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산지를 가다
원래 달랏은 가려고 했다. 친구의 사업 파트너가 달랏 출신이고 여기가 그렇게 좋다고 해서 같이 가기로 했는데 이 녀석이 펑크를 냈으니 어쩌랴. 호치민에서 며칠을 보내고 나니 혼자라도 가봐야겠다 싶은 여러 이유가 있다.
호치민 버스 터미널에서 야간 버스를 타고 출발이다. 터미널은 시내에서 거리가 꽤 있어서 그랩으로 한국 돈 1만원 이상이 나온다.
예매를 안 하면 못 갈까봐 꽤나 비싼 수수료를 '뜯어내는' 영어 사이트를 통해서 예매를 했는데 막상 가보니 차가 많고 표 구하기도 어렵진 않았다. 평일 기준 이야기. 수수료가 30% 정도나 되니까, 왕복을 하면 한 끼 식사가 알차고도 남는 돈이었다.
침대차가 편하다느니 어쩌고 했는데 왠걸, 어떻게 구겨도 다리가 안 펴진다. 핸드폰 충전이 되는 것만은 위안. 11시에 출발하면 새벽에 달랏에 떨어지는 일정이다. 숙박비를 하루치 세이브 한 것은 좋았지만 잠을 제대로 자진 못했다.
이 도시는 아름답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건설된 도시라고 하는데, 그 식민지풍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달랏 뿐 아니라 달랏까지 오가는 길에서 본 농촌은 다들 아름다운 단독주택을 올리고 있었다. 아파트부터 올리고 보는 한국이나 중국의 농촌과 차별화가 되는 지점. 그리고 건물 윗층이나 테라스에 뭔가 조상(彫像)을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성모마리아가 압도적 인기인 것도 눈에 띄었다. 베트남의 시골 풍경은 훨씬 아름답고 개성 있다. 건물이 대개 식민지풍으로 좀 획일적이긴 하지만.
커피의 나라 베트남이지만 이런 이른 시간에 연 카페는 흔치는 않다. 하지만 터미널 건너편의 부이방고 커피는 물론 도착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새벽을 열어준다. 베이커리 카페지만 베이커리는 아직 준비 전이라 아침까지 먹으려면 좀 기다려야 한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열대의 아침은 더욱 아름답다. 하긴, 여기 달랏은 열대가 아니다. 고산지대라서 긴팔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침이 있고(새벽엔 필요하다), 여기는 와인도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한 병 사왔는데 아직 딸 기회가 없네. 심지어 딸기도 생산 된다고 하고, 더운 베트남에서 보기 힘든 작물들이 이 일대에서 많이 재배된다고 한다.
동남아 하면 뜨거운 여름, 몬순의 폭우 등이 연상되고 쌀의 주산지지만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모두 특히나 국경 지대에 고산지대가 존재한다. 이 고산지대에는 저지대의 주류민족과는 다른 소수민족 문화가 아직도 남아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소수민족을 말살하려는 중앙집권화도 여전히 진행중이기도 하고... 베트남 이야기는 아니지만 미얀마에서 몽족이나 카렌족을 탄압하는 시도는 군부독재와 민주화 세력의 대립 이전의 문제다.
이 지역에 대해서는 'The Art of Nor Being Governed(Jame C Scott, 30 September 2009, Yale University Press)'라는 책을 통해서 복잡한 그 사정에 대해서 약간의 지식이 있고, 일전에 캄보디아 갔을 때 한국의 청주와도 비슷한 쓰라삐엉이라는 술을 소수민족 마을에서 마신 적도 있다.
예의 카카오향과 어딘지 밀키한 느낌의 베트남 커피 한 잔 시켜놓고 하루의 일정을 짠다. 작은 도시지만 당일치기니까 동선을 잘 짜야 한다.
참으로 은혜로운 아침의 커피. 와이파이도 잘 터지고.
밤새도 뒤척이며 이런저런 계획을 했지만 여기서 이날의 동선을 확정하고 그랩을 통해 차량을 호출했다. 물가가 확실히 호치민보다 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