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결혼을 했다. 요즘 세상에 결혼이라니, 용감한 결정이다. 결혼식에 필참하려 했으나 요즘 서울 오가는 바쁜 일들이 많아서 급불참. 그게 미안하던 참인데 이 친구들이 심야식당에 오겠다고 한다.
뭐 먹고싶은 것 없냐니 '오뎅탕'을 얘기한다. 그 오뎅탕, 나에겐 쉽지 않은 음식이다. 일단 오뎅, 혹은 어묵은 대개 화학성분 조미료가 화려한 수준이다. 아닌 곳들도 드믈게는 있는데 내가 아는 곳들 중에서 탕 끓여 맛있는 무화학 오뎅은 없다. 잠시 고민에 빠졌다가 결정했다. 친구가 오뎅탕을 이야기할 때는 건강에 좋은 것이 아니라 뭔가 추억이 있던 맛이 있던 하기 때문일 거다. 그렇게 정리가 되니 일사천리다.
우선 오뎅부터 주문했다. 마트에서 파는 오뎅들은 나도 별로 잘 안 먹는데 손님한테 요리해서 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나름 생각한 오뎅이 있다. 군산의 동양어묵.
그리고 오뎅국물인데, 이것도 오뎅 사면 끼워주는 멸치다시다 덩어리를 그냥 라면스프 같이 털어넣는 경우가 많다. 나는 국물은 제대로 내보자 싶어서 멸치육수에 배추를 비롯한 이런저런 채소에 김명수 명인의 멸치액젓을 써서 맛을 냈다.
참고로 지금 포스팅하는 버젼은 연습버젼이고 실전에선 여기에 무도 추가했다는.
동양어묵 3종. 동양어묵의 특징은 탄력이 기가 막힌다는 거다. 밀가루 등 전분 함량이 높아지면 푸석해지는 게 오뎅이긴 한데, 그렇다고 원육 함량을 무작정 높인다고 탄력이 비례해서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동양어묵은 얇은데도 불구하고 이 탄력이 극대화 되어있다.
어묵 투하하고 소시지도 같이 넣어서 삶았다. 이건 밥반찬용. ㅋ
어묵의 탄력을 얘기했는데, 아무리 탄력이 좋아도 계속 끓여 안 흐믈한 어묵은 없다. 5분 정도 끓이면 충분할 듯.
그리고 동양어묵 또 하나의 특징은 당분이 많이 들어간 편 이라 은근히 달다는 것이다. 이것도 너무 오래 끓이면 안될 이유. 단 맛이 오뎅에서 풀려나와 국물 전체에 퍼지기 전에 먹는 것이 좋다. 국물 단 이 좋다면야 뭐...
배송비에 포장비까지 물어야해서 소량주문하면 원가는 마트 어묵, 혹은 업소용 저가 어묵보단 솔찬히 올라가는 편이지만 전문점이라 대량주문 한다면 큰 차이도 아닌 정도.
파도 썰어 올리고 나니 떡볶이를 부르는 그맛이다. 참고로 떡볶이에 넣어 요리해도 좋은 오뎅.
이건 샐러드에 통으로 한 장을 올린 것이다. 채소 좀 싸서 먹어도 좋다.
정작 친구들이 왔을 때 한 요리는 사진이 없다. 실전에선 사진 찍고 그럴 여유 없으니까 손님이나 누가 사진 찍어 제공해주던가 내가 내중에 재현요리 하던가 하지 않으면 사진이 없게 마련. 어쨌거나 친구들은 5인분쯤 준비한 오뎅탕을 리필해가며 깔끔히 비워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강릉으로 워케이션 왔던 여자가 그룹 가이드하던 남자가 좋아졌는데 남자는 한동안 눈치가 없어 몰랐더란다. 그 눈치를 가르쳐 결혼한 달달한 커플, 행복하게 잘 살고 우리 우정 오래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