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는 왜 악(惡)이 되는가?
그날부로 페이스북에서 수시로 소식을 검색해보며, 그는 어떤지 몰라도 나는 열심히 따봉을 눌러주고 댓글을 달며 나름 훈훈하게 지내고 있던 어느날이었다. 그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오호 쾌재라! 이것은 무슨 좋은 소식이란 말인가?
“경기도에서 공모하는 프랜차이즈화 사업이 있습니다. 거기에 응모를 하려고 하는데요, 사업 참여자 명단에 선생님을 좀 올릴 수 있겠습니까?”
그거 물어도 안 보고 어물쩡 올리는 인간들도 있는데,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긴 하다. 하지만 역시 ‘가라’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마음이 편치 않다. 사실 이런 류의 행위는 원칙적으로는 드러나면 사업자 선정이 취소될 수 있는 종류의 비리다. 서류에 거짓을 올리면 취소 사유가 된다는 서약서는 정부에서 하는 사업에 꼭 따라붙는 일종의 양식이다. 사업이 취소가 되면 그건 그쪽 사정이라고 해도 나야 하물며 뭐 두 쪽 말고는 알량한 이름값 밖에 없는 사람이니 소중히 여기지 않을 도리가 없단 말이다.
하지만 내 대답은 어정쩡했다.
“원래 그러면 안 되는 거 아시죠?”
“어찌되었던 선생님과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이 공모사업이 되면 그게 빨라지는 것이고 안 되면 시간이 더 걸리겠죠. 안 되더라도 선생님과 같이 일을 하고싶습니다만 더 빨리 하려고 그러는 것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그로부터 두 달쯤 전에 비해서 내 상황이 나아진 것이 있다면 책이 계약되서 선인세를 당겨쓴 것,그리고 푼돈 벌이 강의가 두어 건 진행되서 약간의 돈이 생긴 것 정도이다. 밖에 나갈 차비는 생겼지만 밥도 되도록 집에서 먹고, 나가면 그렇게 무시하던 편의점 도시락 같은 것으로 끼니를 때우던 상황이니 다급하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무슨 일이라도 해서 밥을 벌어야 하는 입장에서, 일자리 제안을 동반한 이런 것은 거부할 수가 없는 일이다.
“네, 그럼 그렇게 하시죠. 꼭 되시길 바랍니다.”
“네 감사합니다.”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그렇게 나름 훈훈한 공모(共謀)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내 일 같이 되어라 붙어라 조바심을 내며 기다렸다.
아, 경쟁률 10대1.
<<경기도 착한 프랜차이즈 육성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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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최종 선정이 되었네요.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내친 김에 앞으로 할 일을 기록해둡니다.
올해 중에, 1) 프랜차이즈 체계 구축, 2) 본사 설립, 직영 본점 개점, 3) 센트럴키친과 최소한의 제조 시설 마련, 4) 우리술, 우리식재료 컨텐츠 개발 등을 추진하게 되고,
내년에 가맹점을 모집하려 합니다. 더 걸릴 수도 있고 덜 걸릴 수도 있지만, 하여간 이렇게 진행하게 될 겁니다.
저희가 하려는 일의 목표는 단순하고 분명합니다.
1) 좋은 우리술과 건강한 우리식재료를 널리 팔고 시장을 키울 겁니다. ***만이 아니라, 외식업계에서 우리술과 우리식재료가 더 많이 판매되도록 하는 일이 저희의 가장 큰 사회적 책무라고 믿고 있습니다.
2) 좋은 일자리를 만들 겁니다. 가맹점주에게는 적정한 자본으로 자기 가게를 내고, 성실히,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노동하며 건강하게 먹고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사람들의 다양한 처지에 맞게 보람 있는 일자리를 마련하는 일입니다.
3) 동네 사람들이 즐기고 어울리는 공간이 되려 합니다. 술과 음식만이 아니라, ** ***과 ****처럼 때로는 책과 독서, 다양한 모임을 즐기며 성별, 연령, 계층을 넘어 사람이 어울리는 곳, 그에 어울리는 음식과 술, 그리고 동네 사람들의 일자리가 있는 곳이 되려 합니다.
무엇보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좋은 우리술을 만드는 양조장들, 우리 자연과 더불어 좋은 식재료를 생산하는 지역의 생산자들에게 힘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갑질과 착취에 시달리지 않을 숨쉴 만한 일자리를 찾는 이들에게도.
모처럼 좀 거창하지요? 장사꾼으로서 장사꾼의 도를 다하겠다는 말씀일 뿐입니다. 아시다시피 제게 별다른 지식이나 전문성은 없습니다. 그냥 순서대로 순리대로 옳다고 생각하는대로 하려고요.^^
이런 식으로 각오를 다지고 또 다음 한발을 내딛어 봅니다.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 **과 **의 ***을 찾아주신/주실 분들, 진짜 정말 고맙습니다. ^^
이상이 그가 감격에 겨운 모양인지 페이스북에 자랑삼아 올린 글의 전문이다. 업체와 지역을 알 수 있는 부분만 별로 처리했다. 해놓고 보니 참 어울리는 처리다. 10: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이라고, 자랑스럽게 페이스북에 공고를 올려 두었다. 그 전에 공모에 응한다고 할 때 올린 포스팅에는 6천만 원이라는 상금인지 지원금이라고 했다.
어쨌든 이 포스팅을 본 나도 내 일처럼 기뻤다.
‘아, 드디어 뭔가 밥벌이가 생기겠구나.’
공모에 당첨되어 받은 돈이 6천만원이라면, 덩치가 제법 있는 돈이다. 물론 뭐뭐하게 항목이 정해져 있고 쓸 수 있는 돈도 치사하게 관리를 받기는 하겠지만, 그 정도 규모면, 내가 안정적인 생활을 할 정도는 아니라도, 그래도 어찌어찌 한 반 년이나, 아니면 몇 달 정도의 기본생활비는 해결해줄 정도의 예산이 있겠지 싶었다. 뭐 엿튼 그런 거야 나의 바램이고, 돈 줄 사람 의사가 더 중요하니까, 무슨 제안을 하려나 하고 하루가 일년 같이 목을 빼고 기다렸다. 그런데 자랑만 해놓고 뚝 소식이 없어서, 은근히 재촉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또 그대로 나 보라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 늦어지는 이유에 대한 글을 포스팅 하기도 하고. 여하튼 기다리라면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돈 쥔 놈이 갑이지. 자기 돈 써가며 하는 게 갑질이라는 게 내 지론인데, 이 상황이 되고 보니 이 지론도 수정이다. 돈은 들고만 있어도 갑님이신 것이다.
여기서 한 번 더 되짚고 가자.
그리고 갑질과 착취에 시달리지 않을 숨쉴 만한 일자리를 찾는 이들에게도.
라고 그는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