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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메릭빌 브루어리 투어

시드니의 연남동 메릭빌

<Marickville Station>

표정은 소믈리에는 애들레이드와 시드니에서 오래 활동한 베테랑. 곧 시드니의 고급업장 헤드 소믈리에가 되실 예정인 귀한 분이다. 가양주연구소 동기로 만난 인연으로 시드니에 간 김에 연락을 드렸는데 친절하게도 반나절 시간을 내어 투어도 해주시고 술도 사주시고 했다.


만나기로 한 곳은 메릭빌역. 여기는 수리중으로 역이 임시 폐쇄되어서 당시는 셔틀버스가 운행하던 중.

메릭빌은 서울로 따지면 연남동 느낌 정도 된달까.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시드니 대학이 있고 그 대학 부근의 뉴타운도 버스타고 오다보니 매우 재미있는 곳이다. 흔한 대학가와는 다른 바이브가 있는 그곳은 홍대쯤으로 얘기할 수 있겠다.


<배치 브루잉 컴퍼니>


호주는 집값은 서울과 비교하면 엇비슷한 정도인 것으로 보이는데 월세는 가히 살인적인 수준. 시드니에서 비싼 지역은 방 두 개짜리 아파트가 '주당' 100만원 정도가 가뿐하다. 여기 메릭빌은 시드니 중심가에선 좀 벗어난 곳이지만 기차로 중심지까지 출퇴근이 쉬운 편이고 집값이 싸서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힙한 동네라고 한다.


원래 그리스 출신들이 많이 모여살던 곳이라는데 지금은 그런 것 없고, 웨어하우스 스타일의 큰 공장이나 창고 건물들이 많이 눈에 띄는데 그것들이 힙한 비지니스로 한창 변신 중. 여기 브루어리도 그 중 하나다. 


<내부>


배치브루잉 컴퍼니는 전형적인 브루어리펍이라기에는 상당히 캐쥬얼한 모습. 양조장 속살을 상당히 가감없이 드러내놓은 편이다. 오지 특유의 허물없는 문화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웃을 위한 양조장>


전국구 양조장 같은 것 되려는 욕심이 조금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디까지나 이웃들을 위한 양조장의 자세를 잃지 않겠다는 것 같은 문구들. 고도성장 시대를 살며 그 시대가 표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로선 한가하게 들리겠지만, 고도성장 시대는 바닥이 낮아서 가능했던 것도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잘 하는 것이 목표인 비지니스, 괜찮지 않은가.


<테이스팅 샘플러>


이런저런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사실 술맛은 제대로 못 보았고 낯술에 빨리 취하기만 했던 듯. 양조장에 가서 이렇게 샘플러를 마시긴 하는데 대개 마음에 드는 것은 한두 종류. 여긴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싶은 인상이 남아있다. 다음에 또 가면 이 양조장 술을 마실 의사가 뚜렷하니까.


<감튀>


감튀 안주는 그럭저럭. 여긴 음식에 대해선 거의 손 놓은 곳이고 가져오든 사다먹든 상관 안 하는 분위기 같다.


<내부>

그다음으로 간 곳은 필터 브루어리. 여긴 사람들이 훨씬 많고 위층에도 자리가 있는데 결혼식 피로연이나 뭐 그런 행사로 대관이라 못 올라가봤다.



이미 팁시한 지경이라 술은 한 잔만 시켜놓고 또 이런저런 이야기. 호주에서 오래 생활한 분이라 좋은 정보도 많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다.

여기도 술 괜찮았다.

<메뉴>


여기 사람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음식인 듯. 제대로 된 레스토랑 수준으로 메뉴가 갖춰져 있다.


<피시 타코>

피시타코는 생선튀김 조각을 넣은 타코라고 이해하면 될 듯. 생선튀김 큰 기대는 없고 특이한 맛에 한 번 시켜봤는데 음식이 상당했다.


그리곤 걸어서 이동한 곳은 'Where is Nick?'이라는 작은 와인바. 와인바 옆엔 작은 보틀숍이 있다. 


크기는 작지만 여기 와인리스트가 소믈리에들이 수여하는 최고 리스트 상을 받았다는 곳. 그런 곳이니 고민이 적다. 이런 거 마시고 싶어요 하면 두어 가지 추천이 들어오고, 거기서 고르면 된다. 나도 현업은 아니지만 시험은 본 장롱자격증소믈리에는 되니까, 이야기를 해주면 고를 수는 있다 ㅎㅎ.



마침 스태프 중 한 분은 한국인. 주방 담당이신 분인데 이렇게 서비스를 주신다.



사진의 이 청년이 어찌나 아는 것도 많고 술을 잘 골라주던지. 처음에는 호주 와인으로 시작했다가 술 이야기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프랑스로. 술들이 다 마음에 들었고 특히 이 포트와인은 상당히 고급술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서비스로 한 잔이었으니... 이 술 마시며 한국의 과하주 얘기도 좀 하고 그랬던가 ㅎㅎ



여기서도 한두 잔만 하려고 했는데 인심 좋은 서비스도 받고 하다보니 이제 진짜 혀가 꼬일 지경이다. 정은 소믈리에님도 오늘 저녁에 약속이 있다고 하고 나도 저녁엔 식당 예약이 되어있어서 아쉬움을 남기고 피어몬트브릿지 쪽으로 귀환. 예약은 캥거루 스테이크다.


귀한 시간 내서 여기저기 안내해주고 좋은 술도 소개해준 표정은 소믈리에님께 다시 한 번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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