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로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사회 고발적인 내용이기에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성격을 갖고 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수치나 인터뷰로 정보를 관객들에게 주입하지 않는다. 다큐멘터리 영화의 성격을 갖지만 결국 이 영화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지병이었던 심장병이 악화된 다니엘은 엿같은 사회보장제도 때문에 결국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화가 날 법도 한데 그는 싱글맘 케이티를 만나 그를 돕는다.
국가가 왜 있어야 하는지, 너무 빠른 삶의 변화로 많은 이들이 잊혀지진 않는지에 대한 고찰과 고발을 담은 이 영화는 보는 내내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분노와 다니엘과 케이티의 우정에서 온탕과 냉탕을 오간다.
콤퓨타를 할줄 몰라 5분이면 끝날 신청서를 몇시간 동안 붙잡고 있다가 결국 포기하는 다니엘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은 컴퓨터를 다룰 줄 알아 난 저런 어려움은 없을거야라고 스스로 위로해보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기술혁신으로 몇 년 뒤에 다니엘의 모습이 내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래서 두렵다. 국가라는 거대조직은 마음만 먹으면 나 하나쯤은 소리소문 없이 없앨수도, 잊혀지게 만들 수도 있다. 코로 설렁탕을 먹일 수도 있고 떵떵거리며 살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 시스템 안에서 개인은 너무도 약한 존재다.
다니엘은 그 시스템 안에서 결국 세상을 떠난다. 사실상 사회적 살인이었다. 좀 더 정확하게 국가의 살인이다. 거대 시스템 안에서 다니엘은 나름 최선을 다했고 눈물나는 우정을 보여줬지만 결국 그는 죽었다.
왜 힘없는 개인이 모여야 하는지, 노조가 왜 필요한지, 저항과 투쟁이 왜 필요한지 이 영화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개인은 너무 약하다. 모여도 약하지만 다니엘 블레이크처럼 최선을 다해봐야지 않겠는가. 우리는 시스템의 노예가 아니라 시스템을 만든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