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는 식당은 대개 비슷한 이유로 망합니다

특별한 것 없으면 다 망합니다

"행복한 집들은 대개 비슷하게 행복하지만 불행한 집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안나 까레리나'에 나오는 명문장입니다. 제가 이 문장을 읽었던 게 이십대 후반 쯤이었던가요. 무릎을 탁 쳤더랬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베이비부머들이 성년이 되고 나라는 OECD 클라스로 발돋움하던 시기. 대략 행복한 '중산층'의 기준이 어느 정도 잡혀가던 시절입니다. 저는 70년대에서 2010년대 정도까지를 우리나라의 홀세일(Wholesale) 자본주의의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성취를 측정하는 단순하고 분명한 기준이 있었습니다. 개인의 가치관이야 다 다른 것 같아도, 남의 시선이란 게 행복에서 꽤 중요한 것은 천방지축인 저로서도 부정하지 못하거든요.


졸업한(아니 입학만 해도 됩니다. 우리나라에선 그게 중요하지요) 대학, 거주지와 아파트 평수, 타는 차, 다니는 직장 등이 객관적 지표로 작용해서 사람에 대한 판단의 기준이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런 기준이 지금와서 하나도 안 중요해진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아마도 아파트 위치와 평수 말고 다른 것은 보조지표 정도로 격하된 느낌이랄까요. 어쩌면 가장 중요한 지표는 부모가 누구냐겠지요.


각설하고, 기준이 그런 것이라면 이미 태어난 시점에서 승패가 갈려버린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이돌이나 스포츠 스타가 된다거나, IT 같은 사업으로 크게 성공하는 경우도 있긴 하겠습니다만, 그런 건 '보통사람'의 성공은 아니겠지요. 그렇다고 보통사람은 인생의 루져로 사느냐, 살고싶으냐고 묻는다면 누구라도 아니라고 하겠지요? 우리는 다들 삶의 의미를 찾고 스스로를 표현하며 삽니다. 홀세일 자본주의의 시대가 끝나고 신분의 사다리는 오르기 힘들어졌지만 개인의 삶은 더 풍요해졌습니다. '취향'의 시대가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위의 톨스토이의 통찰을, 적어도 2020년대 한국의 식당업에 대해서는 뒤집어보려 합니다.


"망하는 식당들은 다들 비슷하게 망하지만 잘 되는 식당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잘 된다."


그럼 그 비슷한 이유란 무엇일까요? 특별한 것 없습니다. 그냥 코로나 전까지 장사 잘 하던 집들이 이제는 다 문닫을 고민을 하고, 일 년에 수만 개의 식당이 실제로 문을 닫습니다(이건 창업하는 식당 수를 뺀 실폐업 수 이야기입니다). 톨스토이가 굳이 지적하지 않은 바는, 세상엔 불행한 가정이 훨씬 많다는 거지요. 우리의 현재도 그렇습니다. 망하는 식당이 훨씬 많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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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잠시 몸을 의탁하고 있는 양재동 수담옥 같은 경우는 되는 이유가 명확한 곳입니다>


제가 자리잡은 종로의 오피스상권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종로 오피스상권이라면 크게 보아 1,2등급지라고 봐도 좋습니다. 점심시간엔 어쨌거나 배를 차울 수만 명의 사람들이 쏟아져나오는 곳이니까요. 평균 정도의 가격과 밥맛을 가진 곳이라면 1회전 정도는 합니다. 잘 되는 집은 점심만 2회전 이상 하기도 하고요, 저녁에도 없다없다 해도 회식과 술자리가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니 단체손님이라도 유치하면 꽤나 수입이 됩니다.


그런 상권에서의 식당업이란 것이 경제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분석을 좀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 가게를 차리기 전에 했던 기초적인 분석인데, 제 생각엔 이 주변에 5년 이후에 남아있을 가게가 거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거든요. 상권 성격도 다 다르고 객단가, 바쁜 시기, 투자 포인트 등이 다 다르지만 크게 보면 기본적인 산수가 맞아떨어지느냐가 비지니스의 생사를 설명하는 데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답안입니다. 홍대 같은 젊은 상권, 강릉의 계절성 강한 관광지상권, 이도저도 아닌 읍면단위 재래시장이나 구시가지 상권 모두 경험해본 입장에서, 상권과 업테마다 솔루션은 각각 다 다르지만 망한다면 이유는 비슷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2회전 하는 가게는 열에 한둘이니, 그냥 평타 치는 1회전 가게를 예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종로의 대형 오피스텔빌딩 지하에 있는 저희 가게를 예로 들어볼께요. 이건 이야기가 길어지니 다음 회로 넘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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