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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김치술찜

김장김치에 대한 오마주

<마지막 김치국물>

어느집 3대의 손이 간 김장김치. 그동안 맛있게 잘 먹었다. 손님들도 김치 맛있다고 칭찬들을 많이 하시고.

이제 보다시피의 마지막. 하지만 이 맛난 김치국물을 그냥 버릴 수는 없다. 맛있는 김치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그래서 이 김치국물을 테마로 한 요리를 생각해 보았다.


<전어>

맛있는 김치에 대한 오마주를 표현하고 싶기도 하고, 냉장고를 정리하고 싶기도 한 심리를 하나의 요리로 구현하게 된다.

우선 제1 주재료 김치국물에 걸맞는 2주재료는 냉동실의 전어. 생선이란, 무엇이든, 냉동실에 오래 두어 좋을 것이 없다.


<냉장고를 부탁해>

박, 가지, 부추. 자 자네들도 합류하게나. 약간의 마늘도 필수.


<전어김치술찜>

전어김치술찜을 할 요량이다. 전어가 제일 앞에 오긴 하지만 그건 음식 이름을 부를 때 이 이름이 그래도 뭔가 입에 자연스러워서. 가장 중요한 건 물론 김치국물이다. 김치국물전어술찜. 음, 이건 왠지 이상하긴 하다. 이 이상함에 대해서도 나중에 생각을 좀 해볼 문제겠지만 일단 오늘은 요리에 집중.


<전어, 배추 추가요>

불에 올리기 직전에 배추도 발견. 그럼 배추도 들어가자. 그리고 전어 한 마리가 너무 적은 것 같아서 전어도 한 마리 추가. 이름도 맨 앞에 올렸으니.


<모월 청16>

오마주라고 했으니 술은 뭔가 좀 좋은 걸 써야지. 원주의 모월에서 나오는 16도 청주 모월청16이다.

산미가 좀 강한 편이라 사실 김치국물과의 궁합이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단술로 김치국물의 산미를 눅이는 건 뭔지 오마주의 마음에 어긋나는 느낌이라....

단맛이 도는 흰 쌀밥을 듬뿍 곁들일 거라 어느 정도 산미는 문제 없다. 좋은 밥은 음식에 대한 포용성이 좋은 법.


<중약불에 뚜껑 떺고>

요리치고 참 쉬운 것. 이정도 준비가 되었으면 그냥 익히면 된다.

밑바닥에 약간의 기름을 두른다. 기름의 역할은 주로 생선이 눌어붙지 않게 하는 것. 살과 껍질이 얇은 작은 전어는 일단 뒤집으면 형태는 보전 못 한다. 찜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형태보전을 위해서다.

불을 켜서 보글보글 한다 싶으면 중약불로 줄이고 20분 정도 있다가 먹으면 된다. 실은 20분도 필요 없지만 냉동 전어라 시간을 좀 들였다.


<완성된 전어김치술찜>

산미가 쨍한 편이다. 평소 같으면 이렇게는 안 먹었을 것이다. 감칠맛이든, 뭐든 좀 더했겠지. 증류주를 써서 향을 입혔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오늘은 맛있는 김치를 되돌아보며 먹는 요리. 이 신맛이 제격이다 싶다.


새로 산 압력솥에 완전 적응해서 이제 밥짓기 달인 분위기. 쌀도 매우 만족스런 특등급 쌀이라 맛있는 밥을 두 공기나 먹었다. 안녕, 김장김치. 덕분에 맛있게 잘 먹고 칭찬도 받았어. 고마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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