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시로 카즈키- 플라이, 대디, 플라이
과연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일까? 전형적인 샐러리맨 아빠가 고등부 복싱 유망주에게 폭행당한 딸의 복수를 한다. 여기까진 ok. 그런데 법적 복수이 아닌 수컷 냄새나는 복수 말이다. 물론 스스로 정한 계획은 아니지만 말이다.
아내가 말없이 샐러리맨인 스즈키를 돕는 건 이해가 가지만 아무런 연고 없는 고등학생들이 스즈키를 돕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다. 그 해답은 전작 <레벌루션 No.3>에서 확인 가능한데 그 이유도 사실 납득이 쉽진 않다.
“가령 우리들이 자란 시대에 베트남 전쟁이나 학생 운동처럼 알기 쉬운 일이 있었다면 굳이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죠. 그냥 우울하게 미소만 지어도 상대방이 제멋대로 이야기를 만들어줄 테니까요. 그러나 우리 시대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서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자면 여러 가지 일에 관여하지 않을 수 없는 거죠.”
“뭐 간단히 말하면 재밌으니까 하는 거겠죠.”
<레벌루션 No.3> 中
그러니까 고등학교 학생들이 재미있단 이유로 시간과 돈과 열정을 들여 자신들과 아무런 연고도 없는 스즈키의 개인적 복수를 돕는 것이다. 그리고 고등부 복싱 유망주 이시하라와의 결전 후 뒤처리도 자신들이 맡고 스즈키는 자신의 딸 하루카에게 날아간다.
중앙일보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무게를 더 덜어내고, 짜릿하고 유쾌한 쪽으로 바짝 다가섰다. 그 덕분에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진행을 빠르게 훑고 나면 건지는 것은 별로 없다. 하지만 확실한 흡입력이야말로 영상매체가 호령하는 시대에 소설이 갖춰야 할 주요한 덕목인지도 모른다.
독서는 습관이 아니라 쾌락이 돼야 한다는 한 학자의 말처럼 이야기가 쏟아지는 홍수 속에서 감동, 철학, 신선함 등을 갈구하느라 쾌락을 잊은지도 모르겠다.
비록 다시 배가 나오고 일상에 절어 있는 샐러리맨의 세계로 돌아가겠지만 스즈키가 잠깐 맛봤던 세계에서의 경험, 성취, 복수는 사회에 절어있는 우리에게 통쾌한 무언가를 선사한다.
복수가 끝난 후 하루카에게 날아간다는 스즈키는 그날만큼은 정말로 날았을지도 모르겠다.
“기초란 뭐라고 생각해?”
나는 동요를 억누르느라 말없이 박순신을 보고만 있었다. 박순신은 말을 계속해 나갔다.
“필요 없는 걸 버리고 필요한 것만 남기는 거야. 지금 아저씨 머리와 몸에는 쓸데없는 게 가득 들었어. 그래서 우선 기초 다지기부터 시작해야 해. 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