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이’이야기

서정오 옛이야기를 도토리샘이 고쳐씀

너희 ‘주먹만 한’ 사람이 있을 것 같니, 없을 것 같니? 있을 것 같은 사람 한번 손들어봐라. 흠. 그래,

옛날 옛적에 주먹만 한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얘기해 줄까~ 말까? 흠. 오케이~!

옛날 어느 산속에 어떤 부부가 있었는데, 나이가 한참을 먹고 결혼한 지도 한참이 되었는데도 아기를 낳지 못했었데. 그래서 좀 쓸쓸하고 기분도 안 좋고 그랬다지.

그러다 어느 날 둘이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니, 남들은 다 예쁜 아기들을 낳고 재미나게 잘들 사는데, 우리 부부는 뭐가 모자라서 애가 안 생기는 거야, 참 부처님한테 한번 빌어보면 어떨까?”

“에그, 그게 빈다고 될 거 같으면, 내가 벌써 빌었지. 그게 되겠어요?”

“어차피 할 일도 없고, 밑져야 본전인데, 함 해보지 뭐”

하고는, 그날부터 매일 점심 먹고 낮잠 한숨 푹 자고 나서는 뒷산에 있는 작은 절에 올라가서 ‘우리 부부도 애가 정말 갖고 싶답니다. 탄탄하고 잘 생긴 아이 하나만 점지해 주시면 저희가 정말 착하게 열심히 살겠습니다. 절도 열심히 다닐게요’하고 빌었데.

그렇게 한 반년쯤 지났대 나? 부처님한테 기도한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정말로 아이가 생겼다는 거야. 그런데, 좀 이상한 일이 있었는데, 다른 아이들보다 좀 많이 작았던 거지.

처음 태어날 때는 초등학생 주먹만 해서 ‘애가 좀 작나 보다. 곧 괜찮아지겠지’ 했었는데, 나이가 들어도 거의 크지 않는가 싶더니, 열다섯이 되어서도 어른 주먹만 한 거야. 정말 작지.

자, 내 주먹 봐봐봐. 딱 요만했다 이거지.

하지만, 사람들도 안 사는 깊은 산골 골짜기에 사는 아저씨와 아주머니한테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어요. 오히려 애가 작고 귀엽다고 정말 정말 많이 사랑해 주면서 고이고이 키웠지. 이름도 하나 지어주었는데, 아이가 주먹만 하다고 해서 ‘주먹이’라고 했대

애가 워낙 작으니까, 집에서 같이 놀 때는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요리조리 재롱 피우는 것을 보며 놀고, 어디 갈 때는, 주머니 속에 넣고 손으로 조몰락조몰락 쓰다듬어 주면서, 꼭 어른들 핸드폰 가지고 다니면서 노는 것처럼, 언제든지 함께 다니며 사랑을 듬뿍듬뿍 주었던 거지.

그러다가, 하루는 아저씨가 주먹이를 데리고 강가에 낚시를 하려 갔대.

산골에서 조금만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있는 넓은 강가에 자리를 잡고는, 아저씨가 기분 좋게 낚시를 하는 동안, 주먹이는 아저씨 주머니에서 구르기도 하고, 낚시터 주변을 뱅글뱅글 돌기도 하며, 개미도 가지고 놀고 돌멩이들 들어 올리면서 조용하게 놀았는데

한참 놀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깊은 풀밭으로 들어가서는 길을 잃어버린 거지. 키가 너무 작아서, 강아지풀만 한낮은 풀밭에 들어가서도 바깥이 전혀 안 보여서, 한참을 헤매다가 강가에서 완전히 멀어져 버린 거야.

“아빠~ 아빠~!‘하고 아저씨를 아무리 불러도, 애가 워낙 작으니까 목소리도 정말 작아서, 꼭 강아지 낑낑대는 소리만 했거든. 낚시에 초집중 중이던 아저씨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나 봐.

그렇게, 앞도 안 보이는 빽빽한 풀숲을 헤매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까, 아저씨가 있는 곳이랑은 점점 더 멀어져 버린 거지.

그때, 뭔가 저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어? 아빤가?‘

하는 생각에 주먹이는 소리 나는 쪽으로 번개처럼 달려갔는데, 앞에 있는 풀을 제쳐보니까, 집채만 한 황소 한 마리가 와구와구 풀을 베어먹고 있었던 거지.

전속력으로 엄청 빠르게 달려가던 주먹이는 달려가던 속도를 늦추지 못해서, 그만, 입을 크게 벌리고 있던 황소의 뱃속으로 ”쏘옥~!“ 하고 빨려 들어가 버렸어!

황소 뱃속에 들어갔는데, 죽었을까~ 살았을까? 응? 그렇지 살았지. 죽었으면 이야기 끝이잖아~

황소 뱃속에 들어가 보니까, 뱃속이 엄청 넓은 거야. 사방에는 풀이 잔뜩 쌓여있고, 컴컴해서 바깥소리도 거의 안 들리고, 그냥 밤이지 뭐. 깜깜한 밤.

