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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k Oct 29. 2017

캡틴. 오, 마의 캡틴!!

피터 위어- 죽은 시인의 사회

일본과 우리나라의 격차는 10년이라고 이야기한다. 경제, 문화, 패션 등등 말이다. 지금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것이 10년 뒤에 우리나라에서 유행한다는 믿음 때문에 많은 사업가가 일본으로 건너가 사업 아이템을 찾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과의 격차는 얼마나 될까? 정확한 수치가 없다면 사회 현상을 보면서 유추할 수밖에 없다. 




1989년 개봉한 <죽은 시인의 사회>는 “캡틴, 오! 마의 캡틴”으로 유명하다. 다양한 매체(라고 하기엔 기억나는 건 <이말년 시리즈> 뿐이지만)에서 패러디하는 책상 위로 올라가 “캡틴, 오! 마의 캡틴”을 외치는 장면의 원조가 바로 이 영화다.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벌어지는 학생들의 성장 스토리인데 주인공인 닐 페리 (로버트 숀 레너드)가 입고 있는 코트는 ‘떡볶이 코트’라고 불리는 추억의 아이템이다.


(다 떡볶이 코트를 입고있다. 그런데 이 코트가 왜 떡볶이 코트일까? 단추가 떡볶이 떡처럼 생겨서?)


패션이란 건 지역마다 다르게 유행하지만 인터넷이 보급된 이후로 지역 간의 격차는 거의 없다. 패션에 관심 좀 있는 애들이 떡볶이 코트를 입었을 때가 내 기억엔 약 2002년. 월드컵 열기가 가라앉은 그 해 겨울에 잘 나간다 싶은 친구들은 죄다 떡볶이 코트가 몇 개씩 있었다.



<죽은 시인의 사회>가 1989년에 개봉했으니 미국과 한국의 패션 격차는 13~4년 정도다. 최근에 경기 침체 때문인지, 사놓고 안 입는 자식 코트를 입는 것인지, 다시 유행이 돌아왔는지 모르겠지만 겨울철에 떡볶이 코트를 자주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이번 겨울이 오면 유심히 살펴봐야겠다.


(얼굴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만한건 없죠)


연애기술은 어떨까.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연애기술도 다를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더라. 영화에서 연애의 달인이 둘 있는데 한 명은 남자 친구 있는 여자를 꼬시는 녹스 오버스트릿(조시 찰스)과 자신들의 모임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여자를 데리고 오는 것은 물론, 닐 페리의 연극에서도 여자 꼬실 궁리만 하는 찰리 달튼(게일 한센)이다. 


(두 개의 태양이 뜨기도 하더라)


녹스는 남자 친구가 있는 크리스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그녀의 마음을 뺏기 위해 남자 친구가 뻔히 같은 공간에 있는데 크리스의 이마에 뽀뽀를 한다. 그리고 크리스의 남자 친구에게 된통 맞는다. 이걸 계기로 크리스의 환심을 산 후 그는 크리스의 학교에 가서 직접 지은 시를 낭송한다. 



이 시대 연애술사, 연애 대족장, 연애 1타 강사인 픽업 아티스트와 비슷하지 아니한가. 크리스의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사랑의 시를 낭송하다니. 이제 그녀는 녹스의 마수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 함께 연극을` 보러 가자고 해도, 연극을 보는 중 손을 잡아도 크리스는 거부하지 않는다. 이미 그녀는 녹스의 것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다른 멤버 찰리 달튼은 녹스와는 다른 픽업 아티스트다. 아 물론 여자들을 위한 시 낭송은 기본이다. 이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처럼 가장 기본적인 기술이니까.   


이후 달튼은 수많은 여자에게 매력 어필을 하기 위해 ‘누완다’라는 멋들어진 가명을 하나 준비하고 가슴에 번개를 그린다. 이런 조악해 보이지만 실제론 그를 돋보이게 하는 매력 포인트다. 


(이거시 픽업 아티스트다 이것들아)
(부러워하는 루저들)


수백 만 원을 들여 결혼 정보 업체에 가입하는 것도, 수천 만 원을 들여 성형수술을 하는 것도 다 돈지랄이다. 여심 사냥꾼, 픽업아티스트 녹스와 달튼의 달변은 우리의 꿈을 실현시켜줄 수 있다.


1989년과 2017년 현재의 여심을 다루는 스킬을 크게 다르지 않다.


