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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여섯 번째 이야기 샥슈카

첫 이스라엘 요리지만 누군가의 인생 샥슈카

카우치서핑(Couch Surfing)이라는 것을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이하루 작가의 북토크에 갔다가 카우치서핑으로 전 세계를 여행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관심이 생겼다. 요점만 말하면 에어비엔비 등과는 달리 카우치서핑은 공짜 숙박이 가능하다. 그러니 언젠가 외국에 나갈 일이 있으면 한 번 활용해 봐야지 하고 호스트 등록을 해두었고, 그리고 잊었었다. 내가 게스트 입장에서 검색해본 결과로는 호스트들 응답률이 그다지 높지가 않아서, 아주 부지런히 계획하지 않으면 길에서 잠 자기 좋은 것 같긴 했다.  



어느날 알림이 뜬 것은, 아마 처음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가 1박을 요청하는 알림이 뜬 김에 들어가보니 새만금 잼버리 시절에도 두어 건 요청이 와 있었는데 까맣게 모르고 지나갔다지.


좌우간, 이날의 1박 요청 게스트는 이스라엘에서 온 사람이다. 요즘 뒤숭숭한 그 동네, 기껏 CNN이나 받아쓰는 국내 언론 기사로는 성이 안 차서 안 그래도 누구 붙잡고 물어보고 싶던 참이다. 매우 웰컴하게 요청을 받아들였다.


서울에서 오냐니 고성이란다. 헛, 고성이라니 외국인들에겐 난이도가 꽤 높은 곳인데. 카우치서핑의 메신져 시스템보단 인스타 디엠이 편해서 인친을 맺고 디엠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인스타 피드를 보니 프로 여행러의 느낌이 물씬이다. 




잠은 새로 고친 주문진 집에서 자면 되고, 밥은 리퀘스트 사항은 아니지만 그래도 손님인데 밥도 같이 먹고 이야기도 나눠보고 싶어서 일단 강릉터미널에 내리면 얼터렉티브 살롱으로 오라고 했다. 씩씩하게 잘 찾아왔다.


그녀의 이름은 '탈(Tal)'. 매우 명랑한, 대문자 E 성향의 사람인가 싶다. 


"안녕 나는 탈이야. 내 이름이 한국어로 하면 딸(daughter) 같기도 하고 탈(mask) 같기도 하고 그렇지." 


대번 이렇게 익살을 섞어 자기 소개를 한다. 좀 지나서 알게 된 거지만 자기 이름을 한글로 또박또박 쓸 수도 있다.



탈을 위한 식사로는 얼터렉티브 살롱의 기본메뉴인 토종쌀밥 정식 외에 샥슈카를 준비했다. 


이스라엘을 가본 적도, 이스라엘 음식을 먹어본 적도 없다. 탈이 온다니 손님접대 한다고 너튜브로 급검색해서 만든 음식이다. 영어로는 'Egg in the Hell' 같은 흉측한 이름으로도 불린다.


레시피를 보아하니 맛없없 계열이다. 베이컨(and/or) 소시지를 넣고 볶다가 양파나 다른 채소 넣고, 토마토소스에 월계수든 뭐든 지중해성 허브도 좀 넣어주고, 그 위에는 달걀과 피자치즈를 올리면 된다. 이스라엘에선 국민음식 같은 것이라서 여러가지 다양한 버젼으로 만들어진다.


탈이 오기 전에 한 번 시험적으로 만들어 봤는데 스스로는 퍽 괜찮았다 싶었지만 본고장의 맛을 모르니 뭐... 파가 들어간 것 정도가 좀 특징이었을까. 재료들이 구하기 엄청 어려운 것들은 아니라서 대략 너튜브에 나오는 것과 비슷한 것이 만들어 졌다.   



탈이 한 입 먹어보더니


"이거 인생 손꼽는 샥슈카야. 정말 맛있네. 내가 예의 떨라고 하는 말이 아니야 (It is one of the best shakshuka in my life. It is really good, and I am not being polite)."


라고 말해주었다. 샥슈카 외에 밥도, 생선구이도 맛있다고 했고, 가자미 식해와 김치는 '예의상' 맛있다고 하는 것 같았다 ㅋㅋ. 


남녀가 모두 징병되는 나라 이스라엘, 제대하면 여행들을 많이 떠난다고 한다. 탈도 제대여행으로 1년간 돌아다니려고 나라를 떠났는데 그 와중에 전쟁이 터졌다고 한다. 군대 이야기부터(최근 기준으로 이스라엘보다 한국 군인 처우가 훨씬 나은 듯, 의무복무병 기준) 시작해서 이스라엘 사람들도 유럽 출신과 아랍 출신들이 외모도 사고방식도 좀 다르다는 이야기, 유대교 율법 근본주의자들은 아직도 핸드폰도 안 쓰고 산다는 이야기 등등 신기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이야기를 곁들인 점심이 거의 저녁까지 이어질 기세다. 강릉은 처음이니 좀 돌아다닐 시간도 주고 싶고 해서 힘들게 이야기를 끊었다.


장래 희망이 코미디언이라는 탈, 강릉이 좋다고 원래 일정보다 이틀이나 더 묵고 갔다. 그만큼 또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았는데 여기에서 다 옮길 수는 없을 정도다.


한국이 너무 좋아서 떠나기가 싫다는데, 어쩌면 연말의 '탁월한 밥맛' 팝업에서도 뭔가를 같이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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