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술을 빚었다. 알아보려 해도 작고 먼 시골에서, 자랑도 않고 묵묵히 술을 빚었다.
세월은 차곡차곡 쌓이고 술을 마셔본 사람들의 평가도 차곡차곡 쌓였다. 이제 대한민국 식품 명인의 칭호도 받았지만, 강진의 병영주조장, 그리고 김견식이라는 이름은 술 빚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이름이 된 지 오래다.
막걸리도 빚고 과실주도 담그고, 청주도 거르고, 소주도 내린다. 술을 업으로 빚은 시간만도 60년, 환갑이 넘는다. 활연관통, 자유자재. 그럴수록 좋은 재료의 중요성이 사무친다. 좋은 재료가 모든 것의 근본이고 시작. 사람은 그 재료의 힘을 잘 태어나게 하면 된다는 생각은,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또 지나친 겸양으로도 보인다.
병영소주.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믄 보리소주지만 보리 농사를 많이 짓는(던) 남도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자연스런 선택.
쌀소주와는 다른 보리 특유의 고소함도 살아있고 톡하고 쏘는 강렬한 알코올도 있고, 그런가하면 열어두고 천천히 기다리면 거기서 피어나는 다양한 성격들도 있는 술. 10년이고 20년이고 탐진강 맑은 물밑에 잠궈놓고 기다려보고 싶은 술이다. 병영소주는 시간을 지탱할 힘이 있는, 잠재력 가득한 술이다.
<병영소주 테이스팅노트>
산미:하
감미:중
고미:중
점도:중
<코멘트>
보리소주 특유의 고소한 맛이 특징이자 장점. 소주 특유의 캬하는 톡 쏘는 맛도 있다. 이것으로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장기숙성을 시켜도 될 잠재력을 생각하면 오래 묵혀보고 싶다. 숙성 용기도 중요하겠지만 소비자의 입장이라면 어차피 구입한 유리병째로 숙성시키는 방법 밖에 없을 것 같은데, 3년 정도 지나면 예의 고소한 보리향에 알코올은 부드럽게 순화되면서 바닐라나 카카오 같은 숙성향이 발생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보리소주. 그래서 평점은 7.5/10.
5년이, 10년이, 20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포텐셜이 스윽하고 자라날지 펑 하고 터질지.
김견식 명인은 2023년 귀천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