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Drink Anew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우리술 한주기행]파주 미음넷 증류소

술은 기승전결과 상중하의 입체감이 있어야


서울 토박이 입장에서 보면 수도권의 성장은 더 놀랍기도 하다. 파주라니, 어렸을 때는 민통선과 군부대의 이미지가 거의 전부였지만 지금은 아파트촌도 있고 아울렛도 있고 노벨상 받은 작가가 있는 나라의 출판단지도 있고. 


물론 파주는 넓고 아직도 민통선과 군부대도 건재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이 파주는 수도권 제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는 것. 다만 옛날엔 차 없이는 접근이 안 되던 곳들이 이제는 전철역에서 걸어서, 혹은 대중교통 한 번이면 갈 정도가 되었다는 것이 크다면 큰 차이다. 


미음넷 양조장도 운정역에서 걸어서 10분 남짓 걸렸다. 역 근처의 개발된 구역을 지나면 구시가지인 듯한 주택가가 잠간 나오다가 그 후론 이런 공장 건물들이 또 즐비하다. 우리나라 도시 계획의 문제는 소셜믹스가 없다는 것인데 여긴 자연스럽게 그런 것이 되어있다. 



송충성 대표가 반갑게 맞아준다. 알고보니 휴일이었던 모양인데, 손님이 온다니 쉬는 날도 맞으러 나와준 것이다. 이런 감사할 데가. 이날 파주에서 세 군데 양조장을 둘러보는 파티였는데 다들 미음넷증류소만은 어찌되었던 꼭 가보고 싶던 차다.



공장 안에는 생산시설과 별개로 미니바가 있다.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하이볼도 만들어주고, 시음도 시켜주면서 설명을 하기 위한, 일종의 탭룸이다.



양조와 증류에 대한 경험이 있느 분들이라면 알아보겠지만 여기가 대기업 아닌 것 치고는 또 규모가 있는 편이다. 탁약주 제조라면 상당한 규모라고 하겠지만 증류주로는 마이크로 개념. 그만큼 규모의 경제에 의한 생산비 절감은 쉽지 않다. 그래서 보통 증류주를 하더라도 탁약주로 시작해서 데이터도 쌓고 이름도 알리면서 차근히 준비를 해서 그 다음으로 증류주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 여기는 탁약주는 거들떠도 안 보고 바로 증류주만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마침 운좋게 국실을 구경할 수 있었다. 5월의 흐린날로 약간 쌀쌀한가 싶은 날씨에 국실의 온도는 한증막이니 당연히 문을 열고 보를 들치는 순간 엄청난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조금 기다려 진정이 된 국실을 들여다보는데 뭔가, 좀 다르다. 



우선 하이볼 한 잔 하면서 시작하는 것이 이곳의 루틴. 같이 간 술꾼들은 다들 신났다. 



하이볼이 한 잔뿐이 아니고 이런 실험주를 마실 수 있고 거기에 대해서 증류가가 직접 자세한 설명을 들려준다. 정말 술 공부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양조장, 증류소를 되도록 많이 돌아다녀야 한다.



신이 난 이유는 또 있다. 공부를 위해 구해놓은 외국 술들도 아낌없이 준다. 생애 최고의 아와모리 시음회이기도 했다니까. 술마시며 술 얘기 하는 게 술꾼들이 제일 좋아하는 거잖나.



소주다음 53도가 있는데 그건 따로 구입을 해왔다. 양조장에 가면 할인가로 구입할 수 있는데, 술값이 꽤나 되다보니 그 할인이 또 쏠쏠하다.



송충성대표의 방식은 남다르다. 다 연구와 고심이 있고 로직이 있다. 

예를 들어 국실에서 느꼈던 그 낯설음은 이 쌀이 석임법을 적용해서 침지한 것이라는 티유가 큰 것 같다.

술의 향에서 추구하는 노트가 확실하고, 그 노트를 구현하기 위해서 디테일한 발효와 증류의 방법이 있다. 그 결과는 100% 추구한 바를 구현하지는 못하는 것이 현황이되, 구현하지 못했다고 꼭 나쁜 결과는 아니다.


사람의 방법론은 중요하다. 걷고 걷다보면 언젠가는 목표에 도달할지 몰라도 방향이 틀리거나 합당한 방법을 모르면 시간과 노력이 몇 배나 더 걸릴 수도 있다. 미음넷 증류소의 증류와 숙성법은 스카치위스키 증류소들의 노장 마스터블랜더들이 감탄할 정도로 탄탄한 논리와 깊이가 있다.


아래 유튜브 링크에서 한 번 육성을 들어보시길.


https://youtu.be/KIHTfpzlpEw


이 좋은 이야기를 들으려면 파주에 직접 찾아가는 것 외에도 '찾아오는 양조장'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일정한 인원이 모이면 전국 어디든 송충성대표가 직접 출동해서 하이볼도 말아드리고 시음도 시켜드리고 강의도 해드린다. 술을 전문적으로 하실 분이라면 이 강의는 한 번 꼭 들어보시길. 기존 교육기관에서 듣기 힘든 이야기다.


#미음넷증류소 #소주다음



매거진의 이전글 프리미엄한주 129. 안성 한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