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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k Oct 22. 2017

어쩌면 어린 왕자의 모티프는 반 고흐가 아닐까?

핌 반 호브- 반 고흐: 위대한 유산


 만약 누군가가 묻는다. 

“살아생전의 부와 명예를 누리며 살다가 사후엔 잊히는 예술가가 되고 싶냐, 생전엔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사후 대중들의 불멸의 사랑을 받는 예술가가 되고 싶냐?” 

답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물론 예술을 하지 않는 범인(凡人)에겐 전자의 유혹이 훨씬 크지만  예술가는 하고 시간의 흐름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싶은 욕망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맘 편하게 후자를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후자의 삶을 살았던 예술가를 알기 때문이다. 


 영화로서 보자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연출, 편집, 스토리의 전개 등에서 매끄럽지 못함을 느낄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로는 반 고흐의 삶을 반 고흐의 조카 빌렘의 삶을 통해 추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기 영화는 으레 주인공의 삶을 철저하게 고증하고 밀착하는 식의 촬영과 편집을 쓰지만 <반 고흐: 위대한 유산>은 삼촌이 남긴 수백 점의 그림을 팔기 위한 조카 빌렘의 여정으로 고흐의 삶을 반추한다.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 구성이 우리에게 다소 어색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실제로 편집과 전개가 허접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원래 2013년 네덜란드에서 4부작 드라마로 방영된 적이 있다. 4부작, 160분의 상영시간을 가진 이 드라마는 100분짜리로 편집해 한국에서 상영된 것이다. 잃어버린 60분엔 스토리 전개나 편집, 연출 등의 매끄러움이 함께 잘려 나갔을 것이고 우리가 보는 100분짜리 영상은 그로 인해 ‘허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고흐: 위대한 유산>는 고흐를 좋아한다면 꽤나 흥미로운 영화임엔 틀림없다. 고흐의 삶, 가치관,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어느 정도 해소해주는 역할은 충분히 소화한다. 우리는 고흐가 미친 나머지 스스로 귀를 자르고 자살을 했다고 알고 있지만 영화는 고증을 통해 새로운 견해를 제시하고 있으니 고흐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반 고흐: 위대한 유산>는 좋은 영화는 아니지만 재밌는 영화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ps- 덤으로 꽃미남 고흐를 만날 수 있다.    


반 고흐라 추정되는 사진                                                  반 고흐 역을 맡은 바리 아츠마  


                             

남은 이야기.    


1- 압생트

낭만주의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빠지지 않는 주제가 압생트다. 

에드가 드가 <압생트를 마시는 여자>,1876

  

빅토르 올리바, <압생트를 마시는 남자>, 1901



 둘은 물론 이 글의 주인공 고흐, 장베로, 마네, 피카소, 헤밍웨이, 랭보, 모파상 등 많은 예술가가 사랑한 압생트. 압생트는 향쑥이 주원료로 쓰이는 독주다. (알코올 도수 40~70%) 당시 가격도 저렴했기 때문에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각광받던 술이었다. 초록의 마주라고 불리던 압생트는 당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던 술이다. 

특히 랭보는 압생트에 대해 ‘푸른빛이 도는 압생트 술이 가져다주는 취기야말로 가장 우아하고 하늘하늘한 옷’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압생트는 인기만큼이나 많은 사회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는데 압생트를 마신 남자가 자기 가족을 살해한 사건 등 여러 범죄가 일어나고 알코올 중독이 되자 1910년 스위스가 먼저 압생트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했고 곧이어 프랑스 역시 1915년에 압생트의 제조와 판매 금지령을 내렸다. 

 다른 해석으론 압생트의 인기가 높아져 와인 판매가 떨어지자 와인 회사들이 정부와 결탁해 압생트의 판매를 금지했다는 주장도 있다. 

 과거 압생트에 쓰이는 주원료인 향쑥이 환각을 일으키는 주원인이란 소문이 있었으나 연구결과 거짓으로 판명됐다. 그러나 압생트에 중독될 경우 황시증(망막 기능이 저하돼 세상 모든 사물이 노랗게 보이는 병)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고흐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강렬한 노란색감은 고흐의 황시증 때문일지도 모른다. 


반 고흐, <해바라기>, 1888~1889


반 고흐, <네 송이 해바라기>, 1887
반 고흐, <까마귀가 나는 밀밭>, 1890



2- 별이 빛나는 밤에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 1889
반 고흐,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19세기

 반 고흐의 말년은 정신병이 지배했지만, 그가 바라봤던 하늘은 이토록 아름답고 몽환적이었다. 누군가는 고흐의 눈으로 밤하늘을 바라보고 싶다고 그토록 소망했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돈 맥클린도 그런 소망을 꿈꾼 모양이다. <Amrecian Pie>로 유명한 돈 맥클린은 빈센트 반 고흐를 추모하는 곡인 <Vincent>란 서정적인 멜로디의 곡을 발표한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보고 감화를 받은 맥클린이 고흐를 이해하며 만든 노래로 알려져 있다.    



<Vincent>- 존 맥클린


https://youtu.be/oxHnRfhDmrk


Starry, starry night 

별이 빛나는 밤

Paint your palette blue and grey 

팔레트를 푸른색과 회색으로 칠해요

Look out on a summer's day 

여름날 밖을 내다봐요

With eyes that know the darkness in my soul. 

내 영혼의 어둠을 아는 그런 눈으로

Shadows on the hills 

언덕 위의 그림자

Sketch the trees and the daffodils 

나무와 수선화를 그려요

Catch the breeze and the winter chills 

산들바람과 겨울의 냉기를

In colors on the snowy linen land. 

흰 화포에 유채색으로 담아요.    

Now I understand 

이제 나 이해해요

What you tried to say to me 

당신이 내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온전한 정신으로 살기 위해 당신이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자유롭게 해주려 얼마나 애썼는지.

They would not listen, they did not know how 

그들은 들으려 하지 않았고, 듣는 법도 몰랐죠.

Perhaps they'll listen now. 

어쩌면 이제는 들을지 모르겠네요.   



(이 노래는 1971년 당시 미국에서는 인기 순위 12위에 그쳤지만, 영국에서는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평생을 자신의 작품이 세상에 인정받길 원하다가 말년엔 별에 가까이하고 싶었던 반 고흐. 

그가 바라봤던 숨 막히는 별빛에서 자신의 작품이 훗날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확인했으면 한다. 


                                                                                                                                                                                                                                                                                                                       

닥터후 시즌5- 10화 中


나는 별을 보면 항상 꿈을 꾼단다. 왜 우리는 별에 더 가까이 갈 수 없을까?

살아서는 별들에게 가까이 갈 수 없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으므로 죽음이 우리는 별까지 데려다주는 수단이다.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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