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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k Oct 29. 2017

란다. 란다. 란다!

쿠엔틴 타란티노-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2009년 칸 국제 영화제 남우주연상

2009년 LA 비평가 협회상 조연상 

2009년 새틀라이트상 시상식 남우조연상

2009년 뉴욕 비평가 협회상 조연상 

2009년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 조연상 

2009년 방송영화 비평가 협회상 조연상 

2009년 달라스-포트워스 영화 비평가 협회상 조연상 

2009년 디트로이트 영화 평론가 협회상 남우조연상 

2009년 플로리다 영화 비평가 서클 조연상 

2009년 온라인 영화 비평가 협회상 조연상 

2009년 보스턴 영화 비평가 협회상 조연상 

2009년 오스틴 영화 비평가 협회상 남우조연상 

2009년 샌디에고 영화 비평가 협회상 최우수 조연상 

2009년 토론토 영화 비평가 협회상 조연상 

2009년 벤쿠버 영화 비평가 협회상 조연상

2009년 새턴상 남우조연상 

201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

2010년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 

2010년 골든 글로브 시상식 남우조연상

2010년 전미영화배우협회상 남우조연상 

2010년 전미영화배우협회상 캐스트상 

2010년 전미 비평가 협회상 조연상 

2010년 런던 비평가 협회상 주연상 

2010년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남우조연상 

2010년 MTV 무비 어워드 최고의 악당 

2010년 엠파이어 남우 주연상    


크리스토프 발츠가 쿠엔틴 타란티노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 출연해 받은 상 목록이다. 무슨 영화 관련 상이 이렇게 많나 새삼 놀랍다. 



<장고: 분노의 추격자>를 리뷰할 때 타란티노 감독의 B급 감성에 대해 서사구조의 이음새가 약하다는 평이 있었는데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의외로 매끄럽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게다가 개봉 연도도 <장고>가 2012년이고 <바스터즈>가 2009년으로 상식적으로는 <장고>가 더 세련된 내러티브를 가져야 하는데 말이다.   


<바스터즈>에서는 애니메이션 같은 효과가 드러난다. 히틀러, 나치가 지배하는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밝은 배경과 바지 속에 감춰진 폭탄을 보여주는 장면, 화살표로 나치 거물을 보여주는 장면은 나름의 B급 감성이라고 해도 괜찮을 듯싶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발 페티시는 유명하다. 자신의 작품 <킬빌>의 주인공 우마 서먼과 교제를 하다가 헤어졌는데, 우마 서먼은 훗날 인터뷰에서 타란티노 감독의 발 페티시 때문에 피곤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영화에서 많은 발 페티시를 발견할 수 있는데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도 발 페티시가 묘한 곳에서 튀어나온다.  

 

 브리짓 폰 하머스마르크의 발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물론 이 장면도 감독의 발 페티시에 영향이 있겠지만 극 중에서 이 여배우의 발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요한 오브제다. 그래서 뜬금없지 않은데, 뜬금없이 발이 나오는 곳은 연합군 첩자들이 모이는 끈적한 지하 술집이다. 


(신발 모양의 맥주잔)


여담이지만 이 비밀경찰과 레인 중위에게 잡힌 베네 라흐트만 상사의 목숨마저 바치는 나치를 향한 충성심은 나치가 유럽을 지배할 수 있었던 주춧돌이 됐을 거라고 생각했다. 억양이 좀 이상하다고 끈질기게 붙어있다가 결국 첩자인걸 알아내는 헬스트롬 소령이나 베네 라흐트만 상사나 나치의 자랑이었을 것이다. (물론 이들에게도 악의 평범성이 적용돼야 하지만)


(포로로 잡힌 상황에서도 fuck you라고 말하는 위풍당당함)


(귀신같이 킹콩 맞출 때부터 알아봤다)


섭섭해할까 봐 하머스마르크의 발이 나오는 장면도


(발 올려놔요. 어서. 감독이 보고 싶어하니까)
(물론 카메라 앵글을 통해 감독의 발 사랑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반가운 얼굴을 발견할 수 있는데 1997년에 개봉한 <노킹 온 헤븐스 도어>의 막 나가는 마틴 (틸 슈바이거)을 만날 수 있다. 큰 배역은 아니었지만 휴고 스티글리츠의 반항적인 눈빛에서 마틴이 아련히 기억나 꽤 반가웠다. 실제로 독일 비밀경찰을 보고 똥 씹은 표정을 짓는 연기에서 <노킹 온 헤븐스 도어>가 생각난 관객이 꽤 많았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휴고 스티글리치 중사. 독일인임이도 불구하고 게슈타포 장교를 13명 죽인 나치 혐오자)
(바다를 응시하는 마틴)


나만 그런 거면 어쩔 수 없고.


일반적인 나치 관련 영화와 다르게 <바스터즈>에서는 나치는 철저하게 농락당한다. 머리를 벗겨내고 살려준 나치의 이마에는 칼로 하켄크로이츠 마크를 박는가 하면 영화관에 모인 고위 나치 간부들을 총으로 갈기는 모습들은 픽션이긴 하지만 나름 통쾌한 부분이 있다.


(가장 먼저 죽은 나치는 바로 감독)


영화를 보면서 참 나는 평범한 사람이구나라고 느낀 장면은 나치의 전쟁 영웅 프레드릭 졸러 이병이 복수 계획을 준비하던 쇼산나 (멜랑니 로랑)에게 총을 맞은 후 장면이다.   


