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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국 국수

섭 한 알을 온전히 즐기는 호사

<섭된장국>

냉장고에서 화석화되던 섭을 발견했다. 이건 손님 상에 나갈 것은 아니고, 그냥 내가 끓여먹기로.

냉장고를 부탁해 버젼이라 이것저것 때려넣고 된장국물을 우렸다. 섭이 냉동된 것은 확실히 감칠맛이 조금 섭섭하긴 하지만(응?) 그래도 좋은 된장에 우린 섭국물은 달다.


<섭국국수>

밥하기도 귀찮아서 국수 말고. 한 끼 식사로 충분.


<섭 홀>

처음 섭 전문점에 가서는 애개개 했었다. 대개 섭국 같은 것에는 이 섭을 가위로 조각조각 내서 넣기 때문에 주의 기울여 밑바닥을 열심히 훑어야 새끼 손톱보다도 작은 것들이 걸리는 정도다. 국물에 한 알이 다 들은 것을 본 적은 없다.


내가 사다가 요리를 해보니 알겠다. 제법 아이 손바닥 크기보다 큰 섭 껍질에 비해서 알맹이는 작고, 그것도 끓이면 기껏 엄지손가락 사이즈로 줄어든다. 무게로 달아 파는데 이 무게는 껍질과 거기에 붙은 온갖 잡것까지 호함이다. 1Kg을 사면 섭이 큰 것은 두 마리, 작은 것도 네다섯마리 이상은 못 산다. 섭 조개알의 중량은 전체의 10퍼센트도 안 될 것이다. 그러니 Kg에 만오천원이니 이만원이니 하는 섭은 실은 엄청나게 비싼 식재료다.


그래서 나도 손님상에 인당 한 마리는 차마 못 넣고(미역국 한 그릇에 만 오천원입니다... 해서 납득해 주신다면야), 그래도 4등분 정도 해서 넣으려고 하는 정도다. 숟가락으로 밑바닥 훑는 수고라도 좀 절약하시라는 의미지만 손님 입장에선 그것도 애개개겠지. 냉장고에 박아두고 까먹은 덕에 섭 한 알을 온전히 즐길 수 있으니 이것도 참 얼떨결에 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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