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이 많아서 오히려 오래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
저는 겁이 많은 편입니다.
뭘 시작할 때 꼭 3번은 망설이고,
무언가 하기로 해놓고도 한참을 머뭇거립니다.
그러다 결국엔 하긴 하는데,
그 전까지의 머릿속 시뮬레이션이 어마어마해요.
‘안 되면 어떡하지?’로 시작해서
‘망했다’ 시나리오까지 꼼꼼히 다녀옵니다.
정말 성실하게 겁을 먹는 편이랄까요.
처음 조향 클래스를 열기로 했을 때도 그랬어요.
수업 내용을 어떻게 짜야 할지,
향료는 어떤 구성으로 가져갈지,
내 설명이 너무 부족하진 않을지,
그리고… 가장 큰 고민.
“아무도 안 오면 어떡하지?”
그 생각 하나에 한참을 발목 잡혔습니다.
머리로는 알죠.
처음엔 누구나 그런 거라고.
그래도 그 ‘처음’이 나일 땐,
그 단순한 사실도 위로가 되진 않더라고요.
그때 제가 택한 방식은
겁을 없애려 애쓰지 않고
그냥 곁에 두고 조금씩 움직이는 거였어요.
장비를 사고, 향료를 정리하고,
공간을 조금씩 만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아직도 할지 말지 모르겠지만 일단 해보자’는 생각으로요.
그렇게 천천히 쌓아가던 어느 날,
클래스 공지 글을 쓰고,
그걸 게시하는 버튼 앞에서 10분을 넘게 망설였습니다.
다 쓴 글이었는데,
딱 그 ‘공개’ 하나가 너무 어려운 거예요.
그때 제 속마음은 이랬습니다.
“이걸 올리면 진짜 시작되는 건데…”
“근데 아무도 안 오면 나 되게 민망할 것 같은데…”
“그럼 그냥 안 한 걸로 하지 뭐…”
그러다가 어느 순간,
웃기게도 ‘진짜 아무 일도 안 일어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겁먹고만 있으면,
정말 아무 일도 생기지 않겠구나.
그게 더 무서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눌렀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그날 저녁에 첫 문의가 들어왔어요.
클래스 첫날,
제가 긴장해서 허둥대던 걸 눈치챘는지
한 수강생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어요.
“저 사실… 이거 신청할까 말까
며칠을 고민하다가 겨우 왔어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피식 웃었습니다.
아마 우리 둘 다 비슷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고요.
그때 느꼈어요.
겁은 나쁜 게 아니구나.
누구보다 진지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생긴 거고,
그걸 안고도 움직였기 때문에,
이 자리에 내가 있는 거라고요.
도전이란 단어는 가끔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만
사실은 아주 작은 선택 하나에서 시작되기도 해요.
완벽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도 괜찮고,
마음이 여전히 흔들려도 괜찮아요.
처음부터 멀리까지 갈 생각 말고
한 발만 떼는 연습부터 해도 되니까요.
저는 지금도 여전히 겁이 많고,
도전을 앞두면 망설이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겁을 없애려고 하기보단
이제는 그냥 옆자리에 앉혀두고 갑니다.
어차피 사라지지 않을 거라면,
같이 가보자고요.
그렇게 저는
두려움을 넘었다기보단,
두려움과 함께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제 삶에서 가장 ‘도전다운 도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