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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k Oct 29. 2017

나는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가.

구수환- 울지마, 톤즈

아프리카 지도를 보면 다른 대륙의 지도와는 조금 다르다.



자로 재단한 것처럼 깔끔하게 떨어지는 지역 간 구분은 언뜻 보면 좋아 보인다. 그러나 이런 국가 경계선은 아프리카를 내전의 대륙으로 만들었다. 


우리는 아프리카 하면 천혜의 자연, 초원 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실제 아프리카는 내전으로 몸살 중이다. (살짝 과장해서) 바둑판처럼 나누어진 나라 간의 경계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제국주의 시절 유럽의 침략을 받은 대륙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식민지를 해방시키면서 아프리카 역시 유럽의 지배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유럽은 식민지 해방에만 급급했고, 대충대충 나라 간의 경계를 정해버린다. 


이런 과정 속에서 원래 적대적이었던 민족과 같은 나라가 되고, 언어·문화·종교가 다른 부족과 같은 울타리 안에 묶이게 되면서 지금까지 계속되는 내전을 겪게 된다. 



수단도 마찬가지다. 석유나 천연자원을 두고 부족끼리 벌이는 내전 때문에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땅 수단. 수단의 톤즈 마을에서 선교활동을 한 故이태석 신부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가 <울지마, 톤즈>이다.



울지 말라면서 여러 사람 울리는 <울지마, 톤즈>에서 가장 멋있는 장면은 이것이다


(나레이션이 감동을 방해하긴 하지만)


모든 종교인이 이태석 신부처럼 살 순 없다. 그건 종교인이 아니라 하느님이니까. 그러나 그의 가르침 혹은 성경의 가르침대로 종교인들이 노력한다면 분쟁지역에 가서 포교활동을 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이 해당 종교에 귀의하고 싶을 텐데 말이다. 


 물론 내 주변의 종교인은 선량한 사람이 많다. 최근 답도 없는 페미니스트 같은 여성을 본 적이 없듯이,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나오는 개독교인도 본적은 거의 없다. 그러나 내가 만난 대부분의 종교인은 개인적으로 선할 뿐 존경스러울 정도의 봉사를 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자주 교회에 나가진 않지만 존경하는 종교인이 한 명 있는데, 그 이유는 그분이 아프리카 난민을 위해 매달 일정 금액을 기부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직업이 없었을 때도) 


 돈을 벌어본 사람은 안다. 단돈 만원이라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기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돈이 많다고 남을 도울 수 있는 건 아니다. 마음의 여유와 도덕성이 고루 갖추어져야 할 수 있는 것이 '기부'다.

 꼭 경제적 기부가 아니더라도 다른 형태의 기부를 하는 종교인을 본다면 난 기꺼이 존경을 담아 그를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없더라. 그저 매주 교회에 나가고, 성경을 읽고, 밥 먹기 전에 기도 하는 정도가 대부분의 종교인의 삶이었다.  


 LA 다저스 투수 커쇼는 신앙에 대해 이런 명언을 남겼다.



커쇼는 신혼여행도 잠비아로 가 봉사활동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매년 아프리카로 떠나 많은 이들을 돌보고 고아원을 짓고 학교를 세운다. 댈러스 지역에서 야구를 가르치며 재능기부도 한단다. 1988년 생에 불과한 커쇼의 삶이다.



이런 커쇼의 선행이 아름답다면, 이태석 신부의 선행은 처절하다. 실제로 수단 톤즈 지역에서 선교사 생활을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발견한 암으로 결국 톤즈로 가지 못한 이태석 신부. 그의 발자취는 내가 얼마나 하찮은 것에 걱정하고, 하찮은 것에 집착하고, 하찮은 존재인지 깨닫게 해준다. 


 암을 발견하고 가장 먼저 한 말이 "톤즈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그들을 위해 할 일이 너무 많은데"라고 한다. 왜 이런 분을 하늘을 먼저 데려가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신을 믿기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난다. 



많은 종교인, 정의와 평등을 꿈꾸는 많은 사람에게 이태석 신부의 영혼의 일부가 깃들길 바란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진 않지만 많은 부끄러움을 주는 영화다. 그의 밝은 미소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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