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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k Oct 29. 2017

이 감독 뭐야. 무서워.

폴 토마스 앤더슨-부기 나이트

영화계에서 자신이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 수 있는 감독은 쿠엔틴 타란티노도 아니고, 코엔 형제도 아니다. 바로 폴 토머스 앤더슨이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대부>의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과 데이비드 핀처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멍청이들을 설득해, 지적이고 도전적인 영화에 투자하도록 만드는 능력을 가진 유이한 사람이다.   

-토니 레인즈 (영국의 영화 평론가)  


미국 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고유한 스타일을 유지하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감독은 많지 않다. 폴 토머스 앤더슨 정도랄까.   

-자크 오디아르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칸 영화제 황금 종료상을 받은 프랑스 영화감독)  


<리노의 도박사>, <매그놀리아>, <They Will Be Blood>, <마스터>로 유명한 PTA(폴 앤더슨의 애칭)이 받은 찬사다. 


(잘생기기까지 했어.WTF)


천재이자 거장인 이 감독의 출세작으로 꼽히는 <부기 나이트>를 그의 초기작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작품이다. 



아마 <타이타닉>이 같은 해 개봉하지 않았다면 그 해 최고의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다. 몸 쪽으로 꽉 찬 직구처럼 2시간 30분 동안 묵직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 진행은 그의 연출력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1970년 주인공인 에디 아담스(마크 월버그)는 나이트클럽에서 접시 닦이를 하면서 돈을 버는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다. 그러나 디글러에겐 크고 아름다운 것이 있다. 꿈 말이다. 꿈. 당시 여느 청년처럼 브루스 리를 존경하는 그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다. 물론 현실은 10달러를 주면 자신의 크고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고 20달러를 주면 직접 흔들지만 말이다.



낭중지추라고 했다. 송곳은 주머니에 있어도 그 날카로움을 숨길 수 없다. 포르노 제작자 잭 호너 (버트 레이놀즈)는 에디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함께 영화를 찍자고 제안한다. 포르노 영화긴 하지만 잭 호너의 영화에 대한 열정과 스타가 되고 싶은 청춘의 열망 그리고 강압적인 어머니 밑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에디는 집을 뛰쳐나와 포르노 무대에 뛰어든다.


(너무나 대조적인 '가족')


포르노에 데뷔하는 그는 덕 디글러라는 예명을 사용한다. 덕 디글러의 13인치에 달하는 사이즈는 그를 금방 포르노 스타로 만들어준다.



그러나 젊은 나이의 성공은 자만과 마약으로 금방 얼룩진다. 게다가 마약의 후유증으로 발기까지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서 그를 스타로 만들어 준 잭 호너와 결별하게 된다.   


자신감에 가득 차 있던 덕 디글러는 앨범을 내기 위해 노래를 녹음하지만 돈 문제로 자신이 녹음한 앨범을 레코드사에 보내지 못한다. 물론 보냈다고 해도 별다른 반향은 없었을 것이다. 신은 그에게 거대한 가운데 다리를 줬지만 매력적인 성대를 주지 않았으니 말이다. 


(내..내가...)


결국 그는 마약에 찌들어 살게 되고 다시 남들 앞에서 자위를 하는 대가로 20달러를 받는 신세로 전락한다. 사기를 치고 살인 사건에 휘말리고 성공했을 때 샀던 자동차에 넣을 기름이 없어서 차를 끌고 가는 덕 디글러는 결국 다시 잭 호너를 찾아간다.



잭호너를 그를 다시 받아주고 그를 다시 카메라 앞에 세우기로 결정한다. 다시 한번 기회를 잡은 덕 디글러는 거울 앞에서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자신의 크고 아름다운 물건을 확인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난 스타야)


포르노 업계를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19금 판정을 받았지만 전혀 야하지 않다. 줄리안 무어도 훌렁 벗어던지고, 롤러걸인 헤더 그레이엄도 나체를 보이지만 야하다는 감정을 전혀 생기지 않는다.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주인공이 자신의 성기를 내보이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부기 나이트>를 리뷰하는 많은 문서가 이 영화를 포르노 업계에 관한 매력적인 서사시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 포르노라는 주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래도 예쁘긴 하더라)


오히려 <부기 나이트>는 개인의 정체성, 갖가지 인간 군상, 가족의 의미를 잘 설명한 드라마다. 그리고 그 드라마를 설명하는데 연출과 무대 세팅에서 PTA의 천재성은 여실히 드러난다.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은 1970년을 연출하기 위해 나팔바지, 디스코, 마약, 섹스를 적절하게 이용한다. 또한 포르노 업계의 현실성을 더하기 위해 실제 포르노 배우를 섭외한다. 돈줄인 대령이 데려온 애인과 남편이 보는 앞에서 다른 남자의 섹스를 하는 빌의 아내는 유명한 포르노 배우다. 시대 묘사와 업계 현실성을 부여해 영화는 더욱 풍성해진다. 



파티를 위한 잭 호너의 집에서 이루어지는 감독의 롱 테이크 기법은 유려하게 미끄러져 관객의 시선을 이끌고 감독이 의도한 대로 배치한 무대 소품과 인물들의 배치는 무대를 꽉 차게 만든다. 눈에 띄는 포인트가 없음에도 <부기 나이트>의 모든 장면에서 허전함을 느끼지 않고 풍부하고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다고 느꼈다면 PTA의 천재적 연출을 느꼈다는 뜻이다. 

