛있는 음식이 가득했는데, 왜 나만 초라한 김밥일까.
과일 하나 없던 내가 참 부끄러웠다.
지금 돌이켜보면, 고민하다 저금통을 깨던 할머니가 김밥 재료를 살 때, 지폐 한 장 꺼낼 때 얼마나 돈 걱정에 근심이 가득했을지 짐작이 간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나는 수영을 시작했다.
엄마들끼리 모여 돈을 모아 수영부 간식을 사주셨다.
유복하지 않았던 나는 엄마들의 험담 속에서도 아무 말 없이 친구네 어머니의 보호를 받았다.
감독님도 나를 아껴주시고, 더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셨다.
행복이 컸던 탓일까, 물질에 굴복한 나는 초등학생 마지막 해에 수영부를 그만두었다.
중학생이 되기 전부터 나는 스스로를 지탱해야 했다.
그때부터 ‘혼자’라는 단어가 내 삶의 한 부분이 되었다.
홀로 버티고 홀로 달리는 법을 배워야 했던 그 시간들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비록 외로웠지만, 그 속에서 나는 나만의 힘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