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준비생의 도쿄> 출간기
*2017년 7월에 쓴 글을 옮겨 발행합니다.
'여행보다 발리'를 끝내고 서울에 돌아오니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이제 검색하지 않아도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매대에서 '퇴사준비생의 도쿄'를 만나볼 수 있다. 곧 2쇄도 찍는다. 이 정도면 올해 유난히도 완벽했던 발리를 뒤로 하고 서둘러 귀국한 게 아쉽지 않다.
'퇴사준비생의 도쿄'는 퇴사를 고민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도쿄에서 발견한 25가지 사업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를 담은 책이다. 경제경영서로 분류되지만, 동시에 여행서이기도 하다. 퇴사준비생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회사에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고 싶은 이들도, 새로운 테마의 여행에 목마른 이들까지도 꽤 큰 타겟 독자층이다. '츠타야 서점'이 일반적인 서적 분류체계를 따르지 않고 그들이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기존 카테고리들을 다채롭게 뒤섞듯, '퇴사준비생의 도쿄'에서도 그런 신선한 마찰을 느끼길 기대한다. 제목만 보면 회사에서 후방주의해야 할 것 같지만, 사실 퇴사를 독려하는 책은 전혀 아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고 퇴사 조장책이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여러분밖은춥답니다
가끔 어릴 적 일기를 읽으면 내 것 같지 않을 때가 있지 않나.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나 싶고, 표현도 날카롭고 재기발랄해 낯설다. 이번에 '퇴사준비생의 도쿄'를 퇴고하면서도 그랬다. 이 원고를 쓰던 작년 겨울에, 우리는 참 뜨겁고 치열했구나 싶다. 도쿄에서 일주일 동안 넘치게 받은 자극들에 잔뜩 흥분해 있으면서도, 잘 소화할 수 있을지 불안하고 압박스러웠다. 도쿄 가기 전에 마감일이 박힌 프로젝트를 띄우는 배수진을 친 터라, 서울에 돌아와 2개월 안에 모든 걸 쏟아내야 했다. (그 와중에 여행보다 발리도 가고, 연말파티도 하고, 물건도 팔고, 리포트 홍보도 했..) 이제와 우리의 글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미 능력치를 넘은 상황 속에서도 한끗씩 더 밀어붙이며 기어이 얻어낸 생각과 문장들이기 때문이다. 그 끗발이 지금 우리도 몰라 볼 만큼의 차이를 만들었다. 전체 콘텐츠의 절반 이상을 쓴데다 대표로서의 책임감까지 얹은 대표님은, 이 때를 '죽을만큼 괴로웠지만 죽어도 좋을만큼 즐거웠던 순간'이라 기억한다.
그 뜨거운 글을 냉정함으로 모조리 다시 읽었다. 오타는 물론이요, 매끄럽게 읽히는지, 과하거나 빠진 부분은 없는지 전체적으로 다시 써 가는 과정이었다. 윗 사진에 책 아래 있는 것이 인쇄 들어가기 전 출판사에 마지막으로 보낸 원고인데, 이미 열 번 넘게 왔다갔다 했음에도 고칠 게 저리도 많다. 그렇게 여러번 체에 걸러 정말 잘 정돈된 책이 나왔다. 책을 들었을 때 손 안에 들뜸 없이 묵직한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 #내게는총균쇠느낌
트래블코드에 있어 책 출간은 정규 교육 과정을 밟는 것과 같다. 학교 그까이꺼 안 나와도 사는데 지장없더라 하지만, 초등학교도 안 나오면 하나하나 증명하고 설명하고 극복할 것들이 너무 많다. 작은 업체가 한 번에 공신력을 얻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 다져진 보편적인 방식도 필요하다. 이번에 입학한 학교에서 깜냥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작년 겨울만큼이나 치열하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여름으로 기억하길 바라며- #요약하자면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