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월 Dec 16. 2017

60살의 나보다 30살의 나에게 베팅하기

퇴사의 이유

퇴사를 결정한 건 '은퇴 이후 나'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정 시점 이후부터 나이에 따른 감가상각은 슬프지만 현실이다. 좀 더 지혜로워질지 몰라도, 세월의 최대 전리품이라 할 수 있는 과거의 찬란했던 경험들은 무서운 속도로 현재로부터 멀어진다. 그리고 현재의 경험치를 쌓는 속도는 물리적으로 느려진다. 시대의 흐름에 덜 민감해지고, 새로움에 주저한다. 아빠라는 가장 가까운 사례를 목격하니 더욱 조급해졌다.  


한창 일할 나이에 회사 밖으로 내몰려 뻗치는 잉여력, 그리고 나를 찾지 않는 사회 간의 불균형은 자기 일을 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헌데 자기 일을 하는 실력을 쌓기에 사실 대기업이 적합하지는 않다. 회사에서 일을 잘하는 것과는 별개다. 그간 내가 접했던 경영 경험은 사실 모두 대기업용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기업들을 상대하던 전략 컨설턴트 시절은 물론이거니와, 대형마트 전략을 짤 때도 자본력과 브랜드가 뒷받침 됐기에 가능한 답들이었다. 하물며 큰 예외없이 통용된다고 생각했던 경영학에서의 가르침들도 작은 경영에는 너무 큰 옷이었음을 깨닫는 중이다. 앞으로 더욱 대기업의 방식에 익숙해질 내가, 은퇴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내 일을 시작하게 된다면? 가로등에 뛰어드는 불나방이 되고 싶지는 않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거칠고 서툴더라도 ‘현재의 나’에 대한 베팅이 더 의미있어 보였다.


나는 모든 경험은 복리처럼 쌓인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조기 경험’은 대체로 득이다. 나중에 알았으면 가슴 서늘했을 순간들이 많은 요즘, 미래를 당겨 사는 기분이다.




사진은 도쿄 출장 중 긴자의 100년된 문구점 이토야 입구에 있던 "2017년 미래를 보는 힘"이라는 스케쥴러 프로모션용 문구. 시력검사처럼 디자인해 재밌다. 눈에 보이는 미래만 바라보기보다 잘 안보이는 미래도 눈근육 뻐근하도록 읽어내야 한다. 그래서 지금 다리 터지게 도쿄를 돌아다니고 있는거고!


이토야 전면 디스플레이. "2017년 미래를 보는 힘"


매거진의 이전글 스타트업 시작하고 소개팅 주선 많이 하게 된 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