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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생명력이 강한 전국구 벼 노인도(중만생 메벼)

밥짓기는 망했지만 맛있는 쌀인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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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소개했던 노인다다기와는 다른 품종이다.


그나마 직접 재배를 해보고, 어느 정도 자세한 기록이 남아서(일본사람들 덕에) 구분이 가지, 이두향찰표기식으로 된 옛날 책만 보면 노인다다기와 노인도가 같은지 다른지 알 길이 없다. 이런 예는 소, 돼지 등의 동물 이름이 들어가는 벼를 비롯해서 비일비재하다고 할 정도다.


아니, 구분이 간다는 것도 정확하지는 않다. 동명이종이 많다고 하니 말이다.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이라도 해서 분류를 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노인도의 특징은 각종 환경재해에 강해서 전국에서 재배되었다는 것이다. 토종이 또 지역에 따라서 토착화가 되어가면서 몇 세대(벼의 경우 몇 년) 지나면 여러 형질의 분화가 이루어지게 마련이겠다. 어쨌거나 농약도 비료도 못 주는 토종쌀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는 건 확실히 재해에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겠다.


사족같지만 경북곡량도와 다마금은 토종이 아닌 일본에서 들여온 개량종. 도(都)와 금(錦)은 일본에서 종자에 많이 쓴다. 특히 금(錦, 니시키)은 주조호적미 야마다니시키(山田錦) 등에서 아직도 많이 쓰이는 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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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은 담황색이고 노인 같이 점잖게 고개를 숙인다는데 씻어놓은 쌀은 광택이 나는 새하얀 색이다. 쌀알은 보통 크기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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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밥을 정말 잘 못 지었다. 이때가 더위가 완전히 꺾이고 저녁으론 한기가 느껴질 정도의 날씨라고 물을 좀 많이 잡고 지었더니 떡도 아니고 죽같은 정도. 햅쌀이 좋긴 한데 물양에 대한 민감성도 커서 밥짓기가 조심스럽다. 이때쯤부터 압력솥의 고무패킹 수명이 다 해간 것 같기도 하다.


죽같은 밥이나마 맛은 좋았다. 이 쌀도 '백옥'계열의 윤기 잘 나오고 적당히 부드러운 밥쌀이겠다. 밥을 하도 못 지어서 정확한 이야기는 못 하겠다.


물조절 역대급으로 실패한 오늘의 밥짓기는 65점.


테이스팅노트를 쓸까말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기록이 하나라도 있어야 겠어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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