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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한주 테이스팅노트 12. 동짓달 기나긴 밤

홍천 예술 양조장에, 취하러, 가야만 합니다

<시제품>

홍천의 예술 양조장은 이제 제법 연식이 된 양조장이고 자리를 잡은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제품 개발은 끝이 없다. 사진에 보이는 색색가지 술들이 다 시제품으로, 워크숖을 갔다가 운 좋게 얻어마신 술들이다. 시제품이란 마셔서 좋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라, 대량생산 시험도 해봐야 하고, 가격도 맞아야 하고, 회사의 브랜드 전략에서 포트폴리오 구성을 해치지 않아야 하는 등의 여러 이슈가 있어서 시제품이 세상에 나오기는 참으로 어렵다.

<동동, 만강에 비친 달, 홍천강 탁주>

이 세 가지 술이 현재까지 이 양조장을 대표하는 술. 물론 53도 소주 '무작'이나 떠먹는 이화주 '배꽃 필 무렵'도 있지만. 이들 술에 대해서도 차차 테이스팅노트를 써볼 생각.

<불취무귀>

갈 때마다 흐믓하게 읽히는 불취무귀.

오늘 소개하는 '동짓달 기나긴 밤'은 양조장에 직접 방문하는 분들께만 파는 술이다. 일부 한주 전문점에서도 팔고는 있는데 소매 판매는 방문자들에게만 한다.

한국에서 손꼽게 아름다운 양조장에 직접 가시라. 가셔서, 취하시고, 하룻밤 묵어오시라. 곧 기나긴 동짓달, 겨울밤에 눈 내리는 산속의 밤에 술 마시는 정취, 느껴보시라. 한 번은 그런 밤에 취하고, 그러고 나서 돌아오시라.





[동짓달 기나긴 밤 테이스팅 노트]

<제원>

재료:홍천쌀, 정제수, 복분자(국산), 곡자(밀누룩)

도수:16%

용량:500ml

용기:에칭 반투명 유리병, 금속 캡

기타:첨가물 없음

살균여부:생청주, 60일


<맛>

산미:중하

감미:중하

점도:중

감칠맛:중하


<코멘트>

'동짓달 기나긴 밤'은 복분자가 들어간 청주(약주)이다. 복분자가 들어갔다니 시중에 많이 나도는 달큰한 복분자들을 연상할 수도 있겠지만 이쪽은 드라이하고 호흡이 길게 다가온다. 복분자가 단 맛을 내는 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 은은한 향과 깊은 색을 내주는 역할을 하고, 동짓달 기나긴 밤이라는 제목 그대로 처음 머금은 순간부터 목 넘어갈 때까지 천천히, 유장하게 갊아든다.


개인적으로는 노벨상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의 문체가 생각나는 그런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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