(카메라 맨은 카메라에서 눈을 떼고)
(조명 담당은 부러움과 시기심으로 가득찬 얼굴을 하고)
(동성애자는 사랑에 빠지고)
(다른 배우들은 더 자세히 보려고 각도를 바꾸는 디글러 딕의 위엄)


<슬램덩크>가 최고의 만화책으로 꼽히는 이유는 사소한 인물에도 각각의 스토리를 부여하고 캐릭터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시답지 않은 인물인 것 같았던 북산의 이달재, 시험 중 맹장 때문에 배가 아팠지만 기절할 때까지 참았던 산왕의 김낙수, 해남의 유니폼을 입증 자격이 있는 남자인 홍익현 등에게도 사람들이 이해하고 동감할만한 이야기를 부여하면서 <슬램덩크>의 이야기는 풍부해지고 입체감을 얻었다.



<부기 나이트>를 보자. 덕 디글러를 짝사랑한 게이 역을 맡은 스코티(필립 시모어 호프먼), 자신의 아내를 젊은 남자에게 빼앗기는 조명 담당 빌,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벅(돈 치들), 영화에 한번 출연하는 걸 꿈꾸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사업가 TT(루이스 거스만), 포르노 영화의 자본줄인 대령, 비디오 산업이 부흥할 것을 예견한 플로이드 (필립 베이커 홀) 등 각각의 캐릭터들은 서로 싸우고 화해하고 위로하고 경쟁하면서 부딪힐 때마다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다양한 인간군상이 만들어내는 더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세계관은 커지지만 난잡하지 않게 조절하는 감독의 연출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부기 나이트>의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으로 꼽힌다. 마약과 자만으로 인해 잭 호너의 곁을 떠난 덕 디글러가 더러운 풍파를 겪고 다시 호너에게 돌아가 용서를 구하고 다시 포르노 업계로 복귀한다. 촬영을 하기 전 대기실에서 거울을 보며 대사 연습을 하고 스스로를 독려한다.   


그리고 발기 시 13인치에 달하는 자신의 물건을 꺼낸다. (13인치면 약 33cm.......) 이 장면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는 걸까? 

(신고 당하려나... 당연히 저 성기는 분장팀이 만든 것이다.)


우선 관객의 궁금증을 해소해준다. 롤러걸과 줄리안 무어도 적나라하진 않지만 자신의 성기를 포함한 나체를 카메라 앞에서 공개했지만 유독 덕 디글러의 성기만큼은 영화 내내 나오지 않는다. 크다고는 하는데, 그의 물건을 본 사람들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시선을 보면 크긴 큰 거 같은데 도무지 보여주지 않는다. 감독은 관객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것처럼 하다가 막판에 공개하면서 궁금증을 해소가 주는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한다.   


두 번째로는 남근이 갖는 의미다. 자신의 눈앞에서 다른 남자의 섹스를 하는 부인을 둔 빌. 부인은 남편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양심의 가책 없이 더 커다란 남근을 받아들인다. 빌이 덕 디글러의 성기를 봤을 때 지은 묘한 부러움과 시기심. 그리고 대놓고 간통을 하는 부인에게 제대로 큰소리도 못 치는 빌은 고개 숙인 남자다.


(고개 숙인 남자의 선택)


남근은 남자의 자존심이다. 프로이트는 남근을 자신감의 상징이자 절대적 권력이라고 설명한다. 여성은 남근이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불완전한 존재이고 그런 선망이 남성을 향한 적대감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나 찾았어?)


덕 디글러에게 남근은 성공의 원천이자 자신의 정체성이었고 포르노 업계를 평정한 절대 권력이었다. 음반으로 성공해보려고 했지만 처절한 실패만 맛보고 남은 것은 선천적으로 주어진 그의 성기뿐이다. 물려받은 성기는 추락한 자신의 자존심을 회복할 유일한 수단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의 얼굴이 잘리고 성기만 보이는 카메라 구도는 그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남근이 갖는 정신분석학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70년대 섹스, 포르노 산업, 성공, 영화에서 비디오로 이행하는 미디어 산업, 마약, 가족의 붕괴와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그린 <부기 나이트>. 27살에 이 영화를 완성시킨 PTA. 세상은 넓고 천재는 많다. 

 

(줄리안 무어 얘기가 많이 나오지 않지만 그녀의 연기와 케릭터도 영화의 중요한 축이다)


ps- <부기 나이트> 이야기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포르노 배우 존 C. 홈스의 일대기를 차용해 만든 영화다. 존 C. 홈스는 덕 디글러처럼 어린 나이에 부모와 갈등으로 가출하고 포르노 배우로 데뷔해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그리고 곧 마약 중독으로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피폐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영화 주인공과는 다르게 마약 중독에서 끝까지 벗어 나오지 못한다. 



 이 남자의 성기 크기는 43cm, 직경 5cm라고 한다. 크기만 큰 것이 아니다. 포르노 촬영과 사적인 접촉을 통틀어 약 1만 4000회에 이르는 사정 횟수를 보유하고 있다. 정말 어마어마한 정력이다. 


PS2- 주연 배우인 마크 월버그는 인종차별로 한 때 많은 비난을 받은 배우다. 15세 때 흑인 학생에게 돌을 던지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고 16세에는 중년 베트남계 미국인 남성에게 '개 같은 베트남 새끼'라고 욕하고 각목으로 의식을 잃을 때까지 폭행했다. 이후 경찰이 오자 베트남계 미국인의 집에서 숨어 있었는데, 경찰이 가자마자 집주인을 공격했다. 


이 범죄로 살인미수 재판을 받고 폭행죄로 2년형을 선고받았다. (실제 복역은 45일뿐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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