”에라 모르겠다. 깜깜한데 잠이나 자 둬야겠다“

하고는 주변에 있는 풀 속에 들어가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는 거야. 풀 속에서 자봤니? 꽤 따듯해. 집에 풀 없으면, 신문지 덮고 자봐, 비슷해. 잠도 금방 온다.

그렇게, 한참을 자다가 뭔가 부스럭거리는 것 같아서 일어나 보니까, 자는 사이에 장소가 바뀌어버린 거야. 뭔가 더 좁고, 더 어둡고, 엄청 갑갑해졌던 거지.

”어이구, 여기가 어디야? 어디지? 뭐야?!“

그때, 갑자기 주변에 있는 벽들이 마구 움직이고 주물럭거리기 시작하더니, 주먹이를 꽈악 조이면서, 홱~! 하고 던져버렸는데!

어떻게 됐을 것 같아? 응?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아? 모르겠다고? 오케이, 더 들어봐.

갑자기 홱~! 하고 튕겨나가는 가 싶더니, 바깥으로 나온 거지. 바로바로, 소똥과 함께 바깥으로 싸질러진 것이었다는 말씀!

”어이쿠, 이건 또 뭐야? 어우, 바깥으로 나왔네?“

그렇게 얼떨결에 황소 뱃속에서 탈출한 주먹이는 또 아빠를 찾아서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는 것이야.

터벅터벅,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다 보니까 넓은 길이 나타났네?

’넓은 길을 좀 걸어볼까‘

하고는 또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는가 싶더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응? 흠, 그래 들어봐.

갑자기 하늘에서 커다란 매가 한 마리 “휘이이이익~!”하고 내려꼿히는가 싶더니, 두 발로 주먹이를 탁! 하고 낚아채서는 하늘로 뽀옹~ 하고 올라가 버린 거지.

그렇게 또 하늘 높이, 두툼한 매의 발에 잡혀서 하염없이 날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저쪽에서 또 다른 매 한 마리가 빠른 속도록 날아오는가 싶더니, 주먹이가 잡혀있는 발 쪽을 무섭게 공격하기 시작하는 거야. 맛 좋은 먹이를 빼앗아먹으려는 못된 매의 공격이 시작된 거지.

하지만, 이쪽 매도 만만치 않아서, 엎치락뒤치락 공중에서 치열한 매 싸움을 하는가 싶더니, 아차! 그만, 주먹이를 놓쳐버렸네.

하지만, 매 두 마리는 정신없이 싸우느라 주먹이가 떨어졌는지도 모르고, 푸드덕 푸드덕 뱅뱅 돌아가며 정신없이 싸우고 있고,

불쌍한 주먹이는 빛의 속도로 아래쪽으로 떨어져내려가기 시작했는데, 마침 아래쪽이 넓고 깊은 강물이어서 크게 다치지는 않은 체 “퐁당!” 하고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벼렸대.

’에구, 겨우 살았네‘하고 생각하는 순간, ’아차! 난 수영 못하잖아!‘ 하고는

“사람 살려~! 살려주세요~! 꼬꼬마 주먹이 죽어요~!“ 하며 허우적대고 있었는데,

마침 그 옆을 지나가던 커다란 잉어님이 홱 하고 오시더니 ”꿀꺽, 감사합니다~!“ 하고는 주먹이를 삼켜버린 거지.

’아이고, 이번엔 잉어 뱃속이냐‘

하며 아까보다 더 좁아진 뱃속에서 낑낑대며 힘들어서 버둥대던 주먹이는, 이번엔 정말 너무 좁아서 숨쉬기도 어려워진 것을 알고는 점점 겁이 나기 시작했어.

’아우, 이러다 나 죽으면 어떡하지? 우리 아빠 주머니 속에서 가만히 있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아웅~ 흑흑‘

그렇게 겁에 질려서 울고 있는데,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갑자기 주변이 환해지더니, 햇빛이 막 쏟아지는 거야.

어떻게 된 걸까? 응? ㅎㅎ

그렇지! 바로 주먹이 아빠가 낚시를 하다가 그 잉어님을 낚아서는 배를 홱 하고 갈라버린 거지!

”아니? 주먹아?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아저씨는 깜짝 놀라서 주먹이를 꺼내주고는, 그제야 주먹이가 사라졌었던 것을 알고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휴우 하고 한숨을 쉬었다네.

그렇게, 주먹이는 아빠랑 낚시를 하러 갔다가, 세상구경 제대로 한번 잘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아빠가 잡은 잉어도 맛나게 구워 먹고 기분 좋~게 잠도 드셨다는 말씀!

그러고 나서 주먹이는 어떻게 되었냐고?

나도 몰라. 나도 들은 이야긴데, 거기까지만 알아~. ㅎㅎㅎ