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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k Nov 05. 2017

무려 B+를 받은 서평

우석훈, 박권일- 88만원 세대

『88만원 세대』는 경제 학자인 우석훈 박사와 칼럼니스트 박권일 기자가 함께 쓴 경제학 도서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경제학 공부를 한 우석훈 박사는 현재 성공회대학교에서 외래 교수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면서 많은 사회 문제를 날카롭게 비평하고 있으며, 박권일 기자는 계간 ‘R’ 편집위원 및 다양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88만원 세대는 현재 10대 후반과 20대, 소위 말하는 청춘들의 미래를 사실적으로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유럽과 일본의 사례를 통계적, 경제학적으로 분석하고 한국의 현 실태와 비교하면서 한국 청춘이 어떻게 ‘88만원 세대’가 될 수밖에 없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기성세대들이 맞춘 틀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청춘들의 암담함을 다양한 통계와 예시를 통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청춘들의 미래는 결국 전 세대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음을 주지 시켜준다. 

 『88만원 세대』는 한국 사회가 ‘배틀 로얄’처럼 변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함께 공존하는 세상이 아닌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사회 말이다. ‘승자 독식 체제’가 가속화되고 있고 패자부활전이라는 사회 안전망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보지도 듣지도 못한 토익과 토플이라는 시험을 통해 젊은 세대들이 권리를 찾을 시간과 여유를 주지 않고 옥죄고 양식한다고 저자는 저술한다. 20대가 하나의 커뮤니티나 협의를 통해 88이란 숫자를 좀 더 높일 수 있음에도 기성세대가 그것을 옥죄고 있다. 하지만 �88만원 세대』에서 이에 대한 해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가장 어려운 과제는 부모세대의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양보’를 끌어내는 일이다. 이것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며, 외국에서 수입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일종의 사회적 합의이며 미래를 위한 결단이다.  ... 젊은이들을 위해서? 물론 겉보기엔 그렇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서다.”

『88만원 세대』는 기본의 경제학 도서와는 조금 다르다. 투자, 복리 같은 경제학 도서에서 보던 단어보다는  양보, 타협, 국가의 개입과 같은 정치적인 단어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읽다 보면 경제학 도서로 시작했다가 정치학 도서로 끝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근본적인 열쇠란 것 역시 결국 기성세대가 쥐고 있다. 그렇기에 88만원 세대는 결국 기성세대의 양보를 요구해야 하는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다. 이 사실이 이 책을 읽는 20대들에겐 조금은 가혹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어쩌면 20대가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라 오히려 40, 50대가 읽어야 할 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결국 기성세대가 될 20대가 시간이 흐른 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 즉 ‘모두가 잘 사는’ 아름다운 균형을 위해서 미리 공부해야 할 필요와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건강한 20대가 되기 위해서도 88만원 세대는 읽어야 필요가 있다. 

“최근 청년세대에 대한 토론에서 가장 빈번히 언급되는 주제는 아마도 젊은이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 혹은 혐오일 것이다. 사회적 변동을 이끈 68세대 (여기서 68세대란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이끈 ‘486’ 세대와 비슷한 느낌의 프랑스 세대를 뜻한다.)라는 매우 정치적인 세대 이후 청년세대는 사회변동의 동력이라는 희망과 기대보다는 변화에 적응하기에 급급한 것으로 간주된다. ... 이 상황에서 새로운 정치적 세대를 ‘기대’할 수 있을까?” 

청년세대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 혹은 혐오는 대한민국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새로운 정치적 세대를 위해, 우리가 살아나가야 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돌파구를 찾아야 하고, 그 돌파구는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다. 


300p가 넘는 분량과 경제학이라는 왠지 머리 아플 것 같은 분야에 관한 책이라는 편견 때문에 이 책이 꺼려질 수도 있다. 그러나 1장 첫 시작을 ‘첫 섹스의 경제학’, ‘동거를 상상하지 못하는 한국의 10대’라는 재미있는 주제로 시작한다. 그리고 페이지를 넘길수록 흥미를 유발하는, 고등학생도 읽을 수 있는 경제학 도서이다. 공신력 있는 수많은 외국의 예시를 들면서 한국 사회를 비평, 분석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기성세대가 주는 모이만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어항 속에 담수어에서 더 넓은 강물을 알고 강물의 삶을 아는 진취적이고 진보적인 고래가 될 수 있는 기회와 정보를 주는 책이다. 

그러나 책 중반부에서는 암울한 사회를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이 책 읽기가 조금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책의 후반부엔 이 암울한 악순환을 어떻게 타파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물론 승자 독식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젊은 세대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닐지라도 분명 이 책은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이다. ‘사회의 향상은, 진보는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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