 갑자기 <천녀유혼>에 나올법한 노래가 깔리면서 쇼산나는 비록 자신이 쏘긴 했지만 자신을 좋아한 졸러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낀다. 그때 졸러가 아직 살아있는 듯 보여 그를 살피러 간다 ‘음. 대충 쇼산나가 졸러에게 사죄의 키스를 하고 복수를 완성하겠구나. 쇼산나의 인생 이야기를 들은 졸러도 눈물 흘리며 죽어가겠고....’ 



하는 순간 졸러는 쇼산나에게 바로 총을 꺼내 모래반지 뺭야뺭야를 해버린다. 죽어가는 쇼산나를 보면서 상당히 멍했다.


(역시 저격 왕 졸리 이병)


이제 이 영화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크리스토퍼 발츠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혹자는 발츠가 맡은 한스 란다 대령을 레옹의 게리 올드만, 배트맨 시리즈의 조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악역이라고 엄지 척을 외친다.


(이과 안나오면 외국어 잘하는 게 빙고야 빙고!!)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어까지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한스 란다는 뛰어난 언어 능력으로 모든 상황을 꿰뚫어 보고 자신의 뜻대로 통제한다. (역시 문과의 답은 외국어 or 치킨이다.)   


 가장 유명한 씬은 프랑스 낙농가에서 도망친 쇼산나와 재회한 장면일 것이다. 낙농가에서 도망친 것과 쇼산나에게 우유를 시켜준 후 쇼산나를 떠보는 장면은 티란티노가 자신이 만든 최고의 씬이라고 자부하는 씬이다.  


단지 낙농가에서 도망친 것과 우유를 주문한 것으로 쇼산나를 알고 있구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더 엄청난 것이 숨어 있었다. 


(또 보자 쇼산나)


우선 한스 란다는 쇼산나에게 묻지도 않고 우유를 강제로 주문해준다. 이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발달한 서양에서는 큰 결례다. (물론 동양도 마찬가지지만) 쇼산나가 한스 란다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고 샴페인도 있었으므로 굳이 음료를 더 시킬 필요가 없는데 추가 주문을 한 것이다. 그리고 슈트르델을 시켜주면서 크림과 함께 먹어야 한다고 기다리라고 말한다.



모든 유대인은 코셔 푸드라는 유대 율법을 지키면서 식사를 해야 한다. 이 중 금기시되는 행위가 고기와 유제품을 동시에 먹지 않는 것이다. 독일 슈트루델에는 고깃기름이 들어가고 크림은 유제품이다. 이를 통해 유대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 쇼산나는 슈트루델을 크림에 찍어 한 입 먹지만, 우유는 마시지 않는다. 이를 지켜보던 란다는 자신의 슈트루델에 담배를 비벼 꺼버린 후 나간다. 란다가 슈트루델을 시킨 것은 쇼사 나가 유대인인지 확인하던 장치인 것이다. 애초에 란다는 슈트루델을 먹을 생각이 없었다.


('유대인 사냥꾼' 클라스)


란다는 나가자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는 쇼사나. 그저 낙농가에서 탈출- 우유 주문 이 아니라 상당히 복잡한 이야기가 그 장면에 숨어있던 것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당신은 도대체.......



어쨌든 이 장면에서 한스 란다의 비대칭 입, 살짝 나온 주걱턱, 시종일관 매너 좋은 모습을 보이는 실제론 소시오패스인 캐릭터의 매력을 한껏 보여준다. 몰입감과 긴장감은 정말 대단했다.   


 브래드 피트가 맡은 알도 레인 중위와 이중간첩 브리짓 폰 하머스마르크를영화관에서 만났을 때도 그의 연기는 빛을 발한다. 

지하실에서 총을 맞고 다리가 다친 하머스마르크는 한스 란다에게 파리에서 등산을 하다가 발을 다쳤다고 말하자 박장대소 한다.


 (프랑스 파리에는 산이 없다고 ㅋㅋㅋㅋ)


그리고 알도 중위가 이탈리아 사람이라고 하자 바로 능수능란하게 이탈리아어를 구사하면서 알도를 바르는 모습, 마지막에 자신이 섬기던 히틀러의 목숨을 담보로 연합군에게 미래를 보장받아 기뻐하는 그의 모습은 소름 끼치도록 무서웠다. (= 훌륭한 연기였다) 

마지막에 이마에 하켄크로이츠를 새기면서 소소한 복수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데 말이다. (뭐 나름 권선징악의 성격을 띠고 있으니 나중에 재판에 섰으리라고 상상해야겠지 라고 하기엔 현실에선 그런 사람이 잘 먹고 잘살고 있으니 참.) 



세뇌당한 독일군의 처절한 충성심, 그 와중에 자신의 실리를 챙기는 한스 란다의 처세술, 절대 악 나치가 깨강정이 되도록 당하는 모습이 매력적인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크리스토퍼 한츠가 이 영화를 찍고 난 후 A4 반 페이지를 가볍게 채우는 수상 목록과 최근 2억 8천200만 분의 1을 뚫고 8,500억을 가져간 미국의 파워볼 당첨자를 보면 역시 인생은 한방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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