마지막으로 교육 시스템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 주인공들이 한국어를 썼다면 우리는 그 영화를 <비정상회담>으로 착각했을 수도 있다.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 선생이 말하는 모든 걸 받아 적고, 끝내 ‘죽은 시인의 사회’를 학교에 고발하는 리처드 카메론. 역사상 이런 친구들이 살아생전 부귀영화를 누린다. 대한민국의 친일파가 어떻게 친일을 했고, 해방 이후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공부하다 보면 안다. 



찰리 달튼의 무례한 행동을 보고 폭력을 행사하는 놀란 교장은 내가 졸업한 한성고등학교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한성고 선생님들의 풀스윙에 비하면 참 보잘것없다. 지금도 그럴지 모르겠지만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2004~6년)에는 학교에서 곡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시험 성적이 1점당 한 대를 때리는 선생님도 있을 정도였다. (10원당 한 대 수준) 2004년에 말이다!! 심지어 저 시대에 교련 과목도 있을 정도. 덕분에 한성고 출신들은 생존본능이 강하다. 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아직도 교편을 잡고 계신 선생님들이 많기 때문에 자제한다.


(한성고에 비하면 엉덩이 쓰담쓰담 해주는 수준)


명문대 진학률만 생각하는 교장이나 애들을 잡아 족치는 월튼 아카데미를 보면서 1989년 미국의 교육 시스템은 지금의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한국 사회와 상당히 유사한 면이 많다. 닐 페리와 아버지의 대화를 들어보면 당시 최고의 직업은 의사이다. 월튼 아카데미를 학생들은 헬(hell)튼이라고 부른다. 닐 페리의 자살에 대한 착실한 조사보다는 희생양을 찾기에 급급하다. 동아시아에 붙어있는 반도 나라와 묘하게 비슷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얻은 것은 “캡틴. 오, 마의 캡틴”의 원조를 알았다는 점과 아예 모르는 것보다 어설프게 아는 게 훨씬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아직도 현역으로 뛰시는 인강 수학 선생님인 폴수학 이기홍 선생님이 항상 하시는 말씀이다. “어설프게 아는 것보다 아예 모르는 게 나아요. 어설프게 알면 문제를 절~~~ 대 맞출 수가 없어요. 차라리 아예 모르면 찍어서 맞을 수라도 있지.”



찰리 달튼은 여자의 마음은 잘 알았지만 키딩 선생의 교욱은 어설프게 배웠다. 친구들도 이해 못하는 실수를 저질러놓고 “이게 선생님이 원하는 거 아니었나요?”라며 씩씩대는 이 친구는 결국 퇴학을 당한다. (물론 이 친구는 금수저니까 괜찮다.)



까르페 디엠. ‘현재를 즐겨라’라는 말과 함께 키딩 선생의 가르침을 듣고 닐 페리는 연극배우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한다. 결국 아버지에게 연극하는 것을 허락받지만 연극이 끝난 후 바로 털린다. 그리고 집으로 끌려온 페리에게 육군 무슨 고등학교로 전학 가라는 통보를 한다. 그 소식을 들은 닐 페리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데 물론 상당히 가슴 아픈 일이고 허탈감도 심하겠지만 자살해버리는 건 뭔가 석연치 않다.


(어설픈 놈. 폴수학 안들었구나)


아버지의 반대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싸워나가던 닐 페리였고 키딩 선생의 가르침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학생이었다. 아버지께 'yes. sir‘이라고 대답하던 그지만 이번만큼은 아버지와 맞서 싸우던가, 자신의 꿈을 위해 아버지를 설득하라는 게 키딩 선생의 조언이자 가르침이었는데 모두가 잠든 밤에 떠나는 닐 페리의 말로를 보면서 참 답답했다.   


폴 선생님이 어설프게 아는 학생의 모습을 볼 때의 답답함이 이와 비슷할 것이다. 



잔잔한 감동이 있지만 약 30년 전 영화라 다소 촌스러운 분위기와 연출이지만 “캡틴. 오마의 캡틴”의 오리지널을 느끼고 싶다면 꼭 보시길     


PS-못 산다고 하소연한 닐 페리는 으리으리한 곳에서 살더라. 경제 규모면에서는 우리나라가 미국을 따라잡으려면 한참 남은 것 같다.


(미국의 흔한 못사는 집. 서재가 따로 있다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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