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조각 오마주를 표하고 온 동네 헌책방
어디 가나 서점도 찾아보려 하는 편이다. 그러고보니 부지런한 성격도 아닌 주제에 여행만 가면 갑자기 아침형 인간도 되고 하는 건 가보고 싶은 데가 워낙 많아서 그런지도.
책방이라면 오프라인에는 대형 체인점 몇 개만 남은 것이 대부분의 나라에서 현실이고, 독립서점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한국이 오히려 이상한 나라다. 이 이상한 문화현상에 대해서는 언제 심도 있게 글을 쓸 때가 오겠지 싶다.
엿튼, 수도라지만 인구 30만 도시답게 대중교통은 다니는 곳만 자주 다니는 캔버라에서 관심이 가는 책방들은 전부 차 없이는 접근성이 좀 떨어지는 곳들이다. 여기 Lyneham도 조카군이 다니는 학교도 구경할 겸 한 번 차로 가본 적은 있는 동네. 그때도 여기쯤 오면 캥거루가 보일만도 한데... 같은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지도상으로 보면 그렇게 외딴 곳도 아니지만, 하여튼 내가 있던 도심에서도 버스는 자주 다니는 곳은 아니었던 것이다.
Book Lore, 책의 과학, 혹은 책이라는 과학 정도로 해석해야 하나. 어쨌든 기대보단 규모가 컸던 책방이었고 한동안 재미있게 책 냄새 맡으면서 구경을 했다.
책과 과학, 하니 말인데 이 초상들이 이 책방의 정채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Lore는 아마도 '과학적 사회주의' 같은 것과 연결이 되는 뉘앙스. 구글의 리뷰에 보면 이 책방의 좌파적 성향을 불편해하는 리뷰도 있는데, 난 사실 몇 개의 선택지 중에 그 리뷰를 보고 여기를 선택했음이다.
이제와서 맑스, 엥겔스라는 사람들에 특별한 경의를 표할 마음도 생기지 않고, 이념으로서의 사회주의 같은 것은 뛰어넘은지 오래라고 생각하긴 해서 나도 특별히 편안하진 않다(20년 전 런던 하이게이트의 맑스 묘소를 방문할 때완 확실히 기분이 다르다). 하지만 21세기가 한참 지난 이 때에 이런 책방이라니, 주인장의 열정에는 감복한 바가 있다.
그래서 '종이책을 찍지 말자'는 둥 부르짖고 다니는 사람이면서도 호주 요리책을 한 권 사왔다. 나의 오마쥬를 표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일단 찍은 책은 알뜰히 봐야지 그걸 없에버리자는 건 아니다. 플라스틱도 안 버리고 계속 쓰면 얼마나 좋은 건데. 버리는 니가 나쁜 거지 플라스틱은 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