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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k Jul 18. 2019

달이 차오른다 가자. 웨스 앤더슨- 문라이즈 킹덤

셰익스피어 이래로 거의 모든 이야기는

그가 만들었던 ‘극’의 재생산에 불과하다.

오페라, 뮤지컬, 소설, 광고, 영화 등

우리가 보고 듣고 즐겼던 모든 콘텐츠는

전 세계가 장르를 불문하고

끊임없이 재해석하고 재생산한

셰익스피어의 자식들이다. 

저작권료 내. 이것들아.

그중에서 특히 인기 있는 콘텐츠는

단연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풋풋한 사랑과 이를 가로막는 가문의 대립,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

비극적 결말.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로

이와 비슷한 사랑 이야기는

전 세계에서 창조되고 사그라졌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줄리엣.

그중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작품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문라이즈 킹덤>이 아닐까. 

웨스 앤더슨은 ‘미학적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는 영화에서 다양한 색채,

의도적인 화면 구성을 통해

동화적인 느낌을 준다.

동시에 좌우 대칭 구도,

수평-수직 등 평면적인 화면을 의도적으로 구성해

만화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키덜트라는 평가를 받는 웨스 앤더슨은

자신이 경험하고 싶었던 첫사랑을 소재로 이 영화를 제작했다.

영화는 1965년 9월 가상의 섬

뉴 펜잔스 섬에서 벌어진 이야기로 채워진다.

카키 스카우트 아이반호 캠프에서

'샘 샤커스키'가 실종된다.

알고 보니 그는 카키 스카우트를

탈퇴하겠다고 마음먹은 것.

이 소식을 접한 아이반호 캠프 대장인

'랜디 워드'와 스카우트 대원들

그리고 경찰인 '샤프 소장'이 샘을 찾아 나선다.

동시에 섬 반대편 마을에서 '수지 비숍'이라는 소녀가 실종된다. 알고 보니 둘은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을 키웠고 결국 도피를 선택한 것이다.

이에 섬마을 전체가

둘을 찾기 위해 움직이게 된다.

영화는 이 과정을 동화처럼 사랑스럽게 담아냈다. 대결구도로 보자면 <문라이즈 킹덤>은

어른들과 아이들의 싸움이다.

재밌는 것은 어른 쪽에는 브루스 윌리스,

에드워드 노튼, 빌 머리,

하비 카이텔, 틸다 스윈튼,

프랜시스 맥도먼드 같은

기라성 같은 배우가 출현하는 반면

주인공인 아이들은 신인이다.

샘 역을 맡은 재러드 길먼과

수지 역을 맡은 카라 헤이워드는

이 영화 이전에 연기 경험이 거의 전무했다. 하지만 이들의 연기는 다소 양식적이긴 하지만

크게 거슬리지 않는데 여기에는 아역들의 노력이 숨어있다.

재러드 길먼은 극 중에서 매는 가방을 평소에도 매고 다녔고

카라 헤이워드는 극 중에서 기르는 고양이를

실제로 기르면서 배역을 제대로 소화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서로 감정에 몰입하기 위해 감독의 요구에 맞춰 실제 손 편지를 주고받았다. 

또한, 대배우들은 자신들의 연기력을 과시해

과도하게 감정을 뿜어내거나 몰입하지 않고

감독이 요구한, 절제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딱 필요한 만큼의 감정선 덕분에

다소 부족해 보일 수도 있는

아이들의 연기력과 잘 조화되어

감상에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ㅎㄷㄷ한 라인업

영화 내에서 어른들과 아이들을

 나누어보면 재미있는 것은 하나 더 있다.

바로 어른스러움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영화 내내 철없고 유치한 모습이다.

반면, 아이들은 강한 의지와 조숙함을 지니고 있다.

아이가 어른 같고 어른이 아이 같은 모습은

웨스 앤더슨 영화의 단골 소재이다. 어렸을 적 부모가 이혼한 기억 때문인지

감독 영화에는 해체 직전의 가정,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철없는 어른 캐릭터가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웨스 앤더슨을 관통하고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 준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영상미이다.

자기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가진 웨스 앤더슨은

독특한 미장센을 구상하고 영화를 통해

완벽하게 구현해내는 완벽주의자로 통한다.

특히 그는 수평과 수직을 통해 대칭을 사랑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문라이즈 킹덤>에서 나온 대표적인 장면을 보자. 

하지만 영화의 장면은 묘하게 대칭적이면서

완벽한 대칭은 아니다.

이런 대칭적인 느낌의 비대칭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미장센을 더 아름답고 흥미롭게 만든다. 14세기 일본의 수필가 요시다 겐코가 쓴 <한가한 수필>에는 이런 문구가 나온다.

모든 것에 있어 균일성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인가 남겨두는 것이 더 흥미를 돋우며, 발전의 가능성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대칭적인 구도는 관객들에게 안정감을 주지만

그 안에 존재하는 비대칭은 흥미를 돋우고 지루함을 줄이는 것이다. 더불어 감독은 인물을 수직선상에 배치해 평면적인 화면을 만들다가도

갑자기 인물들의 움직임을 Y축 혹은 Z축으로

이동시키면서 화면의 깊이감을 부여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영화 안으로 퐁당 빠지게 된다. 실제 장면에서 그림으로 변하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영화의 동화성을 사랑스러움을 더하는 감초 역할을 한다.

감독의 앙증맞음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영화가 끝난 후 정신없이 혹은 발랄하게 올라오는

예쁜 폰트의 알파벳들과 데스플라의 관현악 조곡을 악기별로 들려준다. 

마지막까지 동화 같은 아름다움을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웨스 앤더슨의 키덜트 성향을 즐길 수 있다. 

PS- 영상은 프롤로그에 나오는 벤자민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이지만

이 음악 역시 <문라이즈 킹덤>의 동화화를 부추기는 요소임엔 틀림없다. 이 영화는 2012년 65회 칸 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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