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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미엄복치빌런 Jan 19. 2019

SKAM, 빛나는 10대들의 초상화 4점

<SKAM>

-청춘에게 보내는 영상편지

“교복을 벗은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청춘의 열병은 한참이나 유효하다. 그래서 종종 잘 만들어진 하이틴 드라마는 내게 꽤 괜찮은 해열제가 되어준다." 대학내일 3월 호, Weekly Pick up 中


  한때, 전 세계가 영국 드라마 < 스킨스(SKINS)>에 열광하던 시기를 기억하는가. 영화 칼럼니스트 윤이나는 오늘 소개할 노르웨이 드라마 <스캄(SKAM)>이 스킨스의 적자라고 말했다. 약과 술, 구토가 뒤섞인 파티에서 성장하던 영국 10대, 20대들이 훌쩍 커버린 지금, <스킨스>와 정반대의 색을 지닌 후예들이 미국도 영국도 아닌 다른 곳에서 자라나고 있다면서 말이다. 


  <스킨스>의 후예답게 <스캄>은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 높은 드라마 중 하나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십 대를 겨냥해 만들어진 이 드라마는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캐나다, 독일에 판권이 팔렸고 앞으로 리메이크 버전이 대거 쏟아져 나올 계획이라고 한다. 이 드라마의 무엇이 세계의 이목을 잡아 끈 것일까? 그 이유를 5가지로 꼽아보았다. 



-<SKAM>이 흥행한 이유 5가지


1. 총 4개의 시즌으로 구성된 이 드라마는 매 시즌마다 호스트가 바뀐다. 이 때문에 시즌마다 드라마의 분위기와 주제가 달라진다. 


2.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웹사이트 등 가능한 한 많은 매체를 이용해 드라마를 만들었다.  우선 웹사이트부터 설명하자면, 몇 분 단위의 클립 영상을 공식 홈페이지(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영상재생이 불가능하다)에  게시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묶은 뒤에 하나의 에피소드로 TV에서 방영했다.


3. 제작진들은 주인공들의 이름을 딴 임시 SNS(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계정을 운영했다. 마치 드라마 속 인물이 실존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계정에 사진이나 글을 게시하거나, 다른 사람과 채팅을 하고, 유튜브에 개인 채널을 개설해서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들이 나누는 문자 내용들은 웹사이트에 업로드되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인물들을 자세히 이해하고, 드라마에서는 나오지 않은 그들의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스캄>은 방영 당시 TV로는 평균 약 100만 명이 시청했고, 웹에서는 약 120만 명이 동시 접속했다고 한다. 노르웨이의 전체 인구가 약 500만명에 불과한데 말이다. 이는 노르웨이 역사상 최고 시청률이었다. 

배경으로 삼은 요일과 시간을 명시함

4. 클립 영상에는 해당 동영상이 배경으로 삼은 요일과 시간이 명시되는데, 이것은 현실의 시간과 거의 동일하다. 만약 금요일 오후 7시 46분에 영상이 업로드되었다면 드라마 속에서 금요일 오후 7시 46분에 일어난 일들을 알려준다. 웹사이트에 열흘 동안이나 새로운 영상이 올라오지 않았다는 건, 드라마 속에서도 열흘간의 시간이 흘렀다는 뜻이다.


5. 10대와 20대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 감각적인 음악과 영상, 그리고 문화적인 비유와 상징을 숨겨놓아서 보는 재미를 더한다.



-시즌별 간략한 줄거리와 주제

<시즌 1 : 왕따>

  첫 호스트는 ‘에바’다. 그녀는 남자친구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점차 왕따가 되어간다. 에바에게 있어서 남자친구는 전부다.  그러나 에바는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는 고민에 빠져있다. 그녀는 이를 떨쳐내기 위해 남자친구에게 애정을 덜 쏟아붓기로 마음먹는다. 결국 그녀는 바람을 피우며 옳지 못한 선택을 한다.


