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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2 Australia

[캔버라]북 로어(Book Lore) 헌책방

한조각 오마주를 표하고 온 동네 헌책방

20221116_154949.jpg <Book Lore, Lyneham>


어디 가나 서점도 찾아보려 하는 편이다. 그러고보니 부지런한 성격도 아닌 주제에 여행만 가면 갑자기 아침형 인간도 되고 하는 건 가보고 싶은 데가 워낙 많아서 그런지도.


책방이라면 오프라인에는 대형 체인점 몇 개만 남은 것이 대부분의 나라에서 현실이고, 독립서점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한국이 오히려 이상한 나라다. 이 이상한 문화현상에 대해서는 언제 심도 있게 글을 쓸 때가 오겠지 싶다.


엿튼, 수도라지만 인구 30만 도시답게 대중교통은 다니는 곳만 자주 다니는 캔버라에서 관심이 가는 책방들은 전부 차 없이는 접근성이 좀 떨어지는 곳들이다. 여기 Lyneham도 조카군이 다니는 학교도 구경할 겸 한 번 차로 가본 적은 있는 동네. 그때도 여기쯤 오면 캥거루가 보일만도 한데... 같은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지도상으로 보면 그렇게 외딴 곳도 아니지만, 하여튼 내가 있던 도심에서도 버스는 자주 다니는 곳은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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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Lore, 책의 과학, 혹은 책이라는 과학 정도로 해석해야 하나. 어쨌든 기대보단 규모가 컸던 책방이었고 한동안 재미있게 책 냄새 맡으면서 구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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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과학, 하니 말인데 이 초상들이 이 책방의 정채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Lore는 아마도 '과학적 사회주의' 같은 것과 연결이 되는 뉘앙스. 구글의 리뷰에 보면 이 책방의 좌파적 성향을 불편해하는 리뷰도 있는데, 난 사실 몇 개의 선택지 중에 그 리뷰를 보고 여기를 선택했음이다.


이제와서 맑스, 엥겔스라는 사람들에 특별한 경의를 표할 마음도 생기지 않고, 이념으로서의 사회주의 같은 것은 뛰어넘은지 오래라고 생각하긴 해서 나도 특별히 편안하진 않다(20년 전 런던 하이게이트의 맑스 묘소를 방문할 때완 확실히 기분이 다르다). 하지만 21세기가 한참 지난 이 때에 이런 책방이라니, 주인장의 열정에는 감복한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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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종이책을 찍지 말자'는 둥 부르짖고 다니는 사람이면서도 호주 요리책을 한 권 사왔다. 나의 오마쥬를 표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일단 찍은 책은 알뜰히 봐야지 그걸 없에버리자는 건 아니다. 플라스틱도 안 버리고 계속 쓰면 얼마나 좋은 건데. 버리는 니가 나쁜 거지 플라스틱은 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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