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첩이 너무 달거나 시다고 느끼신다면 직접 만들어 보세요
어릴 땐 케첩을 참 좋아했는데 요즘은 안 먹는 편이다. 가끔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감튀를 시키면 아무것도 없이 먹기에 섭섭하니 찔끔 바르는 정도. 아마도 이제 내 입맛에 너무 달아졌고, 가공식품 특유의 밋밋함도 매력이 없어져서였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아주아주 꼬꼬마 때는 ㅇㄸㄱ 캐첩은 물론이고 ㅎㅇㅈ 캐첩도 시다고 생각했던 기억도 나긴 하지만.
그런 이유보다도, 홀토마토 한 캔을 따서 라구 한 솥 만들기가, 양이 너무 많다. 며칠을 파스타, 리조또, 또 파스타, 궁여지책 샐러드 식이니 질릴 수 밖에. 그렇담 토마토 소스 중 보존에 좋은 게 뭐 있나 하다가 캐첩을 떠올린 것이다.
우선 홀토마토니까 가열해서 토마토 과육을 적당히 풀어준다. 팔팔 끓여도 상관은 없는데, 적당한 시점에선 불을 좀 낮추어서 식히는 게 좋다. 여러가지 성분이 들어가는데 전부 향을 살리려는 것들이라 너무 뜨거운 불에 넣어서 휘발시키기 아깝다.
우선 산도를 맞출 식초. 유기농 사과식초를 넣는다. 토마토홀은 이제 토마토 페이스트가 되었는데, 어차피 신 맛이라 식초 넣었을 때 혀의 역치가 높아져버린 상태다. 그 점 주의하고 조금만 넣으시길. 전체 토마토양의 2% 정도만 넣어도 충분하다.
요긴하게 여기저기 써먹는 생강청. 이 생강청에 들어간 생강은 향도 맛도 부드러워진다. 씹어도 거북하지 않을 정도가 된다. 생강청으로 부족하면 부득이하지만 설탕을 넣으면 된다. 물엿을 넣으면 설탕과는 질감이 좀 달라지는데, 취향에 따라 다를 듯. 색은 물엿쪽이 윤기가 돌아서 예쁘게 나온다.
나는 그냥 생강청만 좀 넣었는데 나중에 시판 캐첩과 비교해보고 설탕이 이렇게나 많이 들어가는구나 했다.
후추는 언제나 옳다. 캐첩은 어차피 어딘가 맛과 향을 내는 데 쓰이는 것. 톡 쏘는 후추를 넣는 것이 좋겠다 싶다.
그냥 이렇게 배합해도 상관없지만 생강과 후추 등속 알갱이가 씹히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핸드믹서로 들들 갈아주면 된다.
사실 감튀를 안 하다보니 써먹을 데가 없어서 냉장고에서 다소곳이 있었는데 심야식당의 나포리탄스파게티 해보고 싶어서 이 캐첩으로 써먹었다. 산미가 일반 캐첩보다 심한데 그렇다고 설탕을 넣긴 뭐해서 이것저것 작업을 했다. 결과적으론 나쁘지 않았다. 2~3인분 정도 남았는데, 이제 오무라이스나 해볼까. 산도가 높아 냉장보관하면 몇 년이라도 갈 것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