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월 May 07. 2018

역사와 전통 빼고 런던 다시 보기

<퇴사준비생의 런던> 첫 번째 출장기

*2017년 6월에 쓴 글을 옮겨 발행합니다.


7년 전 학교 다닐 때도 친구 넷이 런던에서 한달간 지냈다. 이렇게 친한 사람들과 다같이 오래 해외 나갈 일이 내 인생에 다시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걸 일로 하게 될 줄이야. 오빠 둘에 여동생 하나로 팀 구성도 그 때와 같아서 참으로 추억돋는 여정이었다.



7년 전에도 놀러 간 건 아니었고, SK 행복나눔재단과의 산학협력으로 영국의 사회적 기업을 취재해오는 프로젝트였다. 한국에서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때였다. 현황 파악을 위해 한달간 한국의 사회적 기업가들을 만나면서 점점 애착이 커져 갔다. 필요한 일이다. 잘 되야만 한다. 그래서 런던 트립의 포부가 야심찼다. 사회적 기업을 제대로 씹어먹고 와서 진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고 싶었다.


그런데 런던은 넘사벽이었다. 누구나 하나 이상의 채러티에 가입하는 문화가 장장 천년동안 이어진 런던이다. 정부, 기업이 정책, 시스템으로 만들 것도 없이 전국민의 생활에 다이렉트로 스며든 사회적 책임감을 어찌할소냐. 눈을 반짝이는 런던의 사회적 기업가들을 만날 때마다 그 선한 에너지와 기발한 비즈니스 모델에 한껏 고무되었지만, 동시에 이건 영국이기에 가능하구나 싶어 김이 새기도 했다.  


그래서 '퇴사준비생의 런던'은 사람들에게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주되 넘사벽이 아니였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이 있었다. 런던에서 발견했고 런던 스타일의 비즈니스지만, 런던이기에 가능해서는 아니어야 한다. 영국 왕실이 인증한 브랜드라든지, '수백년의 역사와 전통'이라는 한 마디로 정리되어 버리는 건 적어도 우리에겐 의미없다. 특수성에 파묻히기보다 보편성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열흘간 파헤치고 걸러내고 눌러담은 최종 데스티네이션들을 보자니 가슴이 벅차다. 딱 반 걸음 정도 앞서 손에 잡힐듯 하면서도 참으로 런던스러운 곳들. 런던을 소개하는 책과 아티클을 수없이 읽었지만 이런 조합에 이런 관점으로 바라본 콘텐츠는 단언컨대 없다. 한국뿐 아니라 세상에 없다. 넷 다 또 정신과 시간의 방에서 산고를 겪겠지만 (크흡..) 얼른 써서 세상에 내놓고 싶은 마음! 매일 이만보씩 걸으며 찾은 '퇴사준비생의 런던' 많은 기대 바랍니다


덧)
도시를 늘려갈 때마다 세상을 보는 렌즈를 하나 더 얻는 것 같다. '퇴사준비생의 도쿄'를 할 때는 서울과 도쿄만 비교했는데, 런던에서는 자연스레 서울, 도쿄, 런던을 다같이 비교하게 된다. 어떤 콘텐츠를 보든 도쿄와 런던이 나오면 한번 더 눈이 간다. 물론 본 기간도 짧고 관점도 한정적이라 결코 도쿄와 런던을 잘 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만 경험은 복리라 지금부터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갈 트래블코드만의 런던이 기대된다.


그린파크에서 쌩쌩한 첫날. 이날 이후 사진들은 다 거지꼴이라 몹쓸 사진들이 되어버렸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삼 우리의 글이 낯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