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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 Oct 02. 2017

스타트업 시작하고 소개팅 주선 많이 하게 된 썰

반 보만 더 마음쓰기

오랜 연애를 했었기에 소개팅을 거의 못 해봤다. 그리고 사실 나도 소개팅을 거의 해주지 않았다. 심혈을 기울여 매칭해줘봤자 ‘날 이 정도 수준으로밖에 생각하지 않았구나’하며 볼멘 소리 듣기 딱 좋은게 소개팅이다. 진득이 만나보면 결국 잘 맞을 두 사람이라는 걸 알지만, 첫 만남에 충분히 어필하지 못했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 내가 바라지 않으니, 줄 것도 없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처음 FA가 됐을 때 난 주당 1소개팅 정도는 거뜬히 소화할 에네르기가 응축되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소개팅 꺼리가 없었다. 주제파악을 하며 현실감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했지만(내 얼굴에 흐르는건 눈물인가…?), 동시에 내가 소개팅 해주는 데 얼마나 인색했는지 새삼 깨달았다. 꽤 오래 등따시고 배불렀음에도 베풀지 않는 날 보면서, 친구들은 얼마나 서운했을까. 하지만 결코 친구들이 모자라서가 아니였고, 다만 나의 마음씀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트래블코드를 시작하고 아쉬운 소리를 할 일이 많아졌다. 내 존재가 지인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민망하고, 관계에서 몇 번 주어지지 않는 기회를 소진해버리는 느낌이다. 에너지가 정말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내 에너지 레벨을 소진하지 않게 하고, 오히려 충전해주는 친구들도 있다. 내가 하는 일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물심양면 지원해준다. 혹은 성심성의껏 묻고 따져준다. 내가 트래블코드 일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멍석을 깔아주고, 진정성을 담아 가치를 알아봐준다. 별것 아닌것 같지만 바쁜 일상에 짬을 내어 마음을 쓰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제일 무서운 게 무관심인 것을. 그래서, 트래블코드를 시작하고 아쉬운 소리 만큼이나 ‘고맙다'는 말을 할 일이 많아졌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아주 실한 고마움. 전달이 잘 안되는 듯해서 그저 고맙다는 말을 연거푸 반복하기도 한다.


돌이켜보니 인색했던 소개팅만큼이나 친구들이 본인을 갈아넣으며 만들어낸 결과물에 참 무심했던 나다. 주는 입장, 받는 입장에 모두 서고 보니 알겠다. 요새는 반보 정도만 더 마음을 써보려고 한다. 그럼 한 걸음 정도의 액션으로 이어지더라. 그렇다고 마담뚜 마냥 닥치는대로 소개해준다든지,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되도 않는 일에 응원하고 그러진 않는다. 그렇기에 정말 소소한 마음씀 정도면 되는거다.


'너무 고맙다. 내가 잘할게’라는 말을 풀어쓰니, 이렇게 또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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