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퉁이(도치) 숙회무침

못생겨도 맛은 좋아, 씹는 맛 하나만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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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퉁이. 혹은 도치. 원래 겨울이 제철이라는 물살이인데 어쩐일로 초가을에 어시장에 나왔다. 아마 뜻하지 않게 혼획된 모양.


에일리언이라고 해도 믿을 몰골이다. 본래 도치, 뚝지, 심퉁이 이런 이름을 들어보면 벌써 곱상한 느낌은 안 든다. 게다가 점액질이 엉겨붙어서 이건 진짜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 형상. 점심 먹고 직후인데도 날이 더워서인지 이렇게 엉겨붙은 모양새다.어시장에서 살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버스 타고 들고오는 중에 아주 제대로 캐릭터가 섰다.


알밴 도치는 제철엔 마리당 이만 원 정도도 받지만 철도 아닌 이 때 척 봐도 신선할 것 없는 수컷은 마리에 오천 원. 아마 횟감을 사고 칭얼댔으면 서비스로 끼워주기라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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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치 손질은 간단하다. 일단 배를 갈라 내장 제거.

도치가 서울 같은 곳에선 보기 힘든데, 이유는 아마도 점액질을 금방 뒤집어쓰는 몰골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도치도 횟대목이라네. 횟대도 저 정도는 아니지만 죽으면 바로 점액이 미끈거리는 스타일이다.


아침에 경매 나와서 몇시간 안 되서 저런 꼴이니... 하지만 배를 갈라 보면 두툼한 간이 아직도 신선하다. 몸 크기에 비해서 내장 부위는 작은 편이고 들어내기도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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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탕을 많이 끓이지만 숙회로도 먹는다. 오늘은 숙회 초무침을 할 계획.

도치는 점액질을 씯어내기 위해 물에 살짝 데친다. 1분 정도 끓는 물에 담구면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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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느러미 떼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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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치는 뭐에 쓰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빨판 같이 생긴 부위가 있다.

이 부분을 따로 도려내서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먼바다에 살지만 봄에는 알을 낳으러 얕은 바다 바위틈으로 오고, 수컷은 알을 지킨다고 한다. 바위에 몸을 고정시키는 용도일까?


오독오독한 씹는 맛이 좋은 부위. 도치살이 다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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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적당히 잘라서 다시 한 번 데친다. 이번에도 1~2분 정도 데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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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도 다 데쳐보았는데 역시 먹을 부위는 간 밖에 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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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까지 넣고 갖은 채소에 고추장, 감식초, 생강청 넣고 들기름까지.

도치는 씹는 맛이 좋고 은은하게 고소한 맛이 있어서 사실 회무침보단 그냥 숙회가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혼자서 밥반찬으로 먹자니 역시 양념이 좀 들어가야 했을 뿐. 여름 도치가 이 정도인데 겨울 제철 도치는 어떨까. 겨울이 오면 또 한 번, 이번엔 알 벤 도치로 탕도 끓이고 두루치기도 만들어보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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