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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k Oct 29. 2017

언론, 종교인, 대중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토마스 맥카시- 스포트라이트

 모든 직업이 그렇지만 특히 직업윤리를 지켜야 하는 분야가 있다. 자신의 일이 타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직업들 말이다.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등 말이다. 

 연예인도 그런 면에서 공인이라는 점은 일정 부분 인정한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사는 직업일수록 윤리적 책임이 크다. (물론 우리나라는 그 잣대가 너무 엄격하긴 하다.)


 수 백억대 방산비리, 종교인의 성추행과 사기, 알통 크기가 정치적 신념을 좌우한다는 뉴스를 보면서 분노를 느끼는 것은 그 피해가 오롯이 우리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을 막기 위해선 어떤 장치들이 있어야 할까? 


 그들의 윤리의식이 높아지길 바라고 그에 대한 교육을 하는 건 너무 이상적인 생각이다. 당연히 그래야 하지만 당연한 일을 너무 당연하게 지키지 않고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그런 교육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정 수준까지 급여를 올려주는 것은 훌륭한 예방책이다. 그리고 비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다신 같은 분야에 발을 못 들이고 평생 수치심이 들 정도의 처벌 말이다. 


 언론인 같은 경우에는 개인의 권한을 강화해주고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페널티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모든 관련 기관을 감시하는 단체의 운영도 필요하다. 


 사회가 윤리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참 많은 부분이 필요하다. 해당 기관의 도덕, 감시의 투명성과 강력한 처벌, 대중의 관심 등등. 이런 귀찮은 일을 대신하라고 대중이 권리를 빌려준 것인데 대중이 감시까지 해야 하나 답답하긴 하지만 뭐 어쩔 수 있겠는가.





언론사 '보스턴 글로브'에 새로 온 편집장 마티가 특종팀 (스포트라이트)에게 종교인 성추행에 대한 특집 기사를 쓰는 게 어떠냐고 하자 벤이 반박한다. 

"마티, 특종 팀이 성공해 온 건 직접 주제를 골랐기 때문이에요." 

 그러자 편집장은 질문을 수정한다. "이 주제를 고려해보겠어요?



그리고 특종팀은 편집장이 말한 사건 취재에 들어간다. 과거 게오건 케이스를 맡은 변호사 에릭 매클리시에게 갔지만  피해자는 어리고 언론에 서길 꺼려하고 가해자는 단단한 교회의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처벌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자선단체의 성추행 벌금은 2,000 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하면서. 


 또 다른 변호사 미첼 개러비디언을 찾은 특종팀. 변호사는 특종팀의 집념으로 마음을 열고 피해자를 만나게 해준다. 


필 사비아노라는 피해자는 특종팀을 만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자신은 11살 때 사제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그 과정은 끔찍했다고 고백하면서. 설명을 하던 중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한다. 

 '난 모든 정보를 5년 전에 당신에게 보냈어요.' 

 그러자 특종팀에서 이야기한다. 당신의 기사를 하나 썼다고. 그러자 사비아노는 분노한다.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아요. 이건 거대한 사건이에요. 보스턴아 이나리 나라 전체, 사상의 문제예요. 

난 보스턴에서 아동 성추행한 사제를 13명 알아요.'


 개별 사건이 아니란 걸 깨 다른 특종팀은 집념으로 미첼 개러비디언은 팀에게 피해자를 만나게 해 주고 그들은 기자에게 고백하면서 자신들의 유년시절에 대한 아쉬움으로 눈물과 분노를 나타낸다. 


 그러나 많은 변호사는 직업윤리를 들먹이며 피해자와 당시 사건에 대한 정보를 주길 꺼려한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성스러움을 잃지 않기 위해 개인 간의 합의만 했을 뿐 합의에 대한 자료나 문서를 찾을 수 없게 해놨다.



교회는 거대했고
삶과 가까이에 존재했다.


 개러비디언의 말이 맞았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듯, 한 아이를 강간하려고 해도 마을 전체가 필요했다. 


 타락한 사제, 교회, 피해자의 가족, 법조계와 관련 법률, 언론의 도움으로 이루어진 범죄다. 



교회를 믿은 피해자 가족은 자식의 성추행 사실을 듣고도 숨기는데 급급했고  과거 피해자와 변호사가 준 자료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언론도 사건의 책임에도 자유로울 수 없다. 


 진정한 직업윤리와 한나 아렌트의 'sheer tougtlessness'가 떠오른다. 



마침내 기사가 나오고 특종팀의 레젠데스 (마크 러팔로)는 그들을 도와준 개러비디언에게 신문을 배달한다. 개러비디언은 감사함을 표한 후 의뢰인을 만나러 가야 한다고 급하게 자리를 뜬다. 


의뢰인은 어린아이 2명. 2주 전 자메이카 플레인 교구에게 성추행당한 아이들이다. 여자 하나 남자 하나. 개러비디언은 특종팀 기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keep....... doing your work"



이 영화는 관객의 분노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성추행 장면, 성추행당하는 어린아이의 공포 어린 회상 등의 자극적인 장면이 아니라 담담하게 그들의 과거를 이야기한다. 그 추악한 사실을 덮으려는 시스템에 대해 보여줄 뿐이다. 그런 자극적인 장면을 넣지 않은 이유는 이 이야기는 지금도, 앞으로도 일어날 이야기기 때문이다. 극적인 해결로 관객들의 카타리스즘을 느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앞으로도 일어날 이런 부류의 사건들을 어떻게 방지하고 처벌할 것인지, 각자의 진정한 직업윤리, 시민 윤리, 인권 윤리가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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