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시로 카즈키- 레볼루션 No.3
나이가 먹어감에도 성장소설이 재밌는 까닭은 내가 아직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그 시절에 풋풋함과 엉뚱함이 내게도 있다는 사실을 추억하고 싶기 때문일까?
신주쿠의 ‘삼류’ 고등학교에 다니는 ‘좀비스’ 멤버들이 벌이는 소란은 즐겁다. 기성세대가 봤을 때 비행에 가까운 소란은 생물 선생 요네쿠라의 한마디에 시작됐다.
“너희들, 세상을 바꿔보고 싶지 않나?”
요네쿠라, 속칭 닥터 몰로와의 대담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면 공부 잘하는 여자의 유전자를 획득하란 결론에 다다른다. 그리하여 학생들은 공부 잘하는 여자를 꼬셔서 제 것으로 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참으로 단순하고 스트레이트하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그리고 죽어가는 히로시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벌이는 사건들은 불가능한 게 없다고 생각한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소울이 너무 강해서 일찌감치 하늘나라로 가버린 히로시, 죽지 않는 것은 살아있지도 않다란 진리를 깨닫고 앞으로 나아가는 ‘좀비스’ 멤버들의 난동은 기성세대가 깨끗한척하며 범하는 각종 일들보다 훨씬 숭고하고 품격 있다.
훌륭한 그림을 보면서 그림을 담고 있는 액자에 대해 궁금해하는 철부지 고등학생들이지만 적어도 위선적이지 않고 의리파인 ‘좀비스’의 역동적인 소란들은 흥미진진하다.
아직 히로시가 건강하던 날에 히로시가 뱉었던 말.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춤추는 거야.”
그 후 히로시에게 보여주기 위해 ‘150발 연발 폭죽’ 네 개를 옥상 한가운데서 터뜨리며 눈물 흘렸을 친구들. 그들을 지칭하는 ‘아메바’처럼 단순하고 저돌적이지만 그 모습에 매력을 느끼는 건 우리도 저런 삶을 살았던 적이 있고, 또 가끔은 저렇게 살고 싶다고 한숨 쉬며 생각하기 때문이다.
야마시타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말했다.
“나는 ‘신금왕’이 되고 싶어서 그래.......”
...
나는 교단에 서 있었기 때문에 멤버 전원의 얼굴을 잘 볼 수 있었다. 야마시타가 ‘신금왕’이라고 말했을 때, 멤버 전원의 얼굴에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이 번졌다. 몇 명의 뺨은 분홍색으로 물들기까지 했다. 몇 명은, 히야, 하고 섹시한 숨을 토했다. 하렘이라도 연상한 것이리라. 모두들 ‘왕’이란 언어의 울림에 넋을 잃고 있었다.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그랬다.
...
야마시타의 승리였다. ‘왕이 되고 싶다’는 인간을 저지할 수는 없었다.
레벌루션 No.3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