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를 수 없는 대폐업의 대세
필름을 팔고, 사진을 찍어주고 현상해주던 것이 주요 비지니스 모델이었던 사진관들은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면서 한 십 년 사이에 거의 사라졌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큰 30종목만 편입되는 다우존스 지스에서 78년이나 버티고 있었던 코닥도 순식간에 파산보호 신청을 해야할 상황이었으니까요. 동네상권 어디에나, 아파트 상가마다 하나쯤은 있던 사진관은 이제 증명사진을 공들여 찍기 위한 장소로 드믄드믄 존재할 뿐입니다.
'식당이 사진관 같이 망한다'는 말은 조금 과장 같이 들릴 지 모르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작년 폐업한 업체수가 100만이 넘었고, 그 중 15% 이상이 음식업이라고 합니다. 물론 창업하는 사람도 꽤나 많은 업종이지만 전체적으로 수만 개의 식당이 없어진 것으로 추정합니다.
https://www.mk.co.kr/news/economy/11360637
사람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손님이야기 전에 '일할 사람'의 문제입니다. 저도 15년 이상 외식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만, 한국의 외식업, 특히 주방 노동은 건강을 헤치는 수준의 노동강도입니다. 그에 비해 초임은 250만원도 될까말까 하는 수준입니다.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임금보다 1~2천원 높은 정도지요. 사람이 넘쳐나던 옛날에는 저숙련 노동을 쉽게 흡수하던 식당 비지니스가 이제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운영이 잘 되는 곳도 오너가 나이가 들면 그대로 접는 경우가 늘어납니다. 자식들도 안 하겠다는 일을 남에게 맡겨 하기는 힘들겠지요.
그러니 사람을 찾기 위해서는 임금을 올려줘야 하고, 그러니 음식점들은 가격을 올립니다. 그래서 손님은 줄어듭니다. 편의점 도시락족이 늘었고, 아예 집에서 도시락을 싸는 경우도 근래에는 종종 눈에 띕니다.
식당들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되도록 인건비 줄이려고 무진 노력을 합니다. 키오스크나 테이블오더를 설치하고 로봇이 서빙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시설투자도 다 규모가 어느 정도 되야 효율이 나오는 일, 그러니 이제 음식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사와서 데우는 곳들이 늘어납니다. 사진은 2025년에 갔었던 프랜차이즈 박람회입니다. 대부분의 본사가 '사장님은 데워서 그릇에 담기만 하면 되는 시스템'을 자랑합니다. 인건비 아껴주는 게 성공확률을 가장 높여주는 방법이긴 하지요.
다만, 그 와중에 음식의 질은 떨어집니다. 최근엔 배달이 늘기도 해서 음식의 질에 신경을 쓰기 보다는 조리편의성과 포장용이성이 프랜차이즈업체들의 화두입니다. 그런데 이런 음식들은 맛도 없고 보존성과 편의성을 위해 여러가지 식품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초가공식품입니다. 편의점 도시락보다 좋을 것도 없는, 그런 음식입니다만 당연히 가격은 훨씬 비쌉니다. 밀키트 같은 것을 사서 집에서 데우면 1/3. 1/4 가격에 먹을 수 있는 음식들입니다. 그러니 왜 비싼 돈 주고 식당에 가서 먹겠습니까? 요즘 칼퇴도 자유로운 세상, 서둘러 집에 가서 해먹는 게 낫습니다.
유럽에서 생활하던 시절, 식당이 너무 적고 비싸서 외식이 힘들었습니다(덕분에 자취요리로 지금의 프로 요리사 기틀은 닦았습니다만). 그나마 있는 식당도 점심만 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시만해도 24시간 밥집 술집으로 불야성을 이루던 시절의 서울에 살다가 간 저로서는 사람들이 게으르게만 느껴졌습니다만, 이제 보니 다 이유가 있었네요.
유럽이나 미국에는 그래서 대략 두 가지 유형의 식당이 있습니다. 맥도널드, 타코벨, 좀 고급화되면 버거킹, 도미노피자 정도 되는 초대형 프랜차이즈들입니다. 이들은 규모의 경제가 있고 시스템이 갖춰져있어서 인력을 줄이면서도 많은 숫자의 사람들에게 서비스할 수 있습니다. 구매조달에서도 큰 강점이 있겠지요.
또 한 가지는 제법 돈 쓸 각오를 하고 먹는 식당들입니다. 위로는 파인다이닝이 있고 가장 저렴한 쪽으론 중국음식점이나 케밥집 등이 있었습니다만, 이런 집들도 맥도널드 2~3배 정도는 돈을 쓸 각오를 하고 가는 곳들이었지요. 그래서 슈퍼마켓 샌드위치나 샐러드 따위를 주로 사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진의 노브랜드버거 같은 곳은 저도 애용하는 곳입니다. 가성비로는 진짜 모든 외식메뉴 중 최고 아닐까 합니다. 프랜차이즈들은 대개 이 방향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진 풍부한 인력을 갈아넣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가격절감, 시스템, 대형화 등으로 가성비를 만들어내는 대기업을 넘을 방법이 없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 중소 자영업자들은 '사진관 망하듯이' 망해나가는 것입니다.
10평짜리 지하의 작은 가게를 하는 저는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