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홍어를 먹는 여러가지 방법

홍어 한마리 파티

20240913_173347.jpg <홍어야 안녕, 니 표정이 어딘가 나를 미안하게 하는구나 ㅠ>

아버지 지인분 중에선 해마다 홍어 한마리를 통으로 보내주시는 분이 계시다. 아버지뿐 아니라 집안을 통털어 홍어에 홀릭한 사람은 없고, 그나마 나는 요리가 업이고 모임을 많이 하니 이 홍어 한 마리 중 상당부분은 나에게 맡겨져 집밖으로 반출된다.

동거인께서 홍어를 사랑하시니 가져다가 한마리 코스를 해본다.


20240913_173334.jpg


이것은 홍어애. 푸아그라 못지 않다.


20240913_173406.jpg


홍어꼬리. 가시가 있어서 그냥 먹긴 좀 그렇지만 먹자면 다 방법은 있다.


20240913_173802.jpg
20240913_174018.jpg
20240913_174046.jpg

홍어애가 푸아그라 같다고 했으니 푸아그라 비슷하게 요리해본다. 기름과 술로 익힌다. 술은 향기로운 청주. 약간의 후추 소금간.


20240913_193631.jpg


그리곤 밑에는 토마토소스와 영양부추.


20240913_193635.jpg


이것은 된장과 호박, 마늘, 대파 넣고 끓인 홍어애탕. 비교적 클래식한 한식 스타일로도 해봤다.


20240913_193642.jpg
20240913_193958.jpg
20240913_194000.jpg

홍어애는 너무 푹 익히면 크리미한 질감이 퍼석으로 가니까 잘 익히는 게 중요하다. 겉은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났지만 안은 핑크가 보이게, 바로 요렇게 말이다.

토마토소스의 감칠맛과 홍어애의 크리미함이 잘 어울리고 사각하게 씹히는 영양부추의 식감과 신선한 향도 좋다. 잘 했네.


20240914_150642.jpg
20240914_150741.jpg


이 부분이 생선으로 따지면 필렛 부분. 가슴에서 날개 중간살까지다.


20240914_151254.jpg
20240914_151646.jpg
20240914_151650.jpg


이빨과 아가미 부분은 그냥 먹기 어렵다.

굳이 먹자면 방법이 있긴 한데...


20240914_151938.jpg
20240916_203229.jpg


일단 필렛 일부는 삭히려고 저장.

일부는 신선하게 회로 먹는다. 아직 암모니아가 충분히 올라온 상태가 아니다.


20240914_154300.jpg
20240914_154303.jpg


요것은 수육이다. 뜨거운 물에 좀 삶아서 내면 되는 간단한 방법.


20240916_202603.jpg
20240916_202619.jpg


꼬리나 머리 부분 같은 경우 살이 적고 가시나 뼈가 걸려서 먹기 힘드니까 수육 삶을 때 같이 삶는다. 식혀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이렇게 묵같은 상태가 된다. 홍어테린이라고 해도 좋겠고, 홍어 머릿고기 편육이래도 무방할 요리다. 이건 어디서 본 적은 없네. 홍어 삭은향이 생생한 상태로 삶으면 홍어 마니아로선 퍽이나 만족스런 요리.

보존성이 높아서 냉장고 안에선 몇 달이라도 보관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고, 가열하면 이 콜라겐질이 다 녹아서 국물도 된다.

20240916_205805.jpg
20240916_205808.jpg


홍어 무침도 빠질 순 없겠지. 이건 식초를 잘 쓰면 대략 맛있을 수밖에 없는 음식.


20240916_205810.jpg
20240916_205812.jpg
20240916_205814.jpg


이러곤 남은 필렛을 볏짚에 삭혀서 먹었는데 홍어 맛의 새로운 경지를 보았다. 그건 따로 포스팅.


홍어는 그냥 있으면 먹고, 전라도 가서 오센틱 버젼 먹자면 좀 괴롭다고 느끼고 하는 정도다. 막걸리 벌컥벌켝 들이켜 가면서 밀어넣는 수준. 이날은 비교적 신선한 홍어를 직접 여러가지로 요리해서 먹으니 재미도 있고, 맛도 있고.


나중에 대화하다가 발견하게 된 것인데, 생 서울 출신들인 내 친구놈들도, 경상도 토박이 지인도 살면서 어찌어찌 홍어 취향을 발전시켜서 홍어 모임 한 번 하자고 조르더란 말이지. 중독성 강한 홍어, 알고보면 나도 처음부터 좋다고 먹은 건 아니었으니까.


#홍어 #심야식당


keyword
작가의 이전글프리미엄한주210. 부평 탁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