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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감물리 토종닭 달걀

자연방사, 자연농사료, 토종(재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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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감물리>


밀양시 단장면 감물리. 이웃한 창원의 주나미농장 우봉희농부의 소개로 알게 된 곳이다. 이곳에서 김진한, 김영수 두 귀농 농부들이 토종닭을 키우기 시작했다. 궁금하기도 해서 한 번 행차.


전날 도착해서 토종쌀로 빚은 막걸리로 제법 거하게 마신 다음날이다.


감물리는 밀양 3대오지라고 한다는데, 강원도 산골에서 살다가 가면 거의 면소재지 버금가는 느낌이다.


그래도 시골은 시골, 고령화되고 들어오는 사람은 거의 없어 빈 집이 늘어가고 있다. 그나마 두 농부들이 활동을 하면서 조금씩 찾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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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품종>


고려닭, 청계, 한협닭, 백봉 등이 같이 어우러져 큰다.

자연방사의 기준이 1제곱미터당 5마리라는데, 닭장하고 큰 차이가 있나 싶다. 다 큰 닭 다섯마리가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스터디카페 데스크 두 배 정도 면적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복지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좀 무안하다 싶다.


이곳은 진짜 자연방사가 뭔지 보여주는 곳. 1천평이 넘는 부지에 닭은 이때만 해도 백여마리 정도였나(차차 늘어는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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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감물리 자연방사 자연농사료 토종닭>

닭들은 종자끼리 무리짓긴 하는데 그렇다고 교류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호기심도 많아서 사람이 위험하지 않다 싶으면 와서 발등도 콬 쪼아보고 몸도 슥 비벼보고 그런다. 고양이 같다.

이렇게 키우면 매나 들짐승 피해가 많은데, 닭들도 당하고만 있는 게 아니라서 철제 케이지안으로 몸을 숨긴다거나 숲으로 달아난다거나 한다. 수탉은 주로 조기경보 및 민방위대장 역할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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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농 먹이>


여기 닭들은 먹는 것도 호강이다. 김진한 농부가 토종벼 농사를 같이 짓는 덕에 토종쌀겨를 바닥에 깔아주고 미강이나 싸래기 같은 것들도 특식으로 제공한다. 사진에 보이는 고구마도 자연농으로 지은 것. 이웃 사천에서 토종벼를 비롯한 여러 작물을 자연농으로 하는 김정일 농부가 가져다준 것이다. 김정일 농부는 이제 힘들다고 그만두었지만 토종닭을 천여 두 사육했던 적도 있어서 감회가 남달랐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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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 대밭으로 올라갈 수 있게 사다리도 설치해 두었다. 닭들도 성질이 다 다른데 특히 낮에는 이 숲으로 가서 지내는 닭들도 많다고 한다. 더운날에 서늘하고, 엄폐물 있어서 매 같은 포식자로부터 안전하고(대신 육상 포식자가 있긴 하지만), 씨앗이며 벌레며 먹을 것도 많은 곳이 산이다.

이러구러해도 들짐승 피해가 없진 않은데, 그렇다고 닭들을 가둬키울 생각은 없다는 것이 농부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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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을 몇 알 주시기에 집에 와서 후라이를 해보았다. 이 때는 겨울, 아직은 어린 닭들이라서 알도 좀 작고 미숙한 느낌이 있는 달걀들이었다.


그럼에도, 비린내가 없는 것은 기본. 고소한 향이 올라온다. 달걀에서 이런 향을 느껴본 게 얼마만인다. 이 향도 역시, 요리를 할 때 생각이 많아지는 요소. 이제까지 달걀의 향을 즐기며 먹어본 적이 있던가. 달걀은 물성과 식감을 내는 요소고 무의식중에 다른 맛과 향을 얹는 컨테이너로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이런 달걀은 달걀을 주인공으로 해서 요리를 해야한다.


제과, 제빵용으론 어차피 단가도 안 맞겠지만(1,500원/개), 설탕과 색소로 범벅해서 묻어버릴 향이 아니다. 이 달걀로는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에 고민인 요리사다.


계란후라이. 7년 숙성 천일염 한 꼬집을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얇게 바른 팬에 넣고 어느 정도 달궈지면 달걀을 깨넣는다. 달걀이 익기 전에 몇 번 흔들흔들 해서 소금기 있는 기름을 잘 먹여주고, 노른자를 안 익히고 먹으려면(비린내가 없어서 충분히 좋다) 바로 불을 끄고 여열로 흰자만 다 익으면 꺼내고, 노른자를 좀 더 익히려면 노른자가 익을 때까지 기다리면 되고. 이러면 후추 뿌리기도 아까운 향긋한 계란후라이다. 호사스런 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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