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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더록스 마켓과 에뮤 버거

Emu burger @Small good 

<하버 브릿지 다리 밑>


시드니 현지에서 소믈리에로 활동중인 가양주연구소 동기로부터 추천 받은 코스. 주말의 더록스(The Rocks) 마켓. 일종의 벼룩시장 같은 것으로, 여기 가기 전에 달링하버며 피어몬트 브릿지며 줄래줄래 좀 걸어다녔다. 도시를 알려면 직접 걸어보는 것 말곤 방법이 없다. 


더록스는 시드니의 최초 유럽인 정착지라고 한다. 이 대도시가, 이 나라가 바로 여기서 시작된, 호주의 신단수 자리라고나 할까. 경전철을 타고 내려서 돌계단을 오르면 하버브릿지 다리 밑. 여기서부터 더록스인 듯.


<더록스 마켓>


다양한 공예품도 팔고, 음식들도 파는 전형적인 플리마켓. 제법 규모가 크다.

이런저런 눈요기는 했는데 이런 물건들에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이고, 음식도 부른 배를 누르고 더 밀어넣을 매력은 없는 편. 특히나 불편한 다리를 끌고 오늘도 벌써 만보를 돌파한지라 어디 앉아서 시원한 맥주라도 한 잔 하고 싶으니 스툴에서 사서 걸어다니면서 먹는 옵션은 사양이다.


<스몰굿 델리 & 와인바>


여기가 사람 구경하면서 잠시 쉬기 괜찮겠다 싶은 곳을 찾았다. 작은 비스트로 분위기라고 해야하나. 외관 사진을 안 찍었는데, 가게 안보다 밖의 자리가 더 많은 노천카페 느낌이다. 


<홐스 라거>

자리에 앉으니 사장님인 것 같은 여자분이 나와서 주문을 받으신다.

일단 계획대로 맥주. 대부분 모르는 맥주다. 어려운 거 말고 그냥 시원하고 가벼운 라거 스타일이 땡기는 때라 '밀맥주 스타일'을 얘기했더니 이 맥주 추천. 


나중에 알았지만 이 호크씨는 호주의 전 수상으로 소탈한 이미지로 인기가 높았던 분이라고 한다. 대중용 맥주의 브랜드로까지 나오는 정치인이라, 호주사람들이 좀 나이브한 것도 있겠지만 이 분이 인생 잘 사신 듯. 맥주는 전형적인 라거스타일로 내가 원한 그 맛이다. 


<특이한 버거 집합>


안주거리를 하나 시키는 게 이나라에서도 예의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주어진 메뉴판이니 훑어보는데 버거 섹션이 눈에 확 들어온다. 에뮤, 바라문디, 캥거루 버거!!!

호주에 올 때 먹어봐야할 3대 음식으로 캥거루, 에뮤, 크로커다일을 꼽고 왔다. 캥거루는 비교적 흔하게 접할 수 있단 얘기를 들어서 여기선 에뮤버거로!



이런 분위기였다. 난 사람 구경할 수 있는 곳을 좋아한다. 글을 쓴다고 집중할 때조차도. 


<에뮤버거>

에뮤버거는 매우 부드럽긴 한데, 뭔가 쇠고기 같은 느낌이었다. 안심 갈아넣은 패티 분위기랄까? 맛도 담백한 편이고 식감도 부드러워서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같이 들어간 소스와 피클들을 좀 줄였으면 더 살았을 것 같지만 그건 에뮤고기에 집중중인 나그네의 생각이고, 대중적으론 이런 정도의 곁들임이 과한 것은 아니다.


계산을 하면서 에뮤 고기를 어디서 받느냐니 시드니 부근엔 없고 남쪽에 에뮤 농장들이 있다고 한다. 혹시 쇠고기나 다른 고기를 섞었냐니 고기는 전부 에뮤고 돼지 지방을 좀 섞어서 부드럽게 했다고. 뭐 부드럽게 할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라고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면 타조고기는 거의 쇠고기 같은 질감이긴 했다. 에뮤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해가 갔다. 이도저도 직접 사서 요리해보면 알 일이긴 한데, 단기 여행자는 아쉬움을 안고 돌아설 수밖에. 그래도 호주의 플리마켓 분위기도 보고, 에뮤버거를 먹어봤다는 것만으로도 충실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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