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 발견한 가능성

"내가 잘할 줄 몰랐던 것들이, 향을 통해 드러날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의 향기를 대신 만들어줄 일이 생기면

저는 은근히 그 사람을 오래 관찰합니다.


말투, 말속도, 손동작, 눈 깜빡임, 대답 전 머뭇거리는 간격 같은 것들.

“좋아하는 향이 뭐예요?”보다

“이 사람이 어디서 편안해지고, 어디서 한 걸음 물러서는지를 보자.”

이런 생각으로요.


향은 웃기게도,

말보다 행동을 잘 따라갑니다.


단어로는 “시트러스가 좋아요”라고 해도,

실제로 손이 자주 가는 건 머스크 계열일 수 있어요.

그걸 캐치하면 의뢰자는 놀라고, 저는 조용히 흐뭇해집니다.


그럴 때 느낍니다.

아, 나 이거 꽤 잘하는구나.

그동안 내가 모르던 가능성이 이런 식으로 드러나는구나.


조향을 하다 보면 꼭 향료를 조합할 때가 아니더라도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점점 달라집니다.

“이 사람, 오늘 약간 더워 보인다”가 아니라

“지금 같은 공기에서 이 사람은 어떤 향에 안정감을 느낄까?”

이런 식으로 생각이 자연스럽게 흘러가요.


말하자면, 향을 만들며

나는 향만 본 게 아니라 사람을 보는 눈도 자라났구나 싶은 순간들이 생깁니다.


그리고 더 재미있는 건,

그 ‘사람 보는 눈’이 결국 다시 저를 향하기도 한다는 거예요.


예전엔 나는 분석보다 감성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향을 만들면서 “의외로 나는 흐름을 구조화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네?”

하는 걸 알게 되고,


“나는 말로 설명하는 게 서툴러”라고 생각했지만,

시향지에 정리해둔 노트를 읽다 보면

꽤 단단한 문장을 쓰는 나를 보게 되기도 해요.


향을 타고 나를 들여다보는 일.

그게 가능성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어떤 사람은

‘나를 알기 위해 명상을 하고 여행을 떠난다’고 하는데

저는 그냥 향료 뚜껑 열면서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생각보다 가까운 데 있더라고요.

딱, 코 끝 거리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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