<시즌 2 : 여성 혐오>

  두 번째 호스트는 ‘누라’. 그녀는 남자친구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신다. 술에 약한 그녀는 기억을 잃고, 다음날 남자친구의 형 니코와 한 침대에서 아침을 맞게 된다. 니코는 자신에게 착하게 굴라는 말과 함께 누라에게 그녀의 나체사진을 전송한다. 이 소식을 들은 친구 빌데는 누라를 응급실로 데려간다.


<시즌 3 : 동성애, 정신질환>

  스캄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된 시즌으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의 호스트는 ‘이삭’인데, 그는 아직 자신의 성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디나이얼 게이다. 그는 동아리 활동 중 선배 ‘에반’을 만나고부터 성 정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진다. 어느 날 이삭은 에반 앞에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엄마를 ‘정신병자’라고 칭하면서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지 않다”라는 말을 하고, 그 후 며칠 동안 에반은 학교를 나오지 않는다. 


<시즌 4 : 종교, 인종차별>

  마지막 호스트는 ‘사나’다. 그녀는 오빠의 친구 요세프에게 호감을 갖던 중, 그가 알라신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무슬림인 그녀는 이 사실에 큰 충격을 받는다. 왜냐면 무슬림 남성은 무슬림이 아닌 여성과 결혼해도 되지만, 무슬림 여성은 무슬림이 아닌 남성과 결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사나는 히잡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차별적인 언행과 편견에 시달린다. 더 자세한 인물 설명은 제작진의 인터뷰공식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제목의 의미    

"우리는 이해하기 힘든 혼란스러운 세상에 살고 있어. (…) 그 누구도 혼자가 아니야. 각각 그리고 모두가 이 커다란 혼란 속의 일부분이야. 오늘 내가 한 행동들이 내일 영향을 미칠 거야.(…) 행동의 영향은 항상 그 혼란함 속에 있을 거야. (…) 두려움은 번져. 하지만 다행히도, 사랑 역시 마찬가지야.”  

-<SKAM> 시즌 4 대사 中


  ‘Shame’의 어원은 독일어 ‘Skam’이다. Shame이 단순히 “창피를 당하다”, “수치심” 등을 의미한다면 Skam은 “자신을 숨기다", "덮어버리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몇몇 학자들은 십 대 때 느끼는 Skam을 ‘영혼의 늪’(출처:http://www.qteen.co.kr/ArticleView.asp?AID=8946)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스캄>이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적을 불문하고 청소년기에 누구나 고민하는 보편적인 감정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진실하게 다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스캄>은 영혼의 늪에 빠져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한 이들에게는 따스한 손길을 내밀고, 빠져나왔지만 상처가 아물지 못한 이들에게는 위로의 말을 건넨다. 


"모두를 사랑하되, 조금만 믿고, 아무도 해하지 마라" 

-셰익스피어 희극 <끝이 좋으면 다 좋다> 中


  10대에는 누구나 아프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이 아니다. 그 시절의 우리는 불완전해서, 스스로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벅찬 비밀과 상처가 생겨나서 아플 수밖에 없다. 이 사실을 너무나도 뒤늦게 깨달아서, 나의 학창시절은 온통 자책감 뿐이었다. 그때 피어난 열꽃은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지금은 거지반 아물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언젠가 내 일기장에 “가까스로 넘겼던 과거의 역경들은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별것 아니었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썼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 리뷰를 작성하며 생각이 바뀌었다. 그때의 열병이 헤쳐나가기 쉬웠던 것이 아니라 그 순간순간 내가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조금씩이나마 면역력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최근 셰익스피어의 희극 <끝이 좋으면 다 좋다>를 읽던 중, 단번에 뇌리에 박힌 문장이 있다. “모두를 사랑하되, 조금만 믿고, 아무도 해하지 마라”(Love all, trust a few, do wrong to none). 개인적으로 <스캄> 전 시리즈를 관통하는 문장이 아닌가 싶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아무도 해하지 마라"는 것이다. 나 자신을 포함해서.  


  때론 대화를 나눌 때보다, 독백으로 이루어진 문화예술 작품에서 잊지 못할 위로를 받을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 밤, 당신도 이 드라마에게 위로를 얻어 갔으면 좋겠다.


별점 : ★★★